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초량동 '포향호채'

입력 : 2013-05-16 07:51:35 수정 : 2013-05-17 1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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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만두에 '엄마의 손맛' 오롯이

반죽한 밀가루를 얇게 펴고 그 위에 고기와 야채로 만든 소를 올린 뒤 각종 모양으로 감싸 증기에 쪄낸 음식. 이걸 우리는 '만두'로만 통칭하지만 중화권에서는 모양에 따라 교자(餃子), 소롱포(小籠包), 포자(包子) 등 가지각색이다. 밥에 버금가는 '끼니'이자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되는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부산역 건너편 상해거리에는 추억과 명성의 더께가 앉은 중국음식점들이 즐비하고, 그중 명불허전의 만두맛을 자랑하는 곳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그 노포들의 틈바구니 속에 등장해 중화권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의 미각까지 자극하고 있는 신예가 있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화교 3세인 왕지유(36·여) 씨가 지난 2011년 문을 연 '포향호채'(包香好菜)가 그 주인공. 부산화교학교 영어교사직을 버리고 식당을 열었다. 지금은 한국해양대에서 해양법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화교사회 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가게 입구의 한편은 만두 찜기가 노상으로 돌출되어 있어 주종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상호의 뜻은 '향기롭고 맛있는 만두(包)와 요리(菜)'란다. 중화요리를 모두 다루지만 그중 만두가 가장 자신 있다는 것이다.

새우찐만두의 모양이 묘하다. 길쭉한 교자 모습이긴 한데 만두 피의 주름잡힌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크루아상빵 비슷하기도 하고, 나뭇잎이 연상되기도 했다. 소로 들어간 새우가 씹히는 맛이 나는 것은 광동식인가?

소롱포는 상하이 혹은 대만식 딤섬이다. 정성껏 둥글게 말아올려 빚어냈다. 중국 만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의 뜨거운 육즙을 즐기는 맛도 쏠쏠하다. 쪄낸 직후 통째로 씹었다가는 뜨거운 육즙 때문에 입천장을 델 수 있으니 요주의!

만두를 만드는 과정에 기계를 일절 쓰지 않고 손으로만 빚었다. 중국 유학생들은 '엄마의 손맛'을 느끼며 향수에 젖는단다. 중국과 대만, 홍콩의 각기 다른 만두 맛을 두루 비교연구한 끝에 레시피를 개발한 덕분이다. 한국사람들이 익숙한 만두맛과 분명 다른 맛인데도 우리 입에도 묘하게 맞는다. 글로벌화된 만두맛?

입속이 니글거리는 걸 눈치챘는지 주인장이 고량주를 내왔다. 빛깔이 희지 않고 우롱차 색을 띤다. 달짝지근하고 향도 강했다. 도수 56도. 집에서 한약재를 넣어 빚은 가양주(家釀酒)다. "너무 귀해 아무에게나 내놓지는 못해요." 그 맛에 감질이 났는지 함께 맛본 일행은 이튿날 해거름에 득달같이 달려가 한잔 더 청했다나 어쨌다나….



※부산 동구 초량1동 610의 2. 연중 무휴. 오전 11시30분 ∼오후 9시 전후. 새우찐·군·물만두, 소롱포, 왕만두 각각 5천 원. 포장 가능. 051-466-6988.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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