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중구 광복로 '거옥'

입력 : 2014-01-23 08:02:10 수정 : 2014-01-23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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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우는 참치·고래고기… 바닷가재탕에 간장게장 정식까지

'바닷가재(로브스터) 지리탕'이라? 낯선 조합이다!

바닷가재 요리라면 보통은 버터나 양념구이 같은 서양식이 떠오른다. 아니면 찜 정도다. 그런데 이걸 회와 찜으로 즐긴 뒤에 맑은탕(속칭 지리탕)으로 차려내는 바닷가재 코스요리가 있다.

올초 광복로에 문을 연 '거옥'은 바닷가재와 고래고기, 참치 코스요리를 앞세운다. 몸값깨나 나가는 큰 놈들을 내세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일식과 한식 요리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공명호(33) 사장과 눈을 맞출 겸, 손놀림도 볼겸 바(bar) 좌석(속칭 '다찌')에 앉았다.

바닷가재 코스를 주문했는데 참다랑어(혼마구로)와 밍크고래가 맛보기로 나왔다. 기름진 살코기로 입맛을 돋우라는 뜻이다. 샐러드를 비롯해 피조개, 석화 따위 해물, 절임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입맛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오늘의 주인공, 활바닷가재가 들어왔다. 커다란 집게 발을 버둥거린다. 공 사장은 눈앞에서 순식간에 바닷가재를 잡더니 꼬리 살을 회로 장만했다. 살점은 뭉텅뭉텅 썰었다고 말할 만큼 두툼하다. 졸깃한 식감이 좋다.

"얇게 썰면 씹는 맛을 즐길 수가 없어요." 보리새우(오도리)를 이로 베어 먹듯이 씹어 보란다. 횟감 사이에 모과를 끼워 내놓으니 비릿함도 잡고 향미를 살려낸다. 살이 제법 들어찬 집게발이 찜으로 나왔다.

드디어 지리탕. 붉은색 껍질이 없었다면 대구탕이나 아귀탕 같은 여느 지리탕처럼 보였을 것이다.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독특함이 있는데 "그 숨은 맛은 이른바 카니미소(내장)에서 우러난다"고. 부드럽고 구수한 국물을 마셔가면서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있다.

코스의 대미가 탕인 줄 알았더니 간장게장 정식이란다. 짭조름한 간장게장이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다.

"간장바닷가재장도 연구 중입니다!" 요리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코스 중간에 우동면으로 만든 파스타가 나왔었다. 이른바 카르보나라야키우동. 이런 실험정신이 그의 요리를 빛나게 한다. 그는 인근의 '야타이'(포장마차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독보적인 고래고기 코스요리를 선보여 마니아들을 감질나게 했었다.

이번에 '포장마차'에서 '큰집'(거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는 바닷가재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어떤 맛 실험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부산 중구 남포길 38의 1(남포동2가 30의 3). 코스요리(1인분 기준): 바닷가재 8만 원, 밍크고래·혼마구로 10만 원, 밍크고래와 마구로 각각 5만 5천 원, 오후 4시∼오전 2시. 051-242-9060.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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