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은 물론 숙취 해소에도 그만인 옻닭과 오리!

입력 : 2013-06-06 07:55:18 수정 : 2013-06-07 14: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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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횟집촌에 있는 백숙집 '학골'은 옻오리백숙에 문어와 전복을 넣어 바다와 땅의 진국을 우려낸다.

바야흐로 보양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빠져나간 기력을 고깃국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며 보충! 이게 바로 이열치열의 원리다. 복달임에 좋은 음식은 닭백숙, 삼계탕인데, 요즘은 건강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오리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광안리, 부산에서 한 시간 거리인 경남 진례 평지마을 백숙촌을 찾았다. 숙취 해소에도 그만인 옻닭, 오리 요리를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맛을 보았다.


■광안리 '학골'

옻·뽕나무 백숙에 문어까지
육지·바다 만나 시원하고 진한 맛

부산 해운대에 있는 광고대행사 '참콤' 양진일(44) 사장은 숙취로 고생할 때면 꼭 광안리로 향한다고 했다. 해장 음식으로 칼칼한 생선매운탕도 좋겠지만, 실은 시원한 옻닭 육수를 찾아서라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뜨거운 옻국을 마시고 나면 뱃속이 후끈 달아오르며 기운이 납니다."

광안리 횟집촌에 왠 백숙집? 뜨악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실제 계간지 '안녕 광안리'가 뽑은 '광안리스럽지 않은 집' 세 곳 중 으뜸으로 꼽히기도 했단다. 맛으로 정평이 나 있고 단골을 꽤 거느리면서 횟집촌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남부경찰서 광안지구대 앞에 있는 백숙집 '학골'이 그 주인공.

옻과 뽕나무를 우린 물에 닭과 오리를 삶아내는 4가지 조합은 익숙한데, 문어 추가를 선택지로 해 놓았다. 역시 갯가답다! 바다와 땅의 맛이 어우러지면 어떨지 궁금해서 옻오리백숙에 문어·전복 추가 세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앞서 나온 입가심용 반찬들의 행렬이 심상찮다. 가짓수가 10개가 훌쩍 넘는다.

감·연근·고추·마늘·부추지는 새콤하게 잘 익었다. 부추에서는 명이나물 맛이 났다. 무 초무침과 묵 무침은 식욕을 자극하며 침샘을 바쁘게 했다. 그냥 새콤달콤한 게 아니라 은근한 깊이가 느껴져 물었더니 박경례(55) 사장은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가 비결이란다. 또 소금으로 간한 음식들에서 묘한 감칠맛이 돌았는데, 갖은 재료를 우려 만든 맛국물을 졸인 뒤 소금을 넣고 볶은 소위 '천연조미소금'을 쓰기 때문이다.
광안리 횟집촌에 있는 백숙집'학골'의 박경례 사장이 문어, 전복을 곁들인 옻오리백숙을 선보이고 있다.
물도 그냥 생수가 아니라 볶은 우엉과 무, 오가피 열매를 넣어 끓여낸 것이다. 도심 음식점에서 이 정도로 손품을 들이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레슬링협회 소속 국제심판위원을 역임한 남편 김오식(67) 씨가 백숙상을 차려내왔다. 먼저 뜨거운 옻국물을 들이켰다. 그냥 옻국물이었다면 시원하기만 했을텐데, 문어의 육수가 배어나와 진한 맛이 더해졌다. 경북 영천의 직영 농장에서 놓아 먹인 닭이라 육질이 쫄깃해 씹히는 맛이 남다르다.

"소금에 찍어 드시지 마세요!" 백숙을 찢어주던 박 사장은 3년 이상 익은 묵은 배추·파김치에 싸서 먹으라며 손수 싸서 건넨다. 곰삭은 김치의 시원함이 기름진 살이 느끼하지 않게끔 입을 가셔주니 질릴 새가 없다. 옻향이 은근한 옻막걸리를 곁들여 먹다 보니 순식간에 접시가 바닥났다. 3인분이라지만 4명이 먹어도 될 듯했다. 가끔 지네나 독사를 먹고 털이 왕창 빠진 닭이 나온다는데, 시식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35의 26. 닭=옻닭, 뽕나무백숙 각각 4만 3천 원, 전복 가격 별도, 옻삼계탕 1만 2천 원. 오리=뽕나무백숙, 옻오리백숙 각각 4만 3천 원, 전복·문어 가격 별도. 옻막걸리 1만 원. 051-758-6349. 1시간 전 

경남 진례의 평지마을 백숙촌 `성림가든`의 옻닭은 토종닭이라 육질이 쫄깃하고 옻국물이 시원하다.
■진례 평지마을 '성림가든'

'옻밥'을 국물에 말아 먹어
음나무 백숙 시원한 국물 별미


경남 창원와 김해 진례를 가르는 대암산(669m)과 비음산(510m)은 물결능선으로 이어져 있는데, 산세도 아름답고 꽃 보는 재미도 좋아 산행객들이 몰린다. 거미줄처럼 엮인 임도에 도전하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의 단골 라이딩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능선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두 산이 겹쳐진 곳에 그림 같은 시골 마을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진례 평지마을 백숙촌이다.

1970년대 마을 아래에 평지저수지가 축조된 뒤 찾아온 낚시꾼들을 상대로 촌닭을 팔기 시작하던 농가들이 자연스레 백숙촌으로 발전해 지금은 18곳으로 늘어났다. 진영 갈비, 불암 민물장어, 화포 메기국, 김해 뒷고기 등과 함께 '김해의 맛'으로 명성이 자자한 덕분에 주말이면 정체가 일어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마을 이장집인 '성림가든' 평상은 높고 넓었다. 유유자적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무그늘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힐링이 따로 없다.

옻닭이 나오기 앞서 차려낸 반찬은 풍성했다. 농장에서 키워낸 푸성귀로 정성껏 만든 산초김치, 미나리지, 돌나물 물김치, 머위쌈과 나물…. 
머위에 옻닭을 싸 먹으면 씁쓰레한 맛과 잘 어울린다.
"옻닭은 국물이 최곱니다. 부산경남 분들은 아주 좋아하시는데 다른 지역은 별로 안 즐기는 것 같아요."

2대째인 송두혁(33) 사장이 옻국물에 '옻밥'을 말아먹어 보라고 권한다. 죽은 안 나오고 왠 '옻밥'? 옻백숙 끓일 때 보자기에 찹쌀을 넣어 만든 것인데, 옻물이 들어 누르스름하다. 크기나 모양은 거의 왕찐빵이다. 죽 대신 '옻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게 평지마을식이다.
보자기에 찹쌀을 넣어 백숙과 함께 끓여낸 '옻밥'.
"닭가슴살은 퍽퍽하니깐 찢어서 옻밥에 올리거나 국물에 넣어 고명처럼 드셔보세요." 젊은 사장은 가끔 가슴살만 덩그렇게 남긴 손님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맛있게 먹는 법을 일러준다.

또 하나, 평지마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이 '음나무 백숙'. 마을 주변에 지천으로 자라는 음나무로 끓이는데, 시원한 국물로 유명하다.

평지마을 백숙촌 업소들은 한림의 농장에서 키운 쫄깃한 육질의 토종닭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어느 집을 찾더라도 고기맛의 편차는 크지 않다. 다만 손맛과 정성에 따른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남해고속도로 진례진영IC에서 차로 10분 거리.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지척이고, 봉하마을과 김수로왕릉까지도 가까워 가족 나들이에 좋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신안리 901. 055-345-5232. 닭=옻닭, 음나무백숙, 촌닭백숙 각각 4만 원, 오리=오리불고기 3만 5천 원, 옻오리·오리백숙·오리탕 각각 4만 원. 부산도시철도 사상, 동래, 하단역까지 45인승 버스 송영(요금 5만 원). 1시간 전 예약 필수.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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