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해쑥 내음에 살아있는 육질이 일품

입력 : 2013-03-21 07:47:14 수정 : 2013-03-25 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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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서호시장 내 분소식당의 도다리쑥국(왼쪽)과 부산 서면 종가집의 도다리쑥국.

남해안 지방에서는 이른 봄에 언 땅을 뚫고 파릇한 새싹을 내미는 해쑥을 같은 시기 지천으로 잡히는 도다리와 함께 끓였다. 이 도다리쑥국은 생동하는 봄의 시작을 알렸다. 이 계절별미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지금은 원조 거제와 통영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즐기는 봄의 미각으로 자리를 잡았다. 표준명칭을 써서 '가자미쑥국'으로 부르면 왠지 느낌이 살아나지 않으니 도리없이 '도다리쑥국'으로 부를 수밖에.

통영연안여객터미널 앞 서호시장 내 분소식당. 이곳은 어머니의 손맛을 딸이 이어받아 30여 년째 도다리쑥국을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6시께 수협의 새벽 공판이 끝난 직후 분소식당을 찾았더니 고기 손질에 한창이었다. 활어로 들여온 도다리, 즉 문치가자미를 바로바로 잡아서 국을 끓여낸다. 지느러미살이 탱글탱글한게 육질이 살아 있다.

■ 도다리쑥국 통영 vs 부산

통영, 무 넣고 담백하게 끓여
부산, 들깨·멸치 육수 구수한 맛


된장을 조금 풀었다지만 도다리와 쑥, 무만 넣어 끓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담백하고 '맑은 탕'이다. 새로 자란 여린 쑥의 향은 그윽하게 살아있다. 알과 곤이를 씹는 맛도 좋다.

주인 설명으로는 도다리쑥국은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단다. 도다리가 산란을 해 버리는 4월 이후가 되면 잘 안 잡히고 가격도 오르는 데다, 그즈음 쑥은 억세져서 먹을 수가 없으니 도다리쑥국을 끓이려야 끓일 수가 없어서다.

부산에서도 많은 횟집과 음식점에서 도다리쑥국을 계절별미로 취급하고 있지만 서면 영광도서 앞 종가집은 들깨가루를 함께 풀어내 독특한 맛을 낸다. 주인이 밀양 출신인데 어려서 봄 쑥국을 해 먹던 식이란다. 맷돌에 간 마른멸치로 육수를 내고 생들깨가루를 풀어 쑥국을 끓여 먹었다는 것.

요즘은 자갈치에서 많이 위판되는 용가자미(포항가자미)로 쑥국을 끓여낸다. 크지 않으면 맛이 나질 않아 큰 놈만 쓴단다. 살을 엇비슷하게 썰어내 국물이 잘 우러나게 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자랑이다. 된장과 쑥, 들깨가루의 궁합이 제법 맞는다. 특히 들깨가루 덕분에 국물이 구수하다.

※분소식당=경남 통영시 서호동 177의 430. 통영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서호시장 내. 055-644-0495. 도다리쑥국, 도다리매운탕 1만 2천 원.

※종가집=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474의 118. 서면 영광도서 건너편 골목길 안쪽. 051-816-3677. 도다리쑥국 1만 3천원.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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