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 그대로

입력 : 2014-06-05 08:17:38 수정 : 2014-06-06 1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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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과정까지 이수한 김선이 어르신이 커피를 뽑고 있다.

"가게 문을 연 지 근 두 달 정도 되었네요. 어르신들 활동상은 어느 정도 자리 잡아 가는 중입니다만 매출 증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 일환으로 지난 4월 3일 부산 동구 이바구길에서 문을 연 동네 밥집 '168 도시락(樂)국'. 그곳에서 만난 부산동구노인종합복지관 정해선 팀장이 내린 그동안의 경과에 대한 설명이자 간단한 평가다.

'168 도시락국'은 60세 이상 건강한 어르신들이 4명씩(바리스타 1명 포함) 한 팀을 이뤄 5개 조로 일을 하면서 수익금을 나누는 구조이지만 운영 주체는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복지관은 '168 도시락국' 외에도 '6·25 막걸리', 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충전소'도 위탁 운영 중이다. 대부분 70대가 주축이지만 60대와 80대도 포함됐다.

■ 동구 '168 도시락(樂)국'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운영
달걀·소시지 반찬에 추억이


"복지관에서 도와주고는 있지만 메뉴 개발은 어르신들이 직접 하셨습니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분에 따라서 맛이 들쑥날쑥한 게 단점이긴 하지만 취지 자체는 어르신들의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소득증대 차원에서 꾸려지는 식당인 만큼 음식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됐습니다. 아직은 어르신들 용돈 챙겨 드리는 정도입니다만 앞으로 차차 나아질 걸로 생각합니다."

'168 도시락국' 멤버 중 한 사람으로, 개중 젊은 축에 속한다는 김선이(64) 어르신은 "하루 5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면서 용돈벌이 정도 하는데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면서 "여든 넘은 나이에 일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60대에겐 또 다른 자극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어르신은 바리스타 과정도 수료했다.

'168 도시락국'의 식사 메뉴는 '추억의 도시락', '시락국밥', 콩나물국밥 등 3종류.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삶은 달걀이 있고 음료로 커피, 녹차, 팥빙수 등이 준비된다.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부산 동구 이바구길 168계단 아래에서 운영 중인 `168 도시락국`의 `추억의 도시락` 밥상.

'추억의 도시락'을 주문했다. 도시락 위에 올려진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 달걀부침, 콩나물 무침, 겉절이 등 각종 나물 반찬 등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다. 그 옛날, 할머니가 차려 주시던 손맛이 떠올랐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168계단을 걸어서 김민부 전망대까지 갔다가 부산항 일대 전경을 내려다보고 다시 걸어 내려왔다. 단순한 밥 한 끼였지만 추억이 깃든 밥상이었다.

※부산 동구 영초길 191(초량동 994-130). 168계단 인근. '시락국밥' '추억의 도시락' 등 3천500원, 삶은 달걀(3개) 1천 원, 커피(아메리카노) 2천 원, 팥빙수 2천500원. 오전 10시~오후 8시 영업. 051-714-2619.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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