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구 중동 '수미가'

입력 : 2013-07-25 07:55:31 수정 : 2013-07-26 2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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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전갱이를 활어회로 내는 횟집이 있다!

"뭐라고? 전갱이를 활어회로 내는 횟집이 있다고?" 귀를 의심했다. 이 계절 최고의 횟감이지만 성질이 급해 잡히면 오래 살지 못하는, 등 푸르고 기름기 많은 그 전갱이를? 그것도 일식집처럼 초절임으로 내는 게 아닌 진짜 활어회라니!

낚시꾼들의 입이나 즐겁게 하던 전갱이가 어떤 연유로 일반 횟집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됐을까. 확인차 해운대의 횟집 '수미가'를 찾았다. 고등어 활어회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집의 김태균 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통영 욕지도의 가두리양식장에서 고등어를 건져낼 때마다 딸려 들어온 전갱이 마릿수가 꽤 되는데 이놈들을 독점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에 수십 마리 씩 들어오니 공급량이 꽤 된다.

고등어 전용 원통형 수조 안을 들여다보니 제법 씨알이 굵은 전갱이들이 부지런히 물살을 가르고 있다. 수조 안에서도 사흘 정도가 한계인데, 대부분 귀한 전갱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단골들의 차지가 된다니 때를 잘 못 맞춰 가면 입맛만 다시게 된다.

활전갱이는 주문에 따라 회 코스 중에 고등어나 일반 횟감과 섞어서 내거나 단품으로 낸다는데, 내친김에 단품으로 주문했다.

기본 상차림에 입가심용으로 전갱이 초절임이 올랐다. 시메사바(고등어초절임)는 먹어봤어도 시메아지(전갱이초절임)는 처음이다. 새콤한 게 별미. 이어 전갱이를 제법 두껍고, 어슷하게 썰어내 접시 한 가득 차려 내 왔다. 껍질의 은빛과 푸른빛이 그윽하다. 고추냉이와 간장만 곁들였는데, 씹을수록 육질에서 단맛과 감칠맛이 터져 나온다. 흐물거리거나 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씹는 순간 달아났다. 육질은 차지고 기름져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밀려왔다. 성질이 급해 숨이 끊어진 전갱이들은 소금구이나 조림으로 낸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귀한 전갱이회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전갱이는 연중 잡히지만 제철은 여름이다. 7월 속살에 기름기가 오르기 시작해 맛의 꼭짓점으로 치닫는다. 일본사람들은 이때의 전갱이를 가장 좋아해서 생선회와 초밥용으로 첫손에 꼽는다. 그래서일까. 아예 전갱이와 맛(味)은 똑같이 '아지'(あじ)로 부른다. 이 계절의 전갱이는 명실상부 '맛' 중의 '맛'인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292의 1. 부산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인근 하이마트 뒤편. 051-746-9621. 회 코스 3만, 4만, 5만 원. 전갱이 활어회 3∼4인용 8만 원, 4∼5인용 10만 원. www.sumiga.co.kr 김승일 기자

사진=블로거'울이삐'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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