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서면시장 '리우동'

입력 : 2013-03-28 07:50:47 수정 : 2013-03-28 14:33:0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우동집 간판에 딴판인 메뉴, 그래도 북적이는 이유는?

서면시장 안에 독특한 밥집이 있다. 간판은 우동집인데 메뉴는 영 딴판이다. 먹을 수 있는 우동 메뉴는 달랑 하나. 볶음우동(사진)이다. 나머지는 다 그날그날의 메뉴가 등장한다.

지난 겨울엔 굴매생이국이 인기를 끌었고, 얼마 전까진 알대구탕이 국솥에서 끓었다. 지금은 도다리 쑥국과 생선 매운탕이 주인공이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로 저녁이면 자리 잡기가 힘들다. 일본식 바 형태의 자리가 대부분이지만, 한쪽에 4인용 식탁 두 개가 있다. 주당들은 이 자리를 선호한다.

리우동에 두 번 갔다. 한번은 볶음우동에 참돔이 들어간 생선찌개를 먹었고, 또 한번은 도루묵찌개를 먹었다. 도루묵찌개는 네 명이 가서 하나를 시켰고, 한 명이 뒤늦게 더 왔지만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시원하면서도 맛이 깊었다.

이 집 메뉴의 비결은 결국 사장의 손맛. 이명수(47) 사장은 군대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요리만 했다. 지난해 9월 리우동을 열기 직전까지 대형 뷔페에서 일했다. 큰딸이 대학에 들어가자 개인사업을 하기 위해 서면시장 안에 가게를 냈다. 이곳에 가게를 낸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가 싸기 때문.

"도로 쪽으로 한 발짝만 더 나가도 임대료가 말도 못하게 비싸죠. 시장 안이지만 그래도 서면이라 유동인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이 사장의 예상이 적중했는지, 밥맛이 좋은지 손님들이 북적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부로 알고 있지만, 동업을 하는 김숙(48) 씨는 예전에 뷔페에 근무할 때 이 사장의 부하 직원이었다. 창업을 하며 서로 의기 투합해 같이 가게를 열었다.

이 사장에겐 지난해 늦은 결혼식을 올린 1급 지체장애인 부인이 있다. 슬하엔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도.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는 이 사장의 부인이 나와서 김밥을 말았지만 아무래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식재료는 부산 전통시장의 최고 반열인 인근 부전시장에서 구한다. 오랜 요리사 이력이 있어서인지 이 사장의 눈썰미가 좋다. 당일 신선한 재료가 보이면 바로 그날 주메뉴가 된다.

밥도 가마솥에다 한다. 찰현미와 콩류를 넣어 짓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볶음우동은 신선한 해물을 넣고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로 양념을 해 담백하고 매콤하다. 전라도 화순 출신의 김숙 씨가 손으로 버무려 내놓는 겉절이는 공짜라서 더 맛있다.



볶음우동(5천 원), 한방닭백숙(6천 원), 생선매운탕류(7천 원), 서면시장 1층. 051-803-8133.

이재희 기자 jaehee@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