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이라고 다 같은 밥집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세 곳은 꾸려가는 구성원들이 독특한,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을 밥집들이다. '우리집밥'처럼 마을 공동의 밥집을 운영하기 위해 아예 마을밥상 협동조합을 결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지역자활센터에서 발벗고 나선 '고우니 도시락 카페'도 있고, 건강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밥집(168 도시락국)도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 화명동 마을 밥집 '우리집밥'
'식구'처럼 정겨운 협동조합
친환경·제철 식재료만 사용
적자 보면서도 '건강한 밥상'
비조합원에도 문호 개방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
예전엔 흔히 듣고,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란 뜻의 '식구'라는 정겨운 말이 '가족'이란 말에 밀려난 것처럼 함께하는 밥상 풍경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부산 북구 화명동의 마을 밥집 '우리집밥'이 만들어진 건 어쩌면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을과 마을 사람이 행복해지는 밥상을 만들고자 하는 게 당초 취지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마을밥상 협동조합 형식을 빌린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먹는 게 아니라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부도 전하고 인사도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할도 밥집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집밥' 이귀원(대천마을학교 교장) 이사장의 말이다. 이 이사장의 말을 더 들어 보자.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외식도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식자재를 쓰거나 화학 첨가물을 쓰는 식당도 많다 보니 외식을 하면서도 늘 께름칙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환경 농산물과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담근 장류와 양념을 쓰면서 일체의 화학조미료나 첨가물 없이 재료 그 자체의 맛만으로 꾸릴 수 있는 밥집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 그저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집 밥 같은 밥집에 대한 소박한 요구였죠."
하지만 쉽진 않았다. 통상 3~4명으로 꾸려지는 직원 인건비는 그렇다 치고, 국산 참기름, 면실유 등 각종 양념류를 포함한 식자재 비중이 매출에서 50%가량 차지하는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처음으로 마을밥상 협동조합을 결성하던 때인 지난해 10월만 해도 조합원들은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아니, 얼른 수익을 내서 협동조합 본래 취지대로 상징적인 수준에서 배당을 하고, 그 나머지는 마을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 6개월을 지냈지만 흑자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낙담하진 않는다. 오히려 남다른 자부심도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을 차려 줄 수 있는 밥집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그리고 '우리집밥'이 마을 주민들의 사귐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
'우리집밥'의 대표 메뉴 '우리집밥' 밥상을 먹어 보았다. 반찬은 하루하루 달라진다고 김정은 매니저가 말했다. 이날의 밥상은 황태뭇국, 돼지고기 장조림, 콩나물 무침, 애호박전, 겉절이, 김치로 마련됐다. 어느 것 하나 국산 재료 아닌 게 없었다.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정갈한 밥상만큼이나 신뢰감을 더했다.
음식을 담아낸 그릇 역시 도자기. 혹여, 친환경 밥상이 강조되면서 맛이 덜하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됐지만 그렇지 않았다. 밥과 국, 반찬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비록 한 끼였지만 '빈 그릇 운동'으로 잔반을 줄이자는 취지에도 적극 동참할 수 있었다. 원하는 이들은 이날의 찬거리 중에서 '반찬 1통'을 별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여유 있는 찬은 '반찬 1통'으로 판매도 한다. 정종회 기자 jj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