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센텀시티 점심뷔페 '장독마을' "착한 가격으로 벌어서 좋은 일에 쓰고 있습니다"

입력 : 2014-01-23 08:02:12 수정 : 2014-01-23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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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센텀시티 점심뷔페 '장독마을'

해운대 센텀시티 '장독마을'은 50가지 음식을 차린 점심 뷔페에 5천 원을 받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사진은 노재목 사장이 손님들과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가격이 참 착하네요…!" "착한가게니까…."

음식이나 가게를 두고 '착하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끼니의 값으로 얼마를 치르면 적절할 것인가를 넘어서는 맥락으로 읽혀진다. 싸거나, 친절하다고 무조건 "착하다"고 하지 않는 까닭이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50가지 음식을 차린 5천 원 짜리 점심뷔페 영업을 하고 있는 '장독마을'은 연구대상이다. 안전행정부와 부산시에서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한 곳이다. 노재목(55) 사장은 부산의 착한가격업소 650곳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문을 많이 남기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의 지론은 뚱딴지 같이 들린다. 평소 괴짜 소리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독마을이 왜 착한지 그 이유를 따져봤다.

스파게티·두루치기·닭튀김…
50가지 음식 차리고 5천 원!
점심 손님 많을 땐 400명까지
식당 수익으로 무료급식소 운영
"밥은 나눠 먹어야 맛있어"

'장독마을'의 뷔페음식.

■이렇게 팔아서 손해보지 않을까?

'장독마을'은 점심 시간에 늘 붐빈다. 75평 규모 실내가 꽉 들어차고, 때때로 장사진도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밥값 비싸기로 소문난 센텀시티에서 50가지 정도의 음식을 차려놓고 5천 원을 받기 때문이다. 푸성귀 위주로 상을 차리겠지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기름기가 제법 흐른다. 스파게티, 돼지두루치기, 닭튀김에 100% 사골로만 끓여낸 돼지국밥 육수까지. 인근의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멀리서 찾는 택시기사 단골들이 꽤 된단다. 점심 때 많게는 400명까지 다녀간다.

이렇게 팔면 손해 보지 않을까? "처음에는 손해 봤어요. 사람들이 싸구려라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남기기 일쑤였거든요."

고심 끝에 잔반에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10g에 100원 씩. 식당 천장에 커다란 펼침막을 달았다. '맵다 짭다 싱겁다 인정 안합니다'라고 써놓고 저울까지 갖다놨다. 엄포 아니냐고? 진짜로 벌금을 꼬박꼬박 받았고 걷은 돈은 백혈병재단에 기부했다. 독하게 벌금을 받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흑자로 전환됐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도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다. 값싼 중국산을 쓰거나, 음식물을 재활용하거나, 인건비를 후려치지 않고서야….

노 사장은 빙그레 웃더니 "대부분 국산만 쓴다"고 했다. 오히려 쌀은 수입산이 더 비싸다고 했다. 수입산을 쓰는 경우는 싼 가격 때문이 아니란다. 재활용? 아예 주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해 놓았다. 까다로운 실사를 거쳐 부산시의 '잔반을 사용하지 않는 식당' 지정도 받았다.

게다가 개업한 지 8년된 가게에 종업원이 11명인데 모두 5년 이상 장기근속 중이란다. 적어도 악덕 업주는 아니라는 건데….

이렇게 장사해서 꽤 수익을 남긴다니 신기할 뿐이다. 노 사장은 식당에서 돈을 벌어 반여동에 노인들을 위한'한마음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

재료비와 인건비로 매달 1천200만 원 쯤 들어간다. 남기는 장사 수완도 놀라운데, 사회에 환원까지 하고 있다니….
점심 시간에 줄선 손님들.


■"이문을 너무 남기려 하는게 문제"

지난해 12월 10일 '장독마을'에는 전국의 착한가격업소 대표자 70명이 찾아왔다. 안행부가 물가안정에 기여한 공로로 노 사장 등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행사였다.

이날 참석한 전국 업소 대표들은 "이렇게 해서 장사가 되느냐"고 입을 쩍 벌렸다.

"물가가 올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나치게 이문을 많이 붙이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게 그의 신념이다. 여느 가게 업주들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주장이 이어진다.

"국수 한 다발에 2천300원 해요. 열 그릇이 나옵니다. 멸치육수 값을 보태 봐야 한 그릇의 재료비는 몇백 원에 불과하지요."

최고등급 돼지고기라도 100g에 1천300원꼴에 들여올 수 있는데 시중 다른 가게에서 7천∼8천원 씩 받는건 지나치다는 대목에선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인건비나 월세 부담 때문에 식당 운영이 힘드는 건 알지만 더 낮출 수 있는데 낮추지 않는건 욕심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사골육수 돼지국밥을 만들어 낸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24시간 가마솥에서 사골을 우리고 싶었지만 도시가스와 LPG, 갈탄을 실험하는 사이 고비용과 저화력이 불만족스웠다. 급기야 기장에 장작 가마솥 시설을 짓고 무료로 얻는 간벌목으로 끓인 결과 제대로 된 육수를 얻게 됐다.

시중에서 사골만 24시간 우린 가마솥 돼지국밥을 먹으려면 얼마를 내야할지 생각해 보라. 이런 비용절감 노력 끝에 5천 원짜리 뷔페상에 사골 돼지국밥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좋은 재료를 쓰고, 인건비도 후려치지 않으면서도 박리다매에 성공하면 장사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는 "시민들의 가게로 생각하고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여기서 밥을 먹은 손님이 낸 5천 원이 모여 매일 200∼300명의 독거노인들이 밥을 먹고 있으니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밥은 나눠 먹어야 맛있지요." 배도 불렀지만, 가슴도 따뜻해졌다. 영혼의 포만감까지 책임지니, 착한 식당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부산 해운대구 센텀동로90. 센텀필상가 1층. 051-724-9020. 점심 뷔페(오전11∼오후3시) 5천 원. 생삼겹살·생오겹살·생목살·생양념갈비 각각 120g에 5천500 원. 보쌈 대 4만 원 중 3만 원 소 2만원. 일요일 점심뷔페 없이 오후 6시부터 영업.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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