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민락동 '거제횟집'

입력 : 2013-04-11 07:50:21 수정 : 2013-04-11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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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 뿌려진 '황금 막장'에 후한 인심까지 일품

생선회는 섭렵했다고 자부했는데 허를 찔린 기분이다. '황금 막장'이라니! 기상천외하고, 입이 쩍 벌어진다. 생선회에 따라 나온 건 분명 막장인데, 색깔이 거무튀튀한게 어딘가 남다르다. 그 위로 눈부신 금박이 한 움큼 올려져 있으니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대비된다. 금가루가 뿌려진 막장이라.

내로라하는 횟집이 즐비한 광안리 회센터에 있는 '거제횟집'이 '황금 막장'이란 회 소스를 내놓고 있다해서 확인차 찾아갔다. 건물 2층에 자리한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광안리 앞바다에서 멀리 남천동까지 내려다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회 코스를 주문하니 먼저 식욕을 돋우는 전복, 개불, 성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인심 후하게 나왔다. 따라 나온 막장, 초장, 간장, 고추냉이는 여느 횟집과 같다. 주인공은 나중에 나오는 법. '황금 막장'은 본 메뉴인 줄돔과 농어회와 함께 등장했다.

누런 금박은 우선 시각적인 자극을 줘 식욕을 끌어올린다. 고급 복어회에 금박을 올려 먹긴 하지만, 이렇게 금박을 올린 막장에 찍어 먹는 회맛은 대체 어떤 것일까.

한 입 넣어 조심스레 씹었다. 보통의 막장보다 담담하다. 즉, 덜 짜고 부드럽다! 어딘가 쌉싸름하면서도 갯내음이 숨어있는 듯 느껴진다. 혀를 덜 자극하니 회 육질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종현(34) 사장이 "자연 해산물 재료를 발효와 숙성을 거치고, 이를 된장과 배합하는 비율을 조절해 막장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색깔이 거무튀튀해진 것도 재료 때문이란다. 자체 개발한 막장에 식용금박을 올린 건 '보는 맛'을 더하기 위해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 서울말씨다!

이력이 독특하다. 서울 태생으로 대학까지 서울에서 마쳤는데 우연히 부산회에 반해 무작정 부산 친척이 운영하는 횟집에 취업했다. 회칼을 잡기까지 순탄치는 않았다. 멍게 까고 무만 깎는 인고의 견습생 세월을 거쳐 지난 2007년 광안리에 자신의 횟집을 차렸다. 그런데 서울 가족들이 부산 횟집에서 나오는 막장이 너무 짜고 맵다면서 먹기 거북해하는게 아닌가. 짜지 않고 부드러운 소스! 이게 '황금 막장' 개발의 출발점이 됐단다.

설명을 듣고 두 막장을 비교시식해 보니 확실히 기존 막장이 짜다. 새 막장을 내놓자 초장에 막장, 고추냉이를 두루 섞는 대신 '황금 막장'만으로 먹는 손님이 늘었단다.

후한 인심도 이 집의 미덕이다. 회가 좀 모자란다는 신호를 보내면 넙치(광어)를 접시째 리필해준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181의 145. 세원모텔 2층. 051-757-1818. 오전 11시∼오후 11시(평일) 코스 A 5만 5천 원, B 4만 5천 원, C 3만 5천 원. '황금 막장'은 B코스 이상 제공.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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