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게 퍼지는 이 맛…한 해 스트레스도 싹

입력 : 2012-12-27 08:05:35 수정 : 2012-12-28 09: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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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디저트 카페

부전동 '사르르'의 인기 메뉴인 초코치즈롤(맨 앞)과 아몬드케이크.

올 한 해도 힘차게 달렸다. 돌아보면 기쁜 일도 있었고, 화나거나 슬픈 일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스스로를 토닥거려주고 싶다. 한 해의 마지막을 정성 가득한 디저트로 마무리해 본다. 디저트의 달콤함에 지난 시간의 고단함을 위로 받고, 새해를 위해 기운을 낸다. 개성만점의 디저트를 선보이는 두 곳의 카페를 소개한다.


부전동 '사르르'

케이크 안에 크림치즈 듬뿍
초코치즈롤 깊이 있는 단맛
메뉴마다 최고의 재료 사용

'사르르'라는 상호를 듣는 순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는 매서운 추위도, 한 해를 보낸 아쉬움도 사르르 녹을 것만 같았다.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는 작고 아늑했다. 한 귀퉁이에는 베이킹 클래스가 열리는 교실 겸 주방이 들어서 있다. 정갈한 모양새 덕에 음식에 신뢰가 생겼다.

식욕 충만한 상태로 진열대를 바라봤다. 화려한 모양새의 다양한 케이크가 한껏 뽐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서너 종류의 케이크 몇 조각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소탈한 진열대 앞에서의 당황도 잠시, 케이크 이름을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당근케이크, 녹차갸또쇼콜라, 초코치즈롤….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개성만점의 케이크들이었다.

인기 절정의 메뉴는 초코치즈롤. 초코롤케이크 안에 크림치즈를 듬뿍 넣었다. 진한 크림치즈가 쫀득했다. 초코롤 시트에서는 깊이 있는 단맛이 느껴졌다. 최고의 초콜릿 회사로 꼽히는 '발로나'에서 공급받은 카카오 가루를 사용한다고 했다.

당근 케이크에는 역시 고급 향신료로 꼽히는 넛맥을 넣는다. 녹차갸또쇼콜라는 발로나 산 화이트 초콜릿과 일본의 명차 생산지인 교토 우지지역에서 생산된 녹차 가루가 들어간다. 좋은 재료가 솜씨 좋은 주인을 만나 우아하게 제맛을 발산했다.

탁은정 대표는 일본 도쿄의 유명 제과점인 '일 플루 쉬 라 센느(IL PLEUT SUR LA SEINE)'에서 운영하는 제과학원 출신이다. 거기서 배운 기술을 음식에만 쏟아붓기에 아까워 홈 베이킹 교실도 매일 연다.

고정 메뉴는 서너 가지가 전부다. 여기에 홈 베이킹 교실에서 날마다 새롭게 만든 케이크를 추가해 판매한다. 방문한 날에 먹은 아몬드케이크에는 오렌지가 들어 있었다. 상큼한 오렌지 향과 고소한 아몬드의 조합.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 카페의 모든 케이크는 평범하지 않다.

커피와 차도 파는데, 차이라테가 좀 특별하다. 주문을 하면 홍차에 우유와 열한 가지 향신료를 넣고 끓여서 내놓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초코치즈롤 5천 원, 당근케이크 5천500원, 녹차갸또쇼콜라 6천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2·4주 월요일 쉼). 부산 부산진구 부전 2동 168의 130. 010-2323-9865.


송정동 '벨라루나'의 다양한 초콜릿과 촉촉한 브라우니.
송정 '벨라루나'

디핑·몰딩 등 50여 종 초콜릿
원산지마다 다른 맛 내는
다양한 트러플초콜릿 인기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1990년대 중반에 봤을 때, 이 대사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초콜릿 상자 안에서 쓴맛의 초콜릿을 집더라도 달콤한 맛이 남아 있으니 실망하지 마라'는 의미라고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달콤하지 않은 인생을 상상할 수 없던 나이에, 달콤하지 않은 초콜릿 역시 상상할 수 없었다.

송정의 벨라루나는 '세상은 넓고 초콜릿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송로버섯을 닮은 '트러플(truffel)초콜릿', 아몬드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액상 초콜릿에 가볍게 담갔다가 건진 '디핑초콜릿', 틀 속에 초콜릿을 넣어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럽게 만든 '몰딩초콜릿' 등 총 50여 종의 초콜릿을 선보인다. 
트러플초콜릿의 오리진 시리즈.
트러플초콜릿은 탄자니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산토도밍고(도미니카공화국 수도) 등 원산지에 따라 나눠지는 '오리진 시리즈'가 인기다. 생산지마다 다른 맛을 내는 카카오 가루에 생크림 등을 배합해 총 30여 가지의 트러플을 만든다.

트러플 중에도 신맛을 보려면 에콰도르 산이 적절하다. 강렬한 신맛으로 시작해 달콤함으로 마무리했다. 마다가스카르 산은 진한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퍼졌고, 세인트도밍고 산은 약간의 신맛이 은은하게 차올랐다.

캐나다에서 '쇼콜라티에' 자격을 취득한 박윤희 대표는 "같은 원산지의 카카오 가루라도 생산된 해의 기후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만드는 날의 날씨나 조건에 따라서도 맛이 변한다. 그래서 박 대표는 초콜릿을 까다로운 여자에 비유했다. 비위를 잘 맞춰야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맛있게 변해라'는 주문이 레시피에는 없지만, 초콜릿 맛을 결정하는 초특급 비법이다.

박 대표의 남편인 변성문 대표는 브라우니와 케이크를 담당한다. 상큼한 맛을 입힌 블루베리 브라우니와 촉촉한 식감이 매력적인 얼그레이 브라우니는 초콜릿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트러플 개당 2천500원. 몰딩초콜릿 개당 2천 원. 브라우니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광어골. 051-742-2427.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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