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치고 숯불에 고기 굽는 낭만, 도심에서도 누린다!

입력 : 2013-05-09 07:49:25 수정 : 2013-05-09 14: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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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숲을 뒤로 한 채 해운대 야경을 바라보는 웨스틴조선호텔의 '캠핑앤그릴'에서는 도심 속 캠핑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캠핑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로 식도락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야생의 상황에서 합심해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해 먹을 때 공유되는 강한 유대감과 만족감! 쾌적한 아파트 실내에서 절대 누릴 수 없는 묘한 매력이 거기에 있다. 장비와 먹거리를 잔뜩 싣고 일상을 탈출하는 오토캠핑 마니아가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야영을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유사한 체험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도심 업소에서 제공한 텐트이긴 하지만 바베큐 숯불을 피우면서 야영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귀차니스트' 의 도피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그 나름의 이점도, 운치도 있는 이 '도심 캠핑 외식'은 특급 호텔의 부대 서비스로 처음 선을 보였다가 일반 전문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에서 도심 캠핑을 만끽할 수 있는 북구 덕천동 '캠핑락'과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 '캠핑앤그릴'을 다녀왔다.

도심 캠핑

북구 덕천동 '캠핑락'
파라솔·각종 장비로 분위기 살려
바비큐 세트에 '비어캔 치킨' 별미

웨스틴조선호텔 '캠핑앤그릴'
동백섬 숲·해운대 경관 장점 활용
텐트 안에서 비 오는 날 운치 즐겨
덕천동의 건물 실내에 위치한 '캠핑락'
■도심 실내에서 '캠핑 맛보기'

'캠핑락'은 '도심에서도 야영하는 기분으로 외식을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곳이다. 전화문의를 했더니 오토캠핑장처럼 실내를 구성하고, 그릴로 만드는 '비어캔 치킨'을 비롯해 야전 메뉴를 골고루 갖췄단다. 대체 도로변 건물 2층 실내를 어떻게 꾸몄을까 궁금했다.

덕천동이지만 화명동 경계라 '화명동 캠핑락'으로 불리는 이 가게에 들어섰더니 실제 다마스 차량의 앞 부위로 만든 계산대가 반긴다. 오토캠핑장 느낌을 살린 것이다. 실내 정중앙에 7∼8인용 거실형 텐트 2동이 떡하니 쳐져 있고 그 양옆으로 파라솔존과 타프존이 붙어 있다.

테이블과 조명, 식기, 그릴도 모두 정식 캠핑 장비. 심지어 수저와 가위, 집게 따위도 캠핑 가방에 담겨 나오고, 주류와 음료수는 아이스박스로 배달된다. 취사 연료로 가스를 쓰지 않고 오로지 숯불만 고집한다. 이쯤 되니 비록 실내지만 야영장에 온 듯한 느낌이 살아 있다. 같은 고기도 야외에서 구워 먹으면 더 맛이 있는 법이니, 일단 그 '기분 맛'이 더해지는 것이다.

나온 음식을 보니 상차림에 꽤 신경을 쓴 눈치다. 캠핑 요리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바비큐. 육류와 해산물, 소시지로 다양하게 세트 메뉴를 구성했는데, 이 중 소고기로는 시중에서 보기 힘든 호주산 와규(일본 흑우)를 내놓았다. 점심 특선 '대나무통훈제'는 돼지고기를 대나무통에 넣어 화로에 찐 것인데 잡냄새와 기름기가 쫙 빠져 별미다.

캠핑 요리로 각광을 받는 비어캔 치킨은 도심에서 맛 보기 어려운 호사 중 하나다. 양념한 통닭 다리 사이에 개봉한 맥주캔을 꽂고 캠핑용 그릴의 숯불에서 1∼2시간 푹 구워내는 요리. 숯불의 열기에 맥주가 증발하면서 살에 스며드니 육질은 부드러워지고, 기름기는 쏙 빠져 바삭해졌다. 그 맛은 시중에 파는 '치킨'과 비교하기가 어렵다.
덕천동의 건물 실내에 위치한 '캠핑락' 캠핑락은 지난 2011년 말 경성대 앞에 문을 열었다가 지난 3월 현재의 덕천동으로 옮겼다. 박지원(36) 사장은 "캠핑을 다니면서 그 지역 마트를 들러 한우나 해산물을 사서 먹곤 했는데 그런 식도락의 즐거움을 부산 도심에서도 구현해 보자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특정 지역의 특산물만으로 메뉴를 갖춘 이벤트와 함께, 캠핑락 실내에서 1박2일을 지내는 야영 체험 이벤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또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스태프 동료였던 김담영(35), 심병근(37) 씨와 의기투합해 이달 중순에는 해운대경찰서 뒤편에 2호점도 열 예정이다.



※부산 북구 덕천동 590의 1 보승빌딩 203호. 1566-2067. 오전 11시 30분∼자정. 세트 메뉴(와규, 목살, 소시지, 새우 조합) 2만 8천∼4만 4천 원, 점심 특선 대나무통훈제 1만 원, 비어캔 치킨 3만 원(하루 전 예약)

웨스틴조선호텔의 '캠핑앤그릴'
■동백섬과 밤바다에 둘러싸여 이색 체험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의 운치, 혹은 쾌청한 달빛 아래 은근한 봄날 밤공기에 둘러싸인 텐트 속 밤은 깊어간다. 그런데 텐트 바깥으로 한걸음 나가는 순간 맞닥뜨리는 도시의 야경!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의 '캠핑앤그릴'은 동백섬 쪽 숲에 둘러싸여 숨어 있는 듯한 위치(그래서 장소명이 '시크릿 가든'이다)라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일상과 동떨어진 딴 세상을 체험한다. 하지만 반대쪽으로 해운대해수욕장이 한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니 이색적인 공간이랄 수밖에! 캠핑장 입지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도시의 야경에 접해 있으니 '도심 캠핑'의 묘미를 잘 느끼게 되는 것이다.

캠핑 장비들은 모두 프리미엄급이다. 초보자들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워 요리를 할 수 있다. 지붕을 여닫아 환기하는 인디언 주거 공간을 응용한 '인디언 텐트'여서다. 날이 좋으면 프리미엄급 조리 장비 일체를 텐트 밖에 옮겨 놓고 해운대 바다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야외 바비큐를 즐겨도 좋지만, 비가 와도 텐트 안에서 요리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이다.

텐트 안에는 야전 침상이 있어 누워서 쉴 수도 있고, 전기 콘센트를 이용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게 배려했다. 이 같은 편리함 때문에 가족 이벤트, 연인들의 프러포즈, 외지인 기념사진 촬영용으로 찾는 이들이 많단다. 가격은 조금 부담이 되지만 특별호텔에서 준비한 식재료라 만족감은 높다. 양갈비, 소갈비, 돼지목살 등 육류와 바닷가재와 전복, 가리비 등 해산물은 모두 신선하다. 계절별로 한우갈비, 안심 양념구이도 나온다.

캠핑 장비가 편리해 손님 스스로 요리가 가능하지만 서툴다 싶었는지 셰프가 와서 거들어 준다. 친절하고 입담이 좋다. 우중 캠핑의 운치를 즐기려 비가 오는 날이면 곧잘 오는 여성 단골, 프러포즈를 하러 와서 꽃으로 장식을 해 놓는 남자 손님 등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듣다 보니 어느덧 텐트 주변은 어둠이 짙게 깔렸다.

"저의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음악을 틀어 주실 수 있을까요?" 평소 듣는 애청곡들이 나지막이 흘렀다.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분위기다. 특별한 사람들과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시크릿가든. 051-749-7437. 오후 6시∼오후10시. 주말, 휴일 점심 정오∼오후 3시. A코스(1인 8만 5천 원): 양갈비, 소고기 립아이, 전복 등, B코스(7만 5천 원) 소고기 립아이, 해산물 등, C코스(6만 5천 원) 돼지 목살 등. 계절 코스(11만 원). 세금 포함.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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