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지? 육질이 느껴지네!!

입력 : 2013-02-21 07:53:00 수정 : 2013-02-21 14: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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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채식 요리 탐방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채식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네콩'의 '버섯크림소스 빈 스테이크'.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조각을 한 입 베어물었더니 콩 맛도 나지 않고 식감과 맛도 좋아 진짜 육고기와 구별하기 힘들었다.

육식을 끊고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많다. 환경보호, 동물에 대한 윤리, 건강상의 이유, 종교…. 어쨌건 채식 인구는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했는지, 최근 부산에는 이탈리아 요리를 채식으로 내놓는 레스토랑이 생겨나는가 하면, 중국음식점에서도 채식 메뉴를 선보여 채식주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맛을 물었더니, '채식이라 알려주지 않으면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제 채식주의자들도 뒤풀이, 회식 때 눈칫밥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일까? 맛도 있고, 개성도 강한 채식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 대연동 채식 이탈리안 '베네콩'

부산 첫 이탈리안 채식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피자
콩 맛 안나고 풍미·식감 좋아

온종일 차량 통행이 분주한 남구 대연동의 대남교차로에서 여성회관 쪽 모통이 건물 2층에 오렌지색 간판의 색감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건강 이탈리안 베네콩'.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건강요리란 뜻일까? 갑자기 우뚝 솟은 느낌의 이 레스토랑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자마자 페이스북의 '부산채식그룹'(Busan Veggie Group)을 들뜨게 만들었다.

이탈리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와 콩고기(고기의 맛과 모습으로 콩을 가공한 것)의 앞 글자를 딴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베네콩'은 콩고기를 이용해 샐러드에서 파스타, 스테이크, 피자는 물론 샌드위치까지 요리해 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콩고기로 만든 소고기와 미트볼, 새우, 햄은 식감과 맛 모두 진짜와 구별이 힘들다. 국내에 유통되는 콩고기와 달리 채식산업이 발달한 대만에서 단독 직수입한 것만 쓴다. 부산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이탈리아 채식 요리인 것이다. 

곡물빵 안에 콩햄과 야채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

'부산채식그룹' 회원과 처음 한 번, 그 뒤에 부산외대 홍보대사 일행과 함께 두 번에 걸쳐 시식회를 가졌다.

우선 식전빵에서부터 놀랐다. 계란과 유제품을 일절 쓰지 않은 채 따끈하게 구운 빵을 내왔다. 곡물만으로 어떻게 이런 고소함을 살렸을까!

이어진 모둠샐러드는 실물과 똑같은 콩버섯, 콩새우, 비프너겟 위에 레몬드레싱을 얹었다.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 수준이다.
시금치와 콩햄을 얹은 '베네콩 스피나치 디아보라 피자'
시금치, 콩햄을 얹은 '베네콩스피나치디아보라피자'에는 치즈가 들어갔다. 비건 수준을 원하면 치즈를 빼고 채소를 풍성하게 얹어 주거나 루콜라피자로 대체해 준단다. 피자의 도(반죽)에도 유제품을 넣지 않고 밀가루로만 빚어 구웠다.

파스타를 시켰는데, 실물과 똑같이 생긴 콩새우를 재료로 칠리새우, 새우크림을 만들어 내왔다. 콩새우가 매콤달콤한 게 그런대로 풍미가 있다.

'버섯크림소스빈스테이크'의 맛을 본 부산외대 홍보대사 허가희(25·여) 씨는 "콩 맛이 전혀 남지 않는 데다, 식감과 맛도 좋아 미리 귀띔해 주지 않으면 콩고기 스테이크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외대 홍보대사 학생들이 채식 이탈리안 요리를 맛보고 있다.

그런데, '베네콩'은 채식만 다루지 않고 진짜 해산물도 쓰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예컨대 모시조개, 바지락으로 만드는 봉골레를 내놓는 것이다. 채식주의자와 일반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랄까.

부산 남구 대연3동 29의 1 2층, 주차 가능,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051-628-3339, www.benekong.com, 런치 특선 A세트(1인분) 샐러드·식전빵·파스타 혹은 피자·커피 혹은 허브티 1만 3천 원, 버섯크림 1만 4천 원, 베네콩스피나치디아보라피자 1만 6천 원, 비프쥬뺘 1만 5천 원, 버섯크림소스빈스테이크 2만 3천 .


■ 초량동 채식 중국요리 '사해방'

코스요리 하루 전 별도 주문
제철 채소 중심 두부·버섯 이용
육류 쓴 중국음식과 차이 없어

초량과 광복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사해방은 만두 맛이 일품이고, 그 때문에 성가가 높다. 하나, 사해방이 채식 요리로 은근히 이름이 알려진 걸 아는 이는 드물다. 대만계 화상인 사해방에 따르면 채식주의자가 많고, 채식 산업도 발달한 대만에서는 채식 중화요리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사해방의 메뉴판에는 '채식요리 코스'가 없다. 하루 전 별도 주문을 넣어야 맛을 볼 수가 있다. 부산역 건너편 상하이 거리에 있는 사해방에서 세 번에 걸쳐 채식 요리코스를 음미했다.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등 자극적인 채소)를 쓰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전통 사찰 음식과 바탕이 유사하다. 
물론 기름으로 튀기거나 볶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찰 음식만큼 담백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통의 중화요리에 비해 식감과 풍미가 전혀 떨어지 않으니 육식을 하지 않는 취지를 살리는 대안으로 마침맞다. 다시 말하면 '꽤 먹을 만한' 중국요리인 것이다.

채식코스 요리의 주 재료는 제철 채소류를 중심으로 계절마다 바뀐다. 다섯 가지 요리가 나온 끝에 우동 혹은 볶음밥으로 마무리된다. 

튀긴 두부에 굴소스를 얹어낸 두부요리, 이어 자연산 송이버섯과 죽순 볶음, 옥수수가루 옷을 입혀 튀긴 표고버섯 탕수는 여느 중국 요리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익숙한 중화요리의 맛 그대로가 살아있다. 무 채를 뭉쳐 밀가루 옷을 입힌 뒤 튀긴 무 완자도 입에 맞고, 얇게 썬 감자채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일부 요리가 알싸한 건 고추기름 때문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강약조절이 되어 구미가 당겼다. 다만, 우동 국물과 볶음밥에는 계란이 들어가 있어 비건일 경우에는 먹을 수가 없다.

부산 동구 초량2동 553의 3. 051-463-9883∼4. 채식 코스요리 1인분 3만 원부터. 그 외 일반 메뉴=자장면 4천 원, 삼선짜장 6천 원, 물만두·찐만두 5천 원.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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