메밀로 만든 막국수… 참맛 알려면 겨울에 '후루룩'

입력 : 2012-12-20 07:59:59 수정 : 2012-12-20 14: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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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 막국수'의 메밀국수에서는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이 느껴진다.

겨울에 웬 막국수? 모르시는 말씀이다. 메밀을 재료로 한 막국수는 겨울에 가장 맛있다. 막국수는 겉껍질만 벗겨 낸 거친 메밀가루로 굵게 뽑아 만든 국수를 말한다. 이번 주에는 막국숫집 두 곳을 찾았다. 똑같이 막국수를 취급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봉평 막국수'가 일본 소바에 가깝다면, '면사무소'는 우리나라식, 그것도 부산 스타일의 막국수이다. 취향에 따라 골라 드시면 되겠다.


'봉평 막국수'

메밀 함량 구분한 메뉴
구수하고 거친 식감 느껴져
직접 말린 고등어포로 맛내

'봉평 막국수'는 냉면이 아니라 메밀국수라고 강조한다. 메뉴에는 '메밀국수', '메밀 50% 국수', '메밀 80% 국수'로 메밀 함량을 구분했다. 메밀향을 살리기 위해 자극성이 강한 식초나 겨자를 넣지 말고 먹어 달라고 당부한다. 메밀에 대한 고집이 물씬 느껴진다. '봉평 막국수'의 일반 메밀국수 메밀 함량도 30%로 다른 집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기서 주의 사항이 있다. 일부 음식 마니아라면 모를까 일반인은 메밀 함량이 높다고 해서 꼭 맛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메밀 함량이 높으면 되레 "면이 왜 이렇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메뉴에 표시는 없지만 '100% 메밀국수'(1만 6천 원)도 가능하다. 메밀 80%를 '물 국수', 메밀 100%를 '간장 국수'로 시켰다. 먼저 나오는 면수가 꼭 메밀차처럼 구수하다. 이게 바로 메밀 함량의 차이다. 면에서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 까끌까끌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찰기가 부족한 순수 메밀 면은 뚝뚝 잘 끊어진다. 졸깃한 면발과 대척점에 있다고 보면 된다. 메밀과 물, 소금만 든 순메밀은 향으로 먹는다. 심심한 맛이 좋다(심심한 맛을 누구나 좋아하기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메밀이 목구멍을 지날 때의 감각인 '노도고시'를 즐긴단다.

쓰유를 만들기 위해 직접 말린 고등어포.
이런 메밀국수는 쓰유에 살짝 찍어 먹으면 좋다. 푹 담그면 "왜 이렇게 짜냐"는 말이 나온다. 소바는 일본의 간토 지방(도쿄)에서 생겨났다. 간토 지방의 소바 쓰유는 가다랑어포와 고등어포를 함께 넣어서 맛을 낸다. '봉평 막국수' 역시 옥상에서 고등어를 직접 6개월가량 말려 고등어포를 만들어 쓴다. 주방에서는 수작업으로 그때그때 제면을 한다. 누가 이런 귀찮은 일을 할까.

음식을 공예품으로 생각하는 홍익대 미대 출신의 서승일 대표이다. 서 대표는 "메밀은 밭에서 나는 생선이다. 죽은 생선 가지고는 회를 못 친다"며 메밀의 선도를 가장 중요시한다. '봉평 막국수'는 올해로 7년 되었다. 2년 전 주방장을 내보내고 서 대표가 직접 음식을 하며 새로운 평가를 쌓아가고 있다. 내년 2월에 제면실을 만들어 제분까지 직접 할 생각이란다. 장인정신이 막국수에 붙었다. 메밀 자체의 맛, 면의 식감을 즐기기에 좋은 집이다. 메밀 가격이 비싸 가격이 만만치 않은 점이 아쉽다.

메밀국수 6천 원, 메밀 50% 국수 1만 원, 메밀 80% 국수 1만4천 원, 명태식해국수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토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거제3동 495의 24. 부산지방경찰청 뒤 복개도로. 051-865-3141.

'면사무소' 메밀 막국수 육수에서는 밀면 육수와 비슷한 맛이 난다.
'면(麵) 사무소'

찬 국수에 따뜻한 사골국물
밀면에 가까운 부산식 육수
따끈한 메밀칼국수도 인기


칼국수·막국수 전문점 '면사무소'. 상호 한번 독특하다. 올해로 3년째인데 이름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던 모양이다. 초반에 동네 사람들이 음식점인 줄 몰라 안 들어오는 것이었다. 정수기 청소해 주는 분은 상호를 예사로 듣고 나왔다 동사무소에 가서 허탕을 치고는 어렵게 찾아와 "시내에서 무슨 면사무소냐"고 투덜댔단다. 이런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실내는 의외로(?) 깔끔한 분위기이다. 주방 앞에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크게 붙여놓았다. 면사무소까지 힘들게 찾아왔으니…. 막국수를 시키면 맛을 보라며 김밥이 몇 개 나온다. 김밥은 영양을 생각해 흑미를 섞었다. 흑미 외의 내용물은 같지만 손맛이 들었는지 맛있다. 요즘 유행하는 김밥 장사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차가운 메밀 막국수가 별도의 따끈한 사골 국물과 함께 나왔다. 메밀의 함량은 모르겠지만 면은 졸깃해서 대중적이다. 메밀 막국수의 육수는 밀면육수에 가까운 독특한 맛이 난다. 부산 스타일의 막국수라고 할까. 막국수 육수는 보통 김칫국물과 차게 식힌 고기 육수를 반씩 섞는다. 면사무소에서는 12시간에 걸쳐 뽑은 사골에 감초, 황기 등 한약재를 넣고 다시 끓인다. 역시 밀면 육수 만드는 법과 비슷하다. 막국수로 속이 차가우면 따끈한 사골 육수로 달래면 되겠다. 반찬은 깍두기와 무 절임. 음식 궁합도 괜찮고 가격은 착하다.

추울 때는 따끈한 메밀 칼국수가 인기가 많다. 사골 국물은 가난한 메밀 칼국수를 보양식으로 만들어준다. 플러스 알파 보양을 원한다면 메밀 들깨 칼국수가 있다. 일본의 소바가 귀한 음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막국수는 이름처럼 편한 음식이다.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되겠다.

'면사무소'에는 단 둘이 근무한다. 서빙은 전수용 씨, 주방은 전 씨의 부인 강영희 씨가 책임진다. 전 씨는 "강 씨가 칼국수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간을 보는 아주 별난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한다. 면과 육수를 같이 끓이는 제물 칼국수라 졸아서 짜지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여러 음식 장사를 거친 노하우가 엿보인다.

메밀 막국수 5천 원, 메밀 비빔 막국수 5천500원, 메밀 들깨 칼국수 6천 원, 김밥 2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2, 4주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온천3동 1441의 5. 대우아파트 앞. 051-504-5459.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

(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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