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식 샌드위치 '파니니' 먹어 봤니?

입력 : 2013-03-07 07:52:33 수정 : 2013-03-07 14: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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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법 천차만별이라던데 개성 있게 잘하는 곳은 어디?

빵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놓고 그 위에 카망베르 치즈를 뿌린 뒤 다시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그릴에서 구워낸 서면 '빠니니식당'의 허니까망베르파니니.

미국식 샌드위치에 질려서일까. 요즘 이탈리아식 샌드위치 '파니니'가 알음알음 인기를 얻고 있다. 올리브 오일로 볶은 각종 야채나 햄, 소고기 등을 넣고,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따끈하게 조리해 내놓는 파니니는 식사대용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이탈리아 음식이 지역별 편차가 큰 것처럼 파니니도 요리법이 천차만별이다.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파니니는 치아바타(ciabatta) 빵을 쓰기도 하고, 피자 도(반죽)를 감싸듯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파니니 가게 두 곳을 다녀왔다.


파니니 부산 대중화 기여해 '뿌듯'

■서면 카페거리 '빠니니식당'



서면 카페거리에 위치한 '빠니니식당'은 파니니 전문점으로는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남편과 함께 로스팅카페 '애드5그램'을 운영하던 김윤희(32) 씨가 커피의 사이드메뉴로 파니니를 내놓다가 지난 2011년 12월 아예 옆 가게에 전문점을 차려 독립했다.

당시만 해도 파니니는 단지 신기한 먹거리일 뿐이었다. 낯설고 입에 맞지 않다 보니 손님들이 파니니를 다 먹지 못해 남기기 일쑤였다. 그릴에 빵을 굽는데 15분씩 걸리는 것을 서비스 부족으로 오인해 항의를 퍼붓는 것도 예사였다. 그러다 보니 주문을 받을 때마다 일일이 음식을 설명하는 데 진땀을 흘려야 했다.

1년여가 지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파니니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거나 체인 빵집에서도 파니니를 내놓을 정도로 눈에 띄게 대중화된 것이다. 젊은 층에 한정되던 고객들은 가족 단위나 중장년층으로까지 넓어졌다. 음식을 남기거나 늦게 나온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잦아들었다. 구구절절 설명해 줄 필요도 없어졌다. 주말과 휴일에는 줄을 서고, 밤늦게까지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확실히 마니아층이 두꺼워졌다. 그래서 빠니니식당 측은 초창기에 파니니를 부산에 소개하고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단다.

이 가게는 전통적인 치아바타 빵을 쓴다. 치아바타는 이탈리아 말로 납작한 슬리퍼라는 뜻. 슬리퍼처럼 생긴 두 빵이 찰싹 달라 붙어 있고 그 속에 여러 재료가 들어 있다. '빠니니식당'의 치아바타 빵의 겉은 바삭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씹는 재미가 있다.

단호박매운고추파니니를 주문했다. 호박의 단맛과 고추의 매콤함이 신기하게 어우러졌다. 한입 베어물면 빵 겉 부분이 바삭거리면서 깨지는 식감이 좋다.

허니까망베르파니니는 달콤하다. 빵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놓고 그 위에 카망베르치즈를 뿌린 뒤 다시 모차렐라 치즈를 얹었다. 그릴에서 구워지는 동안 치즈와 빵이 한 덩어리가 된다. 접시바닥에 깔린 꿀에 찍어 먹으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1인분으로는 조금 많은 듯했다. 세 명이 가면 파니니를 두 개 시키고 추가로 샐러드를 시켜 나눠 먹어도 좋을 듯싶었다. 커피는 파니니와 함께 시키면 할인 혜택이 있다.

실내 천장의 노출 콘크리트, 골동 느낌의 벽면 그리고 언제나 낮게 흐르는 라틴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느낌은 파니니를 다 먹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도서관 건너편 골목 전포성당 가기 전. 051-818-9147. 월요일 휴무. 갈릭머쉬룸파니니, 허니까망베르파니니, 단호박매운고추파니니 각각 8천500원, 베지테리언(채식용)파니니 8천 원, 아나나스코티지샐러드 7천 원, 드립커피 5천 원, 생과일주스 6천 원. 
 

송도해수욕장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는 피자 도(반죽)를 오븐에 구운 뒤 볶은 가지, 호박을 말아서 내놓는다. 카프리식 샐러드를 별도 주문해 곁들였다.

이탈리아 요리의 품격 느껴 보세요

■송도해수욕장 '아미치'


송도해수욕장 방파제 쪽에 위치한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는 치아바타 빵 대신에 피자 도(반죽)로 파니니를 만든다. 주문이 들어오면 반죽을 시작해서 오븐에 도를 굽고 볶은 야채를 말아서 내놓는다. 트인 주방 안에서 주인이 분주히 움직여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라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미치의 파니니는 딱 한가지다. 올리브유를 듬뿍 써서 신선한 가지와 호박을 볶는다. 소금간만 약간. 원형 반죽을 오븐에 구워낸 뒤 그 속에 야채를 말아 넣고는 그 위에 파마산 치즈를 뿌려낸다. 파마산 치즈 때문에 약간 짭조름한 맛이 나는게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여하간 미국식 샌드위치와는 확연히 다른 '요리'의 품격이 물씬 느껴진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가 어우러진 카프리식 샐러드를 별도로 주문해서 함께 곁들이니 파니니의 풍미가 더 살아났다. 분위기나 시간에 따라 와인을 곁들여도 좋겠다. 아미치는 꽤 단골이 많은 집인데, 오너셰프 이지수(43·여) 씨에 따르면 "파니니의 맛을 한번 본 단골손님은 꼭 다시 주문한다"고 전했다.

이 집 파니니에는 단점(?)이 있다. 성인 두 명이 나눠 먹어도 될 정도로 제법 양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두세 명이 갔을 경우 양을 감안해 다른 요리와 적절히 안배하는 게 좋겠다.

※부산 서구 암남동 풍림아이원상가 1층. 051-244-4359. 수요일 휴무. 파니니 2만 3천 원, 카프리식 샐러드. 1만 3천 원.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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