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시장 '커피리나'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1천500원이라고?"

입력 : 2014-03-20 07: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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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다매'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표방하긴 했지만 맛도 뒤질 수 없다며 남다른 의욕을 보이는 서면 '커피리나' 박보영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강원태 기자

부산 서면엔 또 하나의 입소문 난 가게가 있다. 1천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는 부산 서면시장 1층의 테이크아웃 커피점 '커피리나'. 아무리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라고 해도 서면에서 이 가격대를 유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 수년째 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스커피도 뜨거운 음료와 가격이 같다.

서면 '커피리나' 박보영 사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솔직히 우리 가게 커피값, 정말 착하잖아요. 맛도 있고요!"

4년 전, 휴대폰 가게를 이어 받아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임대료 비싼 서면에서 저 가격대로 유지될까?' 개점하고 처음 2년간은 팔이 저릴 정도로 커피를 뽑아 댔다. 커피점 개점 문의도 줄을 이었다. 전형적인 '박리다매' 영업점이지만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서면시장 뒷길 상권이 되살아나는 데도 한몫했을 정도다. 4.6평 규모의 가게 안은 그동안 판매한 양이 짐작될 만한 쿠폰 스티커와 낙서로 온 벽면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천장에도 스티커가 붙었다.

지난해부턴 '커피리나' 인근에도 대여섯 개의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생겨났다. 그 영향으로 '커피리나'도 약간의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 가게들이 하나둘씩 영업을 접고 있다는 사실. '커피리나' 영향으로 비슷한 가격대를 표방했던 가게들 커피값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 같은 상호를 쓰던 남포동 '커피리나'마저 폐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런 와중에도 서면 '커피리나'가 선전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경제가 경제니만큼 가격대죠. 그런데 맛도 중요해요."

-1천 원대 커피를 팔면서 맛까지….

"물론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지만요. 제 나름대로는 상대적으로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제가 테스트도 한 번 해 봤어요. 재료 양을 살짝 줄였는데 손님도 줄더군요. 한 손님이 그랬어요. '언니, 우린 여기가 절대 싸다는 이유만으로 찾아 오는 건 아니에요!' 그때 깨달았죠. 사람들이 싼 걸 찾는 건 맞지만 의외로 1천, 2천 원에 목숨 거는 건 아니구나. 저는 소스 종류도 브랜드 제품으로 쓰고, 원두도 돈을 더 주더라도 믿을 만한 업체에서 가져와요."

이런 박 사장에게도 꿈은 있다. "요걸로 떼돈 벌어서 제 건물 가게 꾸려야죠."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56(부전동) 서면시장 1층(서면복개로 방향). 오전 11시~ 오후 8시 영업. 일요일 휴무. 아메리카노 1천500원, 카푸치노 2천 원, 카라멜마키아또·카페모카 각 2천400원, 스무디 요거트 2천500원. 051-806-9333. 김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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