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덕천동 '제주올레국수'

입력 : 2013-08-01 08:05:15 수정 : 2013-08-01 14: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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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맛보는 제주 고기국수와 돔베고기!

제주도 삼성혈 인근에는 국수가게가 즐비하다. 돼지사골을 곤 육수에 면을 말아 내는 '고기국수' 전문점들인데, 가게마다 육수 맛이 다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네 잔치 때 주민들끼리 나눠먹던 국수가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부상했고 국수거리로까지 커진 것이다. 제주에 가면 일부러라도 들러 맛을 보던 제주식 고기국수를 내놓는 국숫집이 부산 덕천동에 있다. 구포 토박이인 주인장 방장환(51) 씨가 제주도에서 15년 살다가 귀향하면서 이 고기국수를 들여 왔다. 고향 구포에 대한 애정 때문인데, 면만큼은 구포에서 생산되는 전통 구포국수를 꼭 쓴다.

'제주올레국수'는 식탁이 5개에 불과한 작은 가게다. 따로 일손을 들이지 않고 부부가 음식을 만들어 낸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면을 익히고 고기를 삶아내서 고명으로 올려낸다. 육즙이 빠져 나가지 않게끔 고기 삶는 시간을 조절하고, 식어 푸석해져 버린 고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다.

육수는 뽀얗게 나온다. 돼지사골에 여러 재료를 함께 곤 것인데, 누린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돈골 육수 특유의 느끼함이 없으니 먹기가 편하다. 슬슬 휘저으면 안에 들어있던 고춧가루가 섞이면서 국물이 붉어진다. 고춧가루라! 흔히 접하는 다진 양념(속칭 다대기)이 아니어서 조금 낯설었지만 그런대로 맛이 어울린다.

"속풀이로 고기국수 먹으러 오는 손님이 꽤 있습니다."

후루룩 쩝쩝. 면과 육수를 털어넣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이 육수에 밥을 말아내면 돼지국밥이다. 맛과 향을 강하게 내는 부산식 돼지국밥에 비하면 부드럽다.

'돔베고기'(오겹살 수육)를 빼놓을 수 없다. '돔베'는 '도마'를 일컫는 제주도 사투리다. 삶은 수육을 도마 위에서 썰어낸 채로 손님상에 내기 때문에 '돔베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공수해서 내놓으니 부산에 앉아 제주도 현지의 맛을 즐기는 셈이다. 제주에서 건너오는 게 하나 더 있다. 함경도 아바이 순대식으로 찹쌀과 선지를 넣어 만든 제주 순대다.

돼지육수를 꺼리는 일행을 위해서일까. 멸치국수도 함께 내는데 유부를 고명으로 얹은 게 이채롭다. 익숙한 잔치국수 맛이라 입에 착 달라붙는다.



※부산 북구 덕천2동 352의 4.도시철도 덕천역 5번 출구에서 나와 화명동 방향 첫째 골목. 051-338-8259. 고기국수 6천 원, 멸치국수 4천 원, 돼지국밥 6천 원, 돔베고기 2만 5천 원, 찹쌀순대 소 8천 원, 대 1만 5천 원.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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