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양식? 우린 생선탕으로 더위 이긴다!

입력 : 2013-08-01 08:05:17 수정 : 2013-08-01 14: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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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원조메기탕'에서 내놓은 민물메기탕. 빠가사리를 추가로 넣고 끓여 국물이 더 진해졌다.

푹푹 찐다. 삼복더위의 절정이다. 어쩔 것인가?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한다! 진한 국물에 땀 한 바가지! 이열치열이 정답이다. 육고기탕이 싫다면? 훌륭한 대안이 있다. 바로 생선탕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을 푹 고아서 산초가루, 방아잎 팍팍 넣으면 알싸한 그 맛! 육고기탕 부럽지 않은 보양식이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복달임으로 민어탕을 으뜸으로 꼽지만 부산 사람들 입에는 너무 기름지다. 그래서 민물에서 나는 메기와 바다의 갯장어(하모)를 골랐다. 연제구 거제동 '원조메기탕'의 민물메기탕과 서구 충무동 '합천식당'의 하모추어탕을 먹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거제동 '원조메기탕' 민물메기탕

시원하고 깔금한 맛 어디서?
된장·조선간장으로 간 맞춰 구수

주요 행정관서가 모여 있는 부산시청 주변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식당들이 총집결해 있다. 취재 때문에 2년간 시청 일대를 드나든 탓에 웬만한 식당은 모두 섭렵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공무원들을 상대하다 보니, 음식점 수준이 제법 높다. 하지만 취재처가 바뀐 요즘에도 간혹 떠오르는 맛은 손에 꼽는다.

입맛이 가물가물한 요즘, 간절하게 생각난 곳은 민물메기탕을 내던 '원조메기탕'이다. 시청 앞 놀이터를 지나 청과시장 쪽으로 한 5분 걸어야 하는데, 국물요리로 땀을 흘리고 싶을 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찾았던 곳이다. 민물메기를 푹 우린 진국을 정신없이 후루룩후루룩 들이켜고 나면 자기도 모르는새 온몸이 땀범벅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힐링이었다. 작취의 쓰린 속을 다스리는 특효였던 것이다.

민물고기는 아무리 잘 끓여도 비린내가 나기 십상인데다, 양식산은 자칫 뻘냄새까지 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냈을까? 내내 궁금했던 맛의 비밀을 캐보려 오랫만에 가게를 찾았다. 중복 때는 자리가 없어 되돌아간 손님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일요일 점심 때 찾아갔더니 주인장인 김수자(60) 씨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맞아 준다. 

'원조메기탕'의 잉어찜.

이윽고 메기탕과 잉어찜이 나왔다. 잉어찜은 1시간 전 예약 필수. 빠가사리탕이 별도로 있는데, 3천 원을 더 내면 메기탕에 빠가사리를 함께 넣어 끓여 낸다."된장,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춰야 구수한 맛이 나면서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자연산인 빠가사리는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다. 그렇다고 냉동된 걸 쓰면 비위에 거슬리는 맛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생물만 쓴다고.탕 속에 함께 끓인 수제비는 녹차가루를 넣어 반죽한 것이다. 아마 이 녹차수제비도 깔끔한 맛에 상당히 기여했으리라! 수제비와 시래기, 감자를 건져 먹고 나서도 2% 부족하다 싶으면 라면사리를 추가하면 훌륭하게 마무리된다.

"음식장사는 길게 보고 해야 한다"는 게 주인 김 씨의 신조다. 불쑥 진한 국물이 간절해서 찾았을 때, 언제나 그 맛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들렸다.


※부산 연제구 거제3동 574의 52. 051-852-8085. 메기탕 대 3만 3천 원, 중 2만 8천 원, 소 2만 3천 원, 빠가사리 매운탕 대 3만 7천 원, 중 3만 3천 원 소 2만 8천 원, 메기찜 대 3만 원. 특미잉어찜(1시간 전 예약) 대 5만 원, 중 4만 원. 


부산 서구 충무동의 '합천식당'에서 끓여낸 갯장어(하모)추어탕. 갯장어를 뼈째로 24시간 푹 고아낸 국물이 진국이다.
■충무동 '합천식당' 하모추어탕

갯장어 뼈째 24시간 고아
진한 국물에 잡내 전혀 없어


장어류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 상종가다. 민물장어는 탕과 구이로, 바다에서 나는 붕장어(아나고)나 갯장어(하모)는 푹 우려 추어탕식으로 끓여 내면 계절의 최고 별미가 된다. 그런데 붕장어탕을 접하기는 비교적 수월한데, 갯장어탕을 파는 곳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공급량이나 가격, 수고스러움 등등의 이유가 있을 터.

충무동의 '합천식당'은 경상도식 추어탕처럼 갯장어탕을 끓여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름이 하모추어탕이다. 이 집은 생선탕 전문인데, 여름철에는 하모추어탕을 위시해서 고랑치, 생아구탕을 내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물메기(꼼치), 대구, 생태탕으로 갈아탄다. 인근의 자갈치시장 등 수산업 관계자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라 당연한 메뉴 구성이다. 갯가 사람들은 더우나 추우나 생선탕이 최고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김영호(49) 사장은 가덕도 출신이다. "어릴 때 엄마, 할머니가 해 주시던 생선탕의 맛을 살리려고 합니다." 이게 부산 스타일 아니고 뭔가!
정갈한 반찬과 함께 차려낸 하모추어탕.

방아잎과 부추, 다진마늘과 붉은고추를 고명으로 올린 하모추어탕이 나왔다. 갯장어를 뼈째로 24시간 고아 흐물흐물해진 살점을 체에 걸러 냈다. 즉, 서울식 추탕처럼 통으로 끓여 살점이 남아있지는 않고 그대로 국물이 된 것이다.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진하지만 잡내가 전혀 나질 않는다. 기름기 많은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비결이 궁금했다.

"된장과 들깨가루, 인삼을 다져 넣는데, 이 때문인지 손님들이 비린내가 안 나 먹기 수월하다고 하세요."

탕 속에서 함께 끓여낸 고사리, 토란, 숙주, 시래기도 시원한 국물을 만드는 조연들이다. 시래깃국 먹듯이 이들을 건져서 씹는 잔재미가 있다.

올해는 갯장어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샤부샤부나 회로 내는 건 포기하고 탕으로만 끓여 내고 있단다. "뱃사람들이 특히 좋아하세요." 하모추어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니 속이 묵직해지면서 근기가 차 오르는 느낌이다. 이렇게 모진 여름날이 지나가는 것이다.



※부산 서구 충무동1가 12의 2. 송도아랫길에서 자갈치 방향 버스 일방통행로. 051-248-5370. 하모추어탕·장어탕·생아구탕 각각 1만 원, 고랑치매운탕 중 5만 원 대 7만 원, 생태탕·물메기탕 각각 1만 원, 대구탕 1만 5천 원, 각종 활어회.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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