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회' '포' 복어, 변신의 귀재

입력 : 2013-12-26 07:49:57 수정 : 2013-12-26 14: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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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남항동의 다미복국에서 차려 낸 복삼불고기. 계절에 나오는 복어 살과 대패삼겹살을 갖은 채소와 함께 볶아 낸다.

치명적인 매력의 주인공, 복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복어는 시원한 탕이나 횟감, 튀김으로 즐기지만 그 밖에 접하기 어려운 요리도 많다. 자연산으로 귀하신 몸인 데다 손질까지 까다로운 졸복회. 한 접시를 채우려 수십마리를 잡아야하니 한 점 한 점 집을 때마다 아까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참복 살을 조리고 말린 포. 이게 복어지느러미술(속칭 '히레사케')에 안주로 환상 궁합이다. 복어와 삼겹살이 불고기로 만난 이색 맛 조합도 있다. 몰랐던 복어의 맛 세계로 떠나 보자.

■ 다미복국 복삼불고기

얇게 썰어 놓은 투명한 복어살은 기름기가 없는 담백함의 극치다. 탕으로 끓이든, 횟감으로 즐기든 대체로 이 담백함을 최대한 살려서 요리한다.

'복어살+삼겹살' 복삼불고기
육지와 바다 맛 오묘한 조화

한 마리에 2점 나오는 졸복회
씹을수록 담백한 단맛 일품

간장에 조려 말린 복어포
데운 히레사케와 환상 궁합

그런데 전혀 뜻밖의 조합을 만났다. 이름하여 복삼불고기. 복어와 삼겹살에 불고기 양념을 넣어 볶은 것이다. 고춧가루 덕분에 콧등에 땀이 맺힐 정도로 맵게 먹으니 '대체 이런 복요리도 있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육지와 바다의 맛의 오묘한 조화랄까.

영도 남항동 '다미복국'에서 소문의 복삼불고기의 맛을 봤다. 은복, 밀복, 참복 등 계절에 나오는 복어 살에 대패삼겹삽을 넣고 갖은 채소와 함께 볶아 낸다. 주삼(주꾸미+삼겹살)불고기와 비주얼이 아주 비슷하다. 볶음밥으로 마무리되는 방식도 같아서 어찌 보면 익숙하기도 하다. 벽면 메뉴판에'맛 안 보면 평생 후회'라고 써 놓았으니 누구나 이 볶음밥의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강연중(52) 사장은 "다른 집에서 내지 않는 독보적인 메뉴를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육고기와 바닷고기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 복삼불고기의 탄생 배경이다.

매운 정도는 '선택 가능'이다. 메뉴를 개발한 초기에 작정하고 맵게 했더니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손님이 많아 요즘은 아이들 입맛에도 맞을 정도로 차려 낸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함께한 일행들은 '매운 음식 마니아'들이라 "더 매워야 한다"고 성화다. 강 사장이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맛기름 종지를 들고 나와 쓱쓱 뿌려준다. 고춧가루로 조절하는 이 맛기름이 비장의 양념이란다.

입가심은 시원한 복어탕. 제철 생 밀복으로 탕을 끓였다. 강 사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자갈치시장을 돌며 펄떡이는 생복어를 가져왔단다.

※부산 영도구 남항동 1가 67의 4. 051-417-7383. 복삼불고기 3만∼9만 원. 복튀김 2만∼3만 원. 복초회+복불고기+복튀김+까치복국 1인분 2만 2천 원.

■ 이어도 졸복회

반짝이는 식용 금박이 살포시 얹힌 흰색 살점의 졸복회.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압도된 그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올 초 정관신도시의 졸복 전문점 '이어도'에서 졸복탕을 먹을 때였다. 김광진(42) 사장이 남해 창선에서 낚시로 잡은 졸복을 자랑하다가 "그중 으뜸이 회로 먹는 것"이라면서 휴대전화기에 저장해 둔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졸복전문점 이어도에서 차려낸 졸복회. 반짝이는 식용 금박이 살포시 얹혀 식감을 자극한다.
꿀꺽∼.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이에 침샘을 자극하는 설명이 이어졌다. 졸복은 손가락 길이만 하다. 이걸 회로 뜨면 횟감이 양쪽에서 각각 한 점씩 나온다. 이렇게 접시를 가득 채우려면? 눈대중으로 헤아려 봐도 30∼40마리는 될 듯하다. "크기는 작아도 큰 복어만큼의 독을 갖고 있다 보니 독을 제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작은 몸집에서 내장뿐 아니라 껍질까지 세세하게 손질하는 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찬바람이 불 때 드디어 졸복회를 맛 볼 기회를 얻었다. 졸복회에는 유자를 썰어 넣은 폰즈(과즙초), 데친 복어껍질과 미나리가 따라 나왔다. 유자향이 제대로 밴 새콤한 폰즈에 껍질과 미나리를 얹어 쌈을 싸듯이 먹으란다. 김 사장은 "씹을수록 단맛이 날 것"이고 덧붙였다. "졸복이 워낙 귀하니 금가루를 얹은 것은 귀하게 보이려는 데코레이션 아닌가요?" 김 사장은 빙그레 웃더니 "금가루를 함께 드시면 식감이 좋아진다"고 했다. 졸복회는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면서 부드럽게 씹혔다.

횟감을 얇게 썰어내면 어떤 손님들은 "양을 많게 보이게 하려는 꼼수"라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복어야말로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게 저며 썰어낼 수밖에 없다. 워낙 질겨서다. 그런데 졸복은 저며낼 만한 살점이 없어서 그냥 절반씩 발라낸 게 전부다. 이게 오히려 큰 몸집의 복어회보다 두껍게 됐는데도 질기지 않고 졸깃할 정도로 씹는 맛이 있다.

졸복회는 코스로 구성된다. 먼저 참가자미 같은 제철 횟감이 전채처럼 나와 입맛을 돋워 주고, 그 다음 졸복회를 먹고 나면 졸복탕으로 마무리되는 순서다. 까다로운 손질과 수급 문제 때문에 하루 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수온 변화 때문인지 잡히는 양이 너무 줄어 횟감에 쓰일 양이 모자랄 때가 있다"고 걱정했다. 졸복회, 더 귀하신 몸이 되어가고 있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 구연1로 12. 정관신도시 센트럴파크 아파트 정문 인근. 졸복회 4인 기준 20만 원. 051-727-0365.

■ 삼송초밥 복어포

겨울 복어철에 운치를 더해 주는 게 복어지느러미술, 속칭 히레사케다. 뜨겁게 데워진 청주잔의 뚜껑을 열었을 때 오감을 자극하는 비릿하면서 은근한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복어지느러미술에 어울리는 안주가 있다. 바로 복어 육포다. 고급일식 요리에서 복어 코스로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중구 광복로 삼송초밥에서 차려 낸 '복어 포'. 참복 살을 간장으로 조린 뒤 말렸는데 복어지느러미술의 안줏감으로 제격이다.
광복로의 '삼송초밥'은 참복으로 만든 복어포를 낸다. 복어 살을 떠낸 뒤 간장으로 조린 것을 자연적으로 1~2주가량 말린 것이다. 손님상에 내기 전에 살짝 굽고 길게 죽죽 찢어서 차려낸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소고기 육포다. 찍어 먹는 소스는 필요없다. 원래는 담백했을 살을 간장으로 조렸으니 짭조름하다. 질긴 복어살 특유의 졸깃한 씹힘성이 좋다. 간도 맞고, 씹는 맛도 좋으니 안주로 제격인 것이다.

"간을 맞추는 노하우가 없으면 맛이 이상해집니다. 잘 말리는 것도 기술이고요." 일식 3대째인 주강재(33) 씨가 복어를 다루는 곳이 많아도 포를 내놓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복어살을 다루는 까다로움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코스요리에서 회나 샤부샤부 같은 본 요리에 앞서 히레사케를 마실라치면 복어포를 차려 낸다. 입이 심심하지 않게 해 주는 일종의 쓰키다시(곁들이) 역할이다.

별도 단품으로 취급하지 않으니 메뉴에는 올라 있지는 않다. 다만, 이 맛을 즐기는 오랜 단골은 꼭 히레사케 안줏감으로 포를 찾는다고. 8천 원짜리 한 잔에 포를 곁들이면 1만 5천 원을 받으니 포 한 접시가 7천 원인 셈이다.

히레사케 한 잔을 들이켠 뒤 포를 질겅질겅 씹었다. 노릇노릇 구워진 지느러미의 향이 뜨거운 청주에 실려 훈훈한 열기를 온몸으로 실어날랐다. 역시 겨울에 딱이다!

※부산 중구 창선동1가 13의 1. 광복로 국민은행 뒤편. 051-245-6305. 히레사케 한 잔 8천 원.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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