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중부소방서 뒷길 '화허이'

입력 : 2014-02-27 07:54:42 수정 : 2014-02-27 15: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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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전문가가 만들어 믿고 먹는 베트남 쌀국숫집

생태환경 전문가가 덜컥 베트남 쌀국숫집을 차렸다.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육수, 가족이 먹는 집밥처럼 만들겠다는 포부란다. 그게 가능할까? 고기는 없이, 조미료로 맛을 낸 쌀국수 육수를 고발하는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이 떠올랐다. MSG를 대체하는 맛의 비결을 찾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육수를 우리는 데만 꼬박 이틀 반이 걸린다니, 대체 어떤 맛일까?

부산중부소방서 뒷길. 쌀국수전문점 '화허이'는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가게 유리문 안에서 육수를 끓인다. 김정오 사장이 나 보란 듯이 펄펄 끓는 솥과 씨름하고 있다. 그는 생태평가 전문업체인 모다인㈜ 대표이자 생태환경단체 '생명그물'의 생태조사실장이다. 그는 쌀국수 마니아다. 속이 편한 음식이고, 특히 해장에 특효라서 좋아한다. 일 관계로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베트남 면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속 쓰린 직장인들이 많은 중앙동에서 그 맛을 전파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난관에 부닥쳤다. 한 프랜차이즈와 계약했는데 받아든 스톡(육수) 레시피는 조미료 범벅이었다. 계약을 파기하고 차별화된 육수 개발에 나섰다. 시행착오 끝에 다시마와 무를 넣고, 황기와 헛개도 넣었다. 육류와 향신채에다 한국적인 해조류, 야채, 약재가 더해진 것이다.

소고기 쌀국수(퍼 보)는 기본 메뉴다. 해산물 쌀국수(퍼 하이산)는 고기육수에 해산물과 야채를 더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살렸다. 비빔 쌀국수(분팃능·사진)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어떻게 조합되는지 잘 보여 준다. 면 위에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야채 고명을 얹은 뒤 베트남식 소스인 '느억맘'을 뿌려 가며 먹는다. 야채비빔면이야? 샐러드야?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순식간에 그릇이 비었다.

메뉴판에서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면은 무한리필인데, 김치는 추가 주문에 1천 원. "배가 차지 않는다면 당연히 더 드려야죠." 악용의 소지가 있겠다고 했더니 빙그레 웃기만 한다. "전라도에서 주문 제작하는 김치가 워낙 비싸서…."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추가 요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붐비지 않을 때는 하동산 발효녹차나 뽕잎차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베트남식 쌈이나 전골도 있고, 베트남 소주·맥주가 갖춰져 반주를 곁들인 저녁 장소로도 요긴하다.

※부산 중구 충장대로 9번길 19 영신빌딩 1층. 소고기·해산물·비빔 쌀국수 각각 7천 원. A세트(쌀국수와 주먹밥) 8천 원, B세트(쌀국수와 닭봉·춘권) 9천 원, C세트(쌀국수와 닭봉·춘권, 주먹밥) 1만 원. 베트남 소주 넵머이(1만 5천 원). 비어사이공·비어하노이 각각 5천 원. 051-462-2864.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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