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동래구 온천3동 '삼대돼지불고기'

입력 : 2013-11-14 07:49:25 수정 : 2013-11-14 14: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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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어머니-딸' 3대째 명성 잇는 산야초 숙성 갈비

대를 잇는 음식점을 만나는게 드물지 않게 됐지만 3대가 현역인 경우는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모녀 3대라면 더욱 희소해진다.

온천동의 '삼대돼지불고기'는 할머니, 어머니, 딸이 손맛을 이어오면서 함께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다. 주택을 개조한 가게 입구에 들어섰더니 딸 김민정(34) 씨가 계산대에 서서 반갑게 맞아준다. 그 뒤로 할머니 강경술(83) 씨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야채를 다듬고 있고, 어머니 박월남(57) 씨는 주방에서 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음식에 정성을 담아라.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절대 안 된다."

할머니가 평소 강조하는 마음가짐을 입구 벽에 써 놓았다. 1970년 범내골에서 시작한 돼지갈비 식당을 딸과 손녀가 이어받아 지난 2005년 지금의 온천동으로 오게 된 내력도 적혀 있다. "손님이 밀어닥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 할머니도 설거지를 하시면서 주방을 도우세요." 평생을 궂은 식당일을 하며 한 가족을 보듬어 온 '엄마'의 억척이 느껴졌다. 아마도 모녀 삼대를 지탱해 온 힘일 것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양념돼지갈비를 주문했다. 산야초 발효액으로 숙성하는 게 이 집 고기 맛의 비결이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산야초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잘 밴 것이 독특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함께 술을 주문했는데 술병 아래에 빳빳한 1천원짜리 신권이 깔려 나왔다. 식탁 옆에 '불경기에 힘내자는 뜻으로 모든 주류 1병당 현금 1천 원을 돌려 준다'고 씌어 있다. 3천 원짜리 소주·맥주를 주문하고 현금 1천 원을 돌려받는다니!

이 재밌는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할머니란다. "욕심 부려선 안 된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한 것이다. 이렇게 돌려주는 돈이 한 달에 300만 원쯤 되는데, 자기 집이라서 아끼는 월세를 내는 셈 친단다.

할머니로부터 받은 용돈 같아서 기분이 좋다. 보통 이 1천 원은 따라온 자녀들의 주머니로 직행하고, 돈에 눈이 먼(?) 아이들이 술을 더 주문하라고 재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딸 김 씨는 모녀 삼대의 가족 식당 이야기를 블로그(blog.naver.com/tellsec)에 올리고 있다. 덕분에 부산뿐 아니라 타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꽤 된다.



※부산 동래구 온천3동 1247의 24. 부산도시철도 3호선 미남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 돼지생갈비(150g)·돼지양념갈비(200g)·생삼겹살(150g) 각 7천 원, 돼지불고기(200g) 6천 원, 점심 특선 돼지불백·통돼지김치찌개 각 6천 원. 정오∼오후 10시. 1, 3주 월요일 쉼. 051-505-0388.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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