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집] 양정시장 내 '영심이왕족발'

입력 : 2014-03-06 07:55:07 수정 : 2014-03-10 11: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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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도톰하게 썰고, 큰 뼈를 바닥에 깔지 않고 그대로 상에 낸 '영심이왕족발'의 족발(왼쪽). 족발과 함께 나오는 곁들이도 소박해 고추냉이(와사비) 간장 소스, 새우젓갈, 시래깃국, 무쌈, 각종 야채 등이다.

"쫄깃한 식감의 행복, 야식의 갑은 족발입니다. 술안주뿐 아니라 아이들 간식으로도 정말 좋아요." vs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매운 닭발이 야식으론 최고인 것 같아요."

그 발이 그 발이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오도독 쫀득한 맛이 일품인 '닭발'과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돼지 족발'. 어느 게 더 맛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한 끼 식사 대용은 물론,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커버해 줄 술안주로도 일품이다. 이왕이면 '줄 서서 기다려서 먹는' 가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다. 이미 넘쳐나는 손님을 주체하지 못하는 두 곳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게 달갑지 않은 듯 취재 요청을 일단 거절했다. 하지만 '줄 서서 먹는' 집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고, '초대 받지 않은' 취재를 감행했다. 족발, 닭발 취재를 위해 삼고초려를 한 셈이다. 하루 일과로 지친 몸과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닭발과 족발, 그 발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냄새 나지 않게 각별히 신경 
한방 족발이지만 담백 
도톰한 족발 부드럽게 씹혀


'영심이왕족발' 김낙훈 사장이 새벽부터 손질해서 만든 족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997년 아이엠에프(IMF)의 비극은 '영심이왕족발'을 탄생시켰다. 섬유 공장을 하던 김낙훈 사장이 어떻게 든 빚 갚음을 해 보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장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아내 노순희 씨도 발 벗고 나섰다. 홀 하나에서 시작한 가게는 한 칸에서 두 칸, 두 칸에서 세 칸으로 늘어났다. 어느 정도 살 만해 진 뒤에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17년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메뉴로 손님을 맞는 이유다.

"돼지 족발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뜨거운 물에 설삶아서 핏기나 이물질을 제거한 뒤 본격적으로 삶는 과정에 들어갑니다. 삶을 때도 냄새와 영양을 고려해 10여 가지 한약재와 각종 야채를 넣고 3시간 이상 푹 고게 됩니다. 1차 작업 시간까지 감안하면 최소한 4시간 정도 걸리고 이 모든 걸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도대체 몇 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까?

"보통 새벽 6시부터 준비하면 영업은 오후 9시 반 정도에 끝납니다."

-메뉴가 족발인데 밤 늦은 술장사는 안 합니까?

"오후 3시 문 열자마자부터 오셔서 드시니까 그 시간 정도면 준비한 족발이 다 떨어집니다. 지지난해까지는 홀에서 흡연을 하다 보니 가족 단위 손님은 별로 없었는데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가족 손님이 대폭 늘었습니다. 우리 가게는 식사는 안 되고 오로지 족발만 취급하는데도요."

그러고 보니 메뉴판에는 족발과 음료수 및 약간의 주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족발 하나로만 승부를 볼 심산이었다.

-손님들 입맛에도 변화가 있습니까?

"옛날에는 주로 노년층 고객이 많아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요즘은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성장기 어린이 간식으로도 많이 애용되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 건강을 생각한 약재를 첨가하기도 하죠."

-앞발과 뒷발 중 더 맛있는 부위는?

"매스컴 영향인지 앞발을 찾는 분이 많으세요. 앞발은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근육 살이고, 더 부드럽기는 뒷발인데 말입니다. 살코기 부분과 기름 부분이 적당히 배분된 부분을 찾으면 좋겠지요. 요즘은 미니족도 많이 찾으세요."

-프랜차이즈 요청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습니까! 지금도 많이 찾아옵니다. 특히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요. 체인점을 낼 정도는 아닙니다. 부산진역 인근 수정점(051-461-0166)은 직계 가족인 처남이 직접 운영해서 연 것입니다. 처남도 우리 가게에서 몇 년간 함께 일했던 경험도 있고요."

본격적으로 족발을 시식했다. 족발과 함께 고추냉이(와사비) 간장 소스, 새우젓갈, 쌈장, 무쌈, 상추, 양파, 고추, 시래깃국이 곁들여졌다. 기본적으로는 한방 족발인 데도 담백함이 느껴졌다. 살코기 부분도 타박거리지 않았으며,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도톰하게 썰린 족발은 약간 씹히는 맛도 있으면서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떻게 자르냐도 관건입니다. 숙련된 칼질이 필요한 대목이죠. 적당한 두께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래도 금방 자른 게 맛있지요. 저희 집은 한 번 칼질 들어간 것은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큰 뼈를 깔지 않고, 썰어낸 족발은 비교적 양이 넉넉한 편이었고,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와서 2만 원짜리 한 접시를 시키면 소주 3병은 거뜬할 듯싶었다. 4인 가족 기준으로도 2만 5천 원이면 해결됐다.

※부산 부산진구 거제대로 60번길 47(양정동) 양정시장 내(도시철도 양정역 3번 출구). 족발 소(1만 5천원), 중(2만 원), 대(2만 5천 원), 특대(3만 원) 외에 보급형(7천 원)은 테이크아웃만 가능. 야외 족발 도시락 주문 가능. 1·3주 일요일은 휴무, 2·4주 일요일은 테이크아웃 손님만 받아서 오후 5시 30분 영업 종료. 051-852-1027.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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