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남천바다로 '전주콩나물국밥'

입력 : 2014-04-17 07:51:42 수정 : 2014-04-17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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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익힌 수란 별미… 깔끔한 국물 속풀이에 안성맞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콩나물국밥 3년 먹으면 부자 된다.' 재료비가 워낙 적게 들어 근검절약에 딱 어울린다는 뜻이다. 무, 다시마, 멸치로 국물을 낸 뒤 고춧가루 따위로 칼칼하게 맛을 내면 완성이다. 하지만 쉽게 보이던 이 음식이 가게마다 맛의 편차가 크고, 호남의 본고장 맛을 흉내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조리기능장이자,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박사가 콩나물국밥집을 열었다. 조리기능장이라면 마스터(Master), 즉 '장인'급에 해당하는 국가공인 자격이다.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하는 대목이다.

강단에서 식당으로 무대를 넓힌 주인공은 곽정순 사장이다. 부산여대 호텔외식조리학과에서 한식과 푸드코디네이션을 강의하는 그가 지난 1월 광안리해수욕장 언양불고기 골목 쪽에 '전주콩나물국밥'을 열었다. 아줌마, 이모, 소리를 들어 가며 콩나물국밥을 나르고 있는 곽 사장의 얼굴은 밝았다.

조리기능장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콩나물국밥. 일차적인 포인트는 수란이 역할을 맡았다. 계란을 국밥 속에 넣어 끓이는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 원래 전주에서도 수란으로 내거나, 처음부터 넣어 끓이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단, '따로'를 고수한다. 공기에 담아 낸 수란 위에 김을 찢어 흩뿌리고 그 위에 뜨거운 국물 세 술을 끼얹었다. 시키는 대로 수란을 살짝 익혀 먹으니 입안 한가득 고소함이 밀려왔다.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 단백질을 보충해주던 방식이라는데, 지금은 에피타이저로 훌륭하다.

"콩나물국밥 맛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입니다. 국물을 내면서 자연재료를 많이 씁니다." 데친 오징어와 김치도 넣어 씹는 맛을 살렸다. 그중 전주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꼬부리 콩나물'을 갖다 쓰는게 특이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보통의 큰 콩나물에 비해 고소한 맛이 더 강하다고 했다. 국물은 뒷맛을 남기지 않고 깔끔했다. 반찬으로 차려낸 명천 낙지젓갈과 어울렸다. 그 맛은 전주식 콩나물국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통한 것이라고 했다. 속풀이 삼아 얼큰한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기 좋은게 콩나물국밥이다. 마니아들의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 40. 콩나물국밥(얼큰한 맛, 담백한 맛) 6천 원, 낙지볶음 7천 원, 수정판삼겹살(100g) 5천 원. 051-621-8899.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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