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영도 '신세계'

입력 : 2014-03-20 07:54:47 수정 : 2014-03-20 08: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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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올 수 없는 맛과 향 '자연송이짬뽕' 별미

유산슬, 칠리새우, 탕수육이 나오고 짜장면으로 식사 마무리. 이게 1만 5천 원짜리 중화요리 코스다. 2만 원짜리에는 라조육과 고추잡채가 나온다. 혹시 공장에서 만든 걸 사다가 쓰지는 않을까? 천만에! 모든 요리는 주방에서 일일이 만든단다.

그리 많이 남지는 않겠네요, 했더니 "와주시는 것만으로 고맙지요"라면서 웃는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빈말이 아니었다.

"짬뽕의 맛이 예술"이라는 한 지인의 추천으로 영도 동삼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신세계'를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어울림문화공원체육센터 건물 4층. 시내버스로 접근하기 어렵고, 차로 가도 아파트 단지를 빙 돌아 들어가다 보면 건물 사이를 헤매기 십상. 솔직히 찾기 어렵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어요. 외진 곳까지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후다닥 뛰어들어오더군요.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맛이 영 없지는 않는갑다'라며 안도했지요."

박정희 사장에게 이 중국집은 '신세계'였다. 지난 2012년 영업이 중단된 가게를 덜컥 인수했다. 식당 장사가 난생 처음이었으니 손님 입맛에 맞게 음식을 내고 수지타산까지 맞추는 일이 순탄할 리 없었을 터. 요즘은 매일 아침 자갈치에서 직접 장을 본 식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만든 음식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 힘이 불끈 솟는다고.

'용눈'. 낯선 이름의 이 음식은 표고버섯 안에 간 새우살을 넣어 특제 소스로 맛을 낸 것이다. 생긴 모양새가 용눈 같아서 직접 명명했다. 한 접시 6만 원. 영도에 있는 중국집이라고 한 수 아래로 보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 듯했다.

'자연송이짬뽕'(사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괄호를 붙여놓고 '하얀짬뽕'이라 써놓았다. 닭을 통째로 우린 뽀얀 육수는 각종 해산물의 갯내음과 어울려 시원한데, 여기에 자연송이의 독특한 향이 입안에서 회오리를 일으켰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니글거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30년 경력의 한국인 요리사가 주방을 맡아 깔끔하게 요리를 해낸다고 자랑이다.

"영도에도 제대로 된 중화요리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박 사장은 그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부산 영도구 함지로 79번길 6. 어울림문화공원체육센터 4층. 코스요리 1인당 1만 5천~8만 원('용눈'은 5만 원짜리부터). 자연송이짬뽕 1만 1천 원. 짜장면 5천 원. 051-403-6660.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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