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온 더위, 벌써 물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입력 : 2014-05-15 07:52:22 수정 : 2014-05-19 1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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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놈 물회횟집에서 낸 '특물' 물회. 과일과 채소 위에 자연산 광어와 전복, 소라, 해삼을 얹었다. 육수는 별도로 낸다.

"포항식, 통영식, 제주도식, 강원도식 다 좋은데요, 우린, 우리만의 스타일로 물회를 만듭니다."

이른 한낮 더위로 물회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물회 전문점은 물론이고 물회를 취급하는 횟집, 일식집 할 것 없이 점심시간대는 벌써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발 빠른 유통가에서도 이른 더위를 활용, 평년보다 한 달이나 앞서 물회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위크앤조이 플러스(Week&Joy+)'에서도 부산의 소문난 물횟집 두 곳을 일찌감치 찾아나섰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회에는 어떤 숨은 맛이 있길래 손님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그 비결도 물어보았다.


■ 연산동 '뱃놈 물회횟집' 꽃이 이보다 고울까…

"수년간 '뱃놈' 생활을 한 산지식으로 지금도 전국 각지의 뱃사람들과 직거래하면서 싱싱하고 감칠맛 나는 순수 자연산 회맛을 드리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유달리 '뱃놈'을 강조하는 '뱃놈 물회횟집' 주윤호(56) 대표의 말이다. 경남 사천시 동금동 출신의 주 대표는 저인망 어선 선장 생활 25년의 경험을 살려서 횟집을 냈고, 배에서 잡은 활어로 직접 만들어 먹던 싱싱하고 담백한 뱃놈식 물회 맛을 살려 아예 물회 메뉴를 개발하기 이르렀다.

어선 선장 경험 살려 연 자연산 횟집
'꽃 비빔밥'처럼 화려한 모습 '감탄'


뱃놈 물회횟집 주윤호 대표.
"IMF 외환 위기 이후 3척의 배를 처분하고 선장 생활은 접었는데 배운 게 고기밖에 없다 보니 활어 도매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수금이 제대로 안 돼 아예 횟집을 차린 게 6년 전입니다."

'뱃놈식' 물회의 특징은 일단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 이는 아마도 활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기에 가능해진 것일 테다. 지금도 주 대표는 어느 어느 항구에 고깃배가 들어온다는 연락이 오면 하루가 멀다 하고 물차(활어차)를 직접 몰아서 항구로 달려간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자연산 어종의 종류, 맛, 육질, 특성 등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그인 만큼 횟감은 직접 보고, 가격 협상에 나서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어쨌든 배 한 척 물량을 통째로 가져오다 보니 일부는 광안리 일대의 수산물센터에다 도매로 넘기기도 한단다. 그러다 보니 주 대표 가게 수조엔 항상 제철 어종이 넘쳐난다.

특물회와 안주용 물회가 나왔다. 살얼음 상태의 육수 한 그릇과 냉면 사리, 공깃밥도 별도로 나왔다. 다른 집 물회 먹는 법과 별반 다를 건 없었지만 육수 맛은 약간 달랐다. 벌꿀과 오미자, 매실엑기스 등 10여 종이 들어간 육수에 대해선 주 대표와 그의 부인만 아는 비밀이라면서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지금도 육수는 가게에서 만들지 않고 별도의 창고에서 만든 뒤 가져온다고 했다. 횟집 이름인 '뱃놈'에 대해서는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여기도 사연이 많아서 '뱃놈'이라는 표현이 뱃사람을 비하한다는 이견이 있어 한동안 보류되었다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작은 소동을 거쳐 지난해 10월에야 특허청이 받아들였다.

이날 물회 횟감으로는 자연산 광어가 올려졌다. 전날은 꼬랑치(등가시치)가 나오는 등 계절 따라, 그날그날 들여오는 활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복은 양식, 소라와 해삼은 자연산이었다. 그리고 오이와 당근, 새싹채소가 보태져 마치 '꽃 비빔밥'처럼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주 대표가 '뱃놈식 물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젓가락으로 일단 잘 비벼서 양념이 배도록 한 뒤 육수를 붓고 냉면 사리를 넣어 사리와 물회 고기를 먹은 다음 그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된단다.

설탕과 꿀이 들어갔다고는 해도 육수는 비교적 담백한 편이었다. 물회 속 멍게 한 점을 집어 먹었는데 그 향긋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자연산이 가져다 준 풍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한참 물회 맛을 음미하고 있는데 주 대표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어떤 선장과 가격 흥정을 벌였다. 모르긴 해도 자연산 물회를 이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건 순전히 주 대표가 발로 뛴 결과일 듯싶었다. 이달 20일께면 부산진구 서면로9 클럽호텔(구 챔피언나이트) 맞은편에 서면직영점(051-633-8855)도 가개점할 예정이다.

※부산 연제구 거제천로 154번길 62(연산동). 부산도시철도 연산역 17번 출구 신한은행 뒤편. 물1(활어물회) 1만 원, 물2(활어물회 해삼) 1만 3천 원, 특물(특별활어 전복 소라 해삼) 2만 원. 안주용 물회 4만~6만 원. 24시간 영업. 051-868-8855.


■ 기장 '명품물회' 육수 연구 17년의 결과, 과연…

명품물회에서 내고 있는 '명품스페셜'. 배와 오이, 그리고 우럭, 전복, 해삼, 개불이 더해졌다. 별도로 나온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섞었다.
명품물회는 어느 틈엔가 부산 물회의 대표 주자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적어도 물회라는 메뉴만 취급하면서 어마어마한 매상을 올린다는 게 가히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명품물회는 이를 어느 정도 실현하는 중이었다.

기장 본점을 비롯, 연산점, 남천점 등 각각의 대표는 공길원(60) 회장과 두 딸 이름으로 돼 있지만 물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육수 비법은 공 회장과 그의 부인 김미숙 씨만이 알고 있는 비밀.

동해산 우럭 활어차로 직접 가져와
오이·배 많이 넣어 시원한 맛 '일품'


명품물회 본점을 맡고 있는 공고은 상무.
"육수 연구에만 무려 17년을 매달린 결과입니다. 주말마다 집사람과 전국의 맛있다는 가게는 다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용량을 작게 만들면 그 맛을 낼 수가 없어 드럼통으로 만들어 먹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통째 버리는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심지어 모 대학 식품공학과 박사 5명에게 연구비까지 줘 가면서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긴 했지만 확신은 없었는데 지난 2009년 송정에 물횟집을 처음 열고 보니 손님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우리로서도 상상을 초월한 매출이 올라왔습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손님들에게 어필한 것일까? 가끔은 넘쳐나는 손님들로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오명까지 듣는 명품물회가 아니던가 싶어서다.

"실제 손님이 많을 땐 오전 11시부터 대기 번호표가 나가기 시작해 밤 9시가 되어야 끝이 납니다. 그래서 늘 죄송합니다. 육수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숙성과 재료 배합의 비율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육수에는 총 25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주 재료는 직송입니다. 물회용 생선은 가두리 양식을 하고 있는 우럭을 사용하고 동해 쪽에서 가져옵니다. 생선은 제가 활어차를 가져가서 일일이 눈으로 확인합니다. 배와 오이도 농가 계약을 통해 산지 직송을 합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음식값은 제대로 받자는 게 제 철학입니다."

공 회장과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물회를 시식했다. 육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은 매콤달콤했다. 다른 집 물회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들어간 채 썬 오이와 배는 시원한 맛을 더해주었다. 맛을 내는 요소는 결국은 재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공 회장도 말했다.

"물회는 일식도, 한식도 아닌, 우리 고유의 음식인 셈이죠. 뱃사람들이 전날 저녁 술을 많이 먹고 다음 날 속풀이용으로 먹던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먹으면 채소도 많이 먹게 되고, 회 역시 과식하지 않는 장점도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단순히 시원하다는 것 말고도 물회의 장점은 많았다. 더욱이 물회와 함께 나오는 미역국도 특정 섬에서 염장한 미역을 쓴다고 했다. 그리고 냉면이 아닌 국수를 준비해, 밥과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는 건설·유통업을 오래 했습니다.물회 체인화 사업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본점이나 직영점만큼 질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부산에 거점을 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연내 서울에도 진출할 생각으로 부지 확보도 마친 상태입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34-20. 송정삼거리에서 용궁사 방향 100m. 연산점(연제구 연산1동 590-39 스타벅스 나이트클럽 옆·051-863-5000), 남천점(수영구 남천2동 5-3번지 2층 삼익비치 방면 고마대구탕 2층·051-755-1755)도 직영 중. 물회 및 비빔물회 1만 3천 원, 명품 물회(우럭 전복 해삼 개불) 1만 8천 원. 명품 스페셜 4만~6만 원. 송정 본점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산점과 남천점은 24시간 영업. 051-722-1722.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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