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금정구 오륜대로 '오륜대추어탕'

입력 : 2014-01-16 07:59:04 수정 : 2014-01-16 1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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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 끓여낸 맑은 국물·정갈한 반찬… 산행 끝에 만나는 포만감

새해 첫 휴일은 나른했다. 괜스레 마음이 헛헛해서 주섬주섬 산행 채비를 갖췄다. 금정구 서동, 금사동, 부곡동을 걸치는 아담한 윤산(317m·옛 구월산). 부곡동 쪽에서 길머리를 잡아 회동수원지 산책로 입구까지 느릿느릿 걸었다. 아니 게으름을 피우며 걷는다고 해야 할까. 요즘 이런 데서 잔재미를 느낀다. 그래도 제법 땀이 나고 헉헉댄다. 몸 좀 놀렸다고 뱃속에서는 슬슬 신호가 온다.

'오륜대추어탕.' 산책로 입구에 지난해 봄 새로 생겼다. 깔밋한 전원주택풍이다. 식당 가건물을 덮고 있는 비닐을 걷으면 노천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풍경을 바라보는 운치가 있다.

향어회나 닭·오리백숙으로 이름이 높은 오륜대에 웬 추어탕? 이런 낯섦이 틈새전략일 것이다. 어쨌든 궁금증이 식욕을 자극한다.

송호진(56) 사장이 추어탕을 차려내 왔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표정인데, 전혀 장사꾼 티가 나질 않는다.

외국계 제약회사 간부 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하려 새집을 지어 들어온 지 3년. 그런데 갑자기 집 앞으로 갈맷길이 이어지더니 인파가 몰리더란다. 조용히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동네 어른들에게 추어탕을 대접했다가 과찬을 받은 걸 계기로 덜컥 식당을 차렸다.

상차림이 정갈하다. 산행 끝자락에서 만나는, 위생이나 질보다는 저렴함이나 인정을 앞세우는 가게를 연상하지 마시라. 오륜대추어탕은 그런 익숙함의 파괴다.

"미꾸라지는 목욕만 하고 갔나?" 혹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들깨가루를 넣어 뻑뻑한 호남식이나 살점이 씹히는 서울식의 전염일지도 모른다. 청도식, 즉 경상도식은 맑다!

반찬 중에 세발나물이 도도한 자태를 뽐낸다. 전남 무안에서 갯벌 염분을 먹고 자란 것을 참기름 딱 한 방울 떨어뜨려 무쳤다. 이 맛 때문에 오는 단골이 꽤 된다. 배추시래기 대신 굳이 비싼 얼갈이만 쓰고, 생선구이용 생선과 미꾸라지 손질의 까다로움과 장작 가마솥의 장점…. 음식에 들이는 정성을 한참을 설명하더니 재밌는 말로 끝을 맺는다. "참, 아마추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사를 시작했으면 수지타산을 맞춰 가며 해야 할 텐데, 제 고집대로만 하기 때문이란다. 부엌에 있던 부인 김영희(55) 씨를 가리키며 "집사람의 고집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그래도 "평생 살림만 한 아내를 뒤늦게 식당일로 고생시켜 미안하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무리하지 않고 묵묵히 인생 2막을 함께 일구어 가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부산 금정구 오륜대로 215(오륜동 594의 1). 051-556-0859. 마을버스 회동수원지 산책로 입구. 추어탕 7천 원. 오전 10시∼일몰. 1·3주 월요일 휴무. .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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