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수정동 '개미식당'

입력 : 2014-05-15 07:52:40 수정 : 2014-05-19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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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장어 살점, 입안에서 사르르

민물장어(뱀장어), 하면 어쩔 수 없이 '스태미나'가 연상된다. 바다와 강물을 헤엄쳐 다니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고 "힘이 세다"고 쳐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일본에서는 복달임으로 장어덮밥이 으뜸으로 꼽히는 게 다 그런 이유다.

민물장어는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때 살점이 야들야들해지고 고소한 맛은 꼭짓점으로 치닫는다. 아지랑이가 하늘하늘하기 시작할 때 몸이 먼저 장어구이를 찾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뒤편 길 모통이에서 30년째 장어만 굽는 집이 있다. '개미식당'. 간판에 큰 글씨로 '곱창민물장어구이전문'이라 씌어 있어 작은 글씨의 '개미식당'을 기억하는 손님이 별로 없다. 김성수(39) 사장은 부친이 1985년 창업한 가게를 이어받았다. 처음엔 양곱창도 취급했지만 지금은 장어구이(사진)에만 전념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먹장어(꼼장어), 붕장어(아나고)도 올리지만 민물장어구이는 연중 차려낸다.

2대째라니 거창한 것 같지만 가게는 손바닥만 하다. 5평에 식탁은 달랑 5개.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으니 다들 알고 찾아온다. "기력이 떨어지면 생각난다"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이 든 단골들이 주 고객이다. 아버지 손에 끌려왔다가 어른이 되어 오거나, 이사 갔다가 근처에 오는 참에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장어구이는 뼈를 발라낸 뒤 초벌구이를 하고, 고추장 양념을 올린 상태로 손님에게 낸다. "설익어 비린 맛이 남지 않게끔 최적으로 구워 드린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살점은 고소하기 이를 데가 없다. 생강즙을 넣은 간장 소스에 곁들이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식사에 곁들여 차려내는 국물이 진국이다. 장어 뼈 곰국인데, 은근하게 입맛을 당긴다.

양식산이라도 민물장어는 몸값이 만만치 않다. 1인분이 2만 4천 원이니 얼추 한우 값이다. "보양식이라고 생각하고 드시러 오시니까요." 먹고 나면 든든해지니 발길이 꾸준한 것이다.

※부산 동구 진성로9번길 16. 051-469-4789. 민물장어 200g 2만 4천 원, 바다장어(붕장어) 중 3만 원·대 4만 원, 산 곰장어 1만 원. 오전 11시~오후 11시.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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