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교차로 남해횟집' 남해서 잡힌 자연산 도다리 쫄깃한 육질 살아 있네!

입력 : 2014-03-20 07: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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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이제, 봄 도다리의 맛을 볼 차례다. 연산교차로 '남해횟집'을 찾았다. '남해'. 아마도 전국의 횟집 이름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일 텐데, 흔한 이름이라고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바닷가도 아닌 연산역 근처 '내륙'에 있지만 내공이 만만찮다. 남해수고 출신의 김영우(57) 사장은 활어회 경력만 30년이다. 개우럭(조피볼락), 쏨뱅이 따위 귀한 자연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어서 회 마니아들로 문턱이 닳는다.

주문을 넣어 놓고는 슬쩍 주방을 훔쳐봤다. 표면이 미끌미끌하고 얼룩덜룩한 문치가자미. 남해안에서 잡힌 자연산 도다리가 맞다!

이게 꽤 비싸다. 1㎏ 정도 썰어내는데 손바닥만 한 게 4마리쯤 들어갔다. 3인분쯤 될 만한 접시 하나에 10만 원. 만만한 가격의 횟감은 아니다. 뼈째 우걱우걱 씹으며 고소함을 실컷 즐겼다. 아마 흰 살점만 씹었다면 싱거웠을 것이다. 회 접시를 물리니 문득 도다리쑥국 생각이 났다.

"냉동된 걸로 끓이면 맛이 안 나니까요. 그렇다고 생물로 끓이면 단가가 맞지 않으니 손님상에 낼 엄두가 안나요." 도다리쑥국은 취급하지 않는단다.봄 도다리와 해쑥. 이 맛의 조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겨울의 대구탕이라면 수놈의 정소에서 우러난 국물이 시원해서 해장국으로 좋다지만 봄 도다리에 특별한 맛이 없으니…." 생선회 박사 조 교수는 도다리에서 맛의 차별화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 또한 습관과 추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 듯. 특유의 알싸함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해쑥과 지천으로 잡히는 도다리. 남해안 지역에서 봄에 이런 재료로 탕을 끓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텐데, 그 반복의 결과가 전국에서 즐기는 봄도다리쑥국일 것이다.

모든 음식에는 추억이 배어 있을 터이니, 봄철에 도다리쑥국을 즐기는 건 지극히 정당한 행동이다. 다만, 찾는 사람이 늘어서인지 한 그릇에 1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가격이 더 싸졌으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이러다 '봄광어쑥국'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145번길 55. 연제초등학교 중앙대로 쪽 담벼락. 도다리 뼈째회 시가. 생우럭탕 1만 2천 원. 매운탕 정식 5천 원. 051-867-5737.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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