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평동 '참맛고을'

입력 : 2013-07-18 08:01:06 수정 : 2013-07-18 15: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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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는 착한 밥집

보수동 책방골목 도로 건너편의 돌솥밥집 '참맛고을'에 들어섰더니 밥때가 지났는데도 왁자지껄하다. 10여 명 단위의 단체 손님들이 여러 곳에 앉아 있다. 60대 전후 중년여성 손님들이다.

"계나 동창회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순년(62) 사장의 귀띔이다.

음식 만드는 데 이골이 난 '아줌마 손님'들이 주된 단골이라 입맛과 가격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덧붙인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돌솥밥을 주문했더니 흑미와 찹쌀을 섞은 잡곡밥 위에 얹힌 단호박까지 잘 익혀 나온다. 상차림은 역시 전해 들은 대로 푸짐하다. 10여 가지의 반찬으로 상을 차려내니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비름나물, 가지볶음, 꽈리고추무침, 볶은박나물, 겉절이김치, 고사리무침…. 고사리를 제외한 모든 푸성귀들은 시골에서 갖다 쓴단다. 여기에 도루묵조림과 간장게장, 들깨와 찹쌀가루를 넣어 만든 토란찜 등이 곁들여지니 젓가락이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난처할 정도다.

게다가 이 집의 미덕은 무한리필 정신이다! 소위 밥도둑이라는 간장게장을 비롯해 모든 반찬은 더 달라면 두말하지 않고 내온다. 아낌 없이 퍼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식의 간도 절대 맵거나 짜지 않다. 튀지 않고 무난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가겟집이지만 집에서 밥을 먹는 것같이 입과 마음이 다 편하다.

중년여성 손님들의 깐깐한 기호에 적응해 낸 때문이리라! 그래도 이렇게 장사하면 대체 뭐가 남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재료를 아끼면 손님들이 귀신같이 알아낸다"면서 빙그레 웃는다.

"내가 많이 벌려고 하면 손님들이 금방 떨어져 나갑니다. 밥을 팔지만, 함께 나눠 먹는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조금 적게 벌더라도 손님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밥집 철학이다.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쪽에서 10여 년간 돌솥밥과 아귀·뽈찜 장사를 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나눔의 정신 연장일 텐데, 이 식당은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월 1회 점심도 대접하고 있다.

 

※부산 중구 부평동 2가 79의 7. 보수동 책방골목 도로 건너편 부산은행 옆. 돌솥밥 9천 원, 참맛정식 8천 원. 아귀찜 소 2만 5천 원, 중 3만 원, 대 3만 5천 원. 뽈찜 중 3만 원, 대 3만 5천 원, 전골 중 2만 5천 원, 대 3만 원. 오전 11시∼오후 9시. 연중 무휴(명절 제외). 051-253-5655.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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