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급 vs 실속형 고깃집 당신의 선택은?

입력 : 2013-07-25 07:55:44 수정 : 2013-07-25 14: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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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거대'의 '스페셜 모둠' 메뉴로 나온 안심, 등심, 꽃갈비살, 안거미.

"삼복더위에 무슨 고깃집?" 그렇게 대꾸한 건 선입견 때문이었다. 더우면 고깃집 장사가 안될 거라 생각한 것인데, 알고 보니 오산이었다. "이열치열하자"거나, "먹고 힘내자" 등의 이유로 숯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마니아들이 꽤 있다. 최근 지인들의 손에 이끌려 부산시내에서 제법 잘한다는 한우 전문점 두 곳을 다녀왔다. 해운대의 '거대'는 '암소 투플러스(1++)'를 전면에 내건 보기 드문 프리미엄급이다. 이에 비하면 연산동의 '선정생한우'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실속형이다. 개성만점의 두 가게에서 한우의 맛을 느껴 봤다.

간판에 '한우 암소'를 내건 곳은 많지만 실내에 비치한 등급표시를 살펴보면 '거세 한우'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거세' 쪽이 등급이 높아도 소비자의 선호심리는 왠지 '암소'에 기울어져 있어서다. 암소는 비육이 느리고 육량도 훨씬 적으니 귀하고, 비쌀 수밖에 없다.

■ 한우암소 전문 해운대 '거대'

고기 가격 부산 최고 수준
소고기 맛의 새 기준?
100% 메밀 냉면으로 각광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앞쪽에 문을 연 '거대'는 한우 암소, 그것도 투플러스(1++) 등급만 쓰는 한우 전문점이다. "암소 투플러스만으로 가능할까? 가격이 비쌀 텐데?" 이런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한데, 이 집의 사장이 명륜1번가에서 삼겹살 1인분을 1만 원에 팔고 있는'거대숯불구이' 김유철 씨라는 점 때문에 대체 어떻게 상을 차려 내는지 궁금했다.

가게에 들어서니 실내 분위기가 차분하다. 일식집처럼 단정한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불판. 고기를 굽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불판 자체적으로 연기를 빨아들인다. 일본 수입품인데, 대당 1천만 원씩의 설치비를 들였단다. 

메밀 100%로 면을 뽑아낸 평양냉면.
기본 상차림이 풍성하다. 샐러드와 등심 육전, 블루베리와 견과류로 만든 완자, 숯불에 즉석으로 만들어 먹는 꼬릿살 장조림이 입맛을 당겨 준다. 고기를 구워 찍어 먹으라고 내놓은 건 '거대숯불갈비'와 같은 프랑스 게랑드지역 토판염이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생산된 묵은지나 도토리가루 100%로 가게에서 만든 도토리묵 등 부요리들에 신경을 썼다.

'오늘의 스페셜 모둠'으로 안심, 등심, 꽃갈비살, 안거미가 나왔다. 한우 암소, 그것도 투플러스 최고 등급만 모았으니 맛을 논해서 무엇하랴! 김 사장은 "소고기 맛의 새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재료나 시설뿐만 아니라 이 집의 고기 가격도 부산의 최고 수준이다. 안심, 등심 등의 100g당 가격이 3만 원대 중후반이니 부산의 웬만한 한우전문점의 배다. 이 때문에 '거대'는 프리미엄급 한우전문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거대'를 말할 때 냉면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100% 메밀을 사용한 평양냉면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개업 직후에는 고기 맛보다 냉면으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139의 4. 051-746-0037. 등심(100g) 3만 7천 원, 안심(100g) 3만 5천 원, 갈비살(100g) 3만 7천 원, 육회(150g) 2만 4천 원, 한우양념갈비(180g) 2만 8천 원. 오늘의 스페셜 모둠 600g 19만 9천 원, 400g 13만 9천 원. 평양냉면 8천 원(단품 1만 2천 원), 함흥냉면 7천 원(단품 1만 원).

■ 부담 없는 연산동 '선정생한우'

마블링과 맛의 절묘한 접점
좋은 재료 착한 가격 실현
많이 먹어본 안목 돋보여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한다.' 이게 말은 쉽지 실제 식당영업을 해 보면 이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고기를 먹기 전에 내놓는 소고깃국.
부산도시철도 연산역 1번 출구 골목 안쪽의 '선정생한우'는 연산교차로 일대의 치열한 외식업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각인되고 있는데, 재료와 가격의 절묘한 조화가 강점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선정생한우'는 원플러스(1+) 등급의 한우를 쓴다. 1등급은 맛이 있지만 다소 질기고, 투플러스(1++) 등급은 부드럽지만 느끼할 수 있어 가격 대비 한우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1+에 치중한단다.

자리에 앉으니 소고깃국과 샐러드를 내온다. 남자손님들은 소고깃국을 술국 삼아 즐기고, 과일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는 여자 손님들의 입에 맞아 리필 주문이 많다. 주메뉴에 앞선 이 곁들이(쓰키다시) 때문에라도 단골이 된 경우가 많을 듯 싶다. 
연산동 `선정생한우`의 한우 특선. 차돌박이와 갈비살, 부채살로 구성했다.
먼저 육회와 육사시미를 주문했는데, 따라 나온 생고추냉이(와사비)와 락교에 감동해 버리고 말았다. 웬만한 횟집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것이어서다.

"육사시미의 맛을 최상으로 느끼려면 일식처럼 갖춰 먹어야 한다"는데, 맞는 말이다!

그 다음은 한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특수부위. 접시에는 안거미(토시살), 안창살, 눈꽃살이 예쁘게 누워 있다. 씹는 맛 때문에 한우 마니아라면 가장 좋아한다는 안거미는 완장을 찬 듯 가운데 줄무늬가 가지런하다. 갈비 한 짝에 한 점씩 나온다는 안창살도 선홍색이 선연해 먹음직하다.

소고기를 낼 때마다 꽃 모양으로 말아서 내는 등 장식에 꽤나 신경을 쓰는 게 눈에 띄었는데, 그 까닭이 있었다.

이 집 사장인 신종성(55) 씨는 필명 '큰바다로'를 쓰는 유명 맛집 블로거. '보는 맛'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씨는 미국 이민자로서 태평양을 넘나드는 미식 기행으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자리가 파할 즈음 신 씨가 비장의 고기 먹는 법을 소개하겠다며 살치살과 과일 치즈를 함께 가져오는데, 그 모습이 심상찮다.

구운 고기 위에 신안 소금과 과일 치즈를 한 조각씩 얹어 먹으라는 것이다. 오물오물. 고기와 치즈! 묘하게 궁합이 맞는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많이 먹어 봐야 합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만사를 제쳐 놓고 식당가를 둘러본다. 그런 관찰과 연구는 고스란히 '선정생한우'에 반영되고 있다고.

※부산 연제구 연산동 1244의 20. 부산도시철도 연산역 1번 출구 첫 번째 골목. 051-852-2662. 생등심(100g) 1만 4천900원, 꽃등심(100g) 1만 8천900원, 갈비살(100g) 1만 6천900원, 최상특수부위(100g) 2만 5천900원. 차돌박이 1만 1천900원, 육사시미 콤보(육회 100g, 육사시미 100g) 3만 원.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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