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기장 칠암 '구용가'

입력 : 2013-06-06 07:55:09 수정 : 2013-06-07 09: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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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붕장어추어탕 입맛 당기네

기장 칠암은 붕장어(속칭 아나고)의 고향이다. 지천으로 나는 붕장어는 소금을 뿌려가며 구워 먹어도 좋고,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는 명실상부 '부산의 맛'으로 꼽힌다.

또 한 가지, 여름이 돌아오면 슬슬 각광받는 게 붕장어추어탕이다. 가마솥에 붕장어를 넣고 4시간 이상 푹 끓여 내면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과 겉모양이 비슷해지는데,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 되는 것이다.

붕장어추어탕을 지난 2005년부터 내놓고 있는 칠암리 이장이자 '구용가' 박용주(55) 사장은 "마을 행사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탕을 대접하려다 미꾸라지를 구하지 못한 바람에 칠암의 명물인 붕장어로 탕을 끓여냈다"고 유래를 설명했다. 그는 양식이나 수입산이 많은 미꾸라지보다 자연산 붕장어를 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붕장어 예찬론을 폈다.

붕장어 육수에 된장, 시래기, 땡초, 마늘을 넣고 끓인 뒤 밀가루와 산초를 조금 넣어 완성해 내는데,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깔끔한 게 별미라고 소문이 났다.

펄펄 끓는 탕 위에 방아잎을 살풋이 얹어 줘야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과 달리 서울, 경기 쪽 손님들은 방아의 자극적인 향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말썽(?)이 나기 전에 미리 차량 번호나 말투로 눈치를 살펴 외부 관광객인 것 같으면 아예 고명을 안 올려 준다고.

"칠암에서는 예로부터 말미잘과 붕장어, 먹장어(꼼장어)를 넣어 끓인 십전대보탕이나 붕장어내장탕, 샤부샤부를 술안주로 즐겨 먹었습니다." 박 사장은 붕장어를 재료로 한 칠암의 가정요리가 많다고 소개했지만, 아쉽게도 이 음식들은 메뉴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이어서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구용가'는 다양한 오리 요리도 내놓는다.

솔잎을 깔고 구워낸 오리날개구이는 닭다리처럼 쫄깃하게 씹힌다. 익으면서 살이 수축해 양쪽 끝 뼈가 드러나는 바람에 '덕윙' 모양이 만들어지는 게 볼수록 신기하다.

가시오갈피, 당귀, 월계수잎 등을 넣어 삶은 한방오리전골의 살점은 부드럽게 씹히고, 오리뼈를 추려내고 살을 압착, 급랭한 것을 기계칼로 썰어낸 '오리삼겹살'은 영락없는 대패삼겹살 모양과 맛이 났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148의 1 칠암초등학교 입구. 가마솥 붕장어추어탕 7천 원, 오리날개구이 대 3만 5천 원, 소 2만 5천 원, 오리대패삼겹살 한 접시 2만 원. 051-727-0457.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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