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함께해서 더 좋은 밥집' 놀러 오세요!

입력 : 2014-06-05 08:16:29 수정 : 2014-06-06 1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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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탁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밥상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친환경 마을 밥집 '우리집밥'을 운영 중이다. 사진은 '우리집밥'의 식사 메뉴 '우리집밥'. 밥과 국, 그날그날 밑반찬은 달라진다. 국산 양념류에 친환경 제철 농산물을 사용해 만든 집 밥 같은 밥상이다. 정종회 기자 jjh@

밥집이라고 다 같은 밥집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세 곳은 꾸려가는 구성원들이 독특한,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을 밥집들이다. '우리집밥'처럼 마을 공동의 밥집을 운영하기 위해 아예 마을밥상 협동조합을 결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지역자활센터에서 발벗고 나선 '고우니 도시락 카페'도 있고, 건강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밥집(168 도시락국)도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 화명동 마을 밥집 '우리집밥'

'식구'처럼 정겨운 협동조합
친환경·제철 식재료만 사용
적자 보면서도 '건강한 밥상'
비조합원에도 문호 개방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


예전엔 흔히 듣고,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란 뜻의 '식구'라는 정겨운 말이 '가족'이란 말에 밀려난 것처럼 함께하는 밥상 풍경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부산 북구 화명동의 마을 밥집 '우리집밥'이 만들어진 건 어쩌면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을과 마을 사람이 행복해지는 밥상을 만들고자 하는 게 당초 취지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마을밥상 협동조합 형식을 빌린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먹는 게 아니라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부도 전하고 인사도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할도 밥집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집밥' 이귀원(대천마을학교 교장) 이사장의 말이다. 이 이사장의 말을 더 들어 보자.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외식도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식자재를 쓰거나 화학 첨가물을 쓰는 식당도 많다 보니 외식을 하면서도 늘 께름칙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환경 농산물과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담근 장류와 양념을 쓰면서 일체의 화학조미료나 첨가물 없이 재료 그 자체의 맛만으로 꾸릴 수 있는 밥집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 그저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집 밥 같은 밥집에 대한 소박한 요구였죠."

하지만 쉽진 않았다. 통상 3~4명으로 꾸려지는 직원 인건비는 그렇다 치고, 국산 참기름, 면실유 등 각종 양념류를 포함한 식자재 비중이 매출에서 50%가량 차지하는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처음으로 마을밥상 협동조합을 결성하던 때인 지난해 10월만 해도 조합원들은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아니, 얼른 수익을 내서 협동조합 본래 취지대로 상징적인 수준에서 배당을 하고, 그 나머지는 마을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 6개월을 지냈지만 흑자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낙담하진 않는다. 오히려 남다른 자부심도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을 차려 줄 수 있는 밥집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그리고 '우리집밥'이 마을 주민들의 사귐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

'우리집밥'의 대표 메뉴 '우리집밥' 밥상을 먹어 보았다. 반찬은 하루하루 달라진다고 김정은 매니저가 말했다. 이날의 밥상은 황태뭇국, 돼지고기 장조림, 콩나물 무침, 애호박전, 겉절이, 김치로 마련됐다. 어느 것 하나 국산 재료 아닌 게 없었다.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정갈한 밥상만큼이나 신뢰감을 더했다.

음식을 담아낸 그릇 역시 도자기. 혹여, 친환경 밥상이 강조되면서 맛이 덜하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됐지만 그렇지 않았다. 밥과 국, 반찬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비록 한 끼였지만 '빈 그릇 운동'으로 잔반을 줄이자는 취지에도 적극 동참할 수 있었다. 원하는 이들은 이날의 찬거리 중에서 '반찬 1통'을 별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여유 있는 찬은 '반찬 1통'으로 판매도 한다. 정종회 기자 jjh@

"현재 식자재는 화명동 푸른바다생협과 만덕동 부산생협과 거래 중입니다. 북구희망터지역자활센터로부터는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공급받고요. 일부 채소의 경우 동네 어르신이 재배한 거나 조합원 부모님께서 시골에서 부쳐 주시는 걸 받아서 쓰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표방하지만 맛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두루치기의 경우 무항생제 돼지고기 냉동육을 쓰고 있는데, 한우 1등급 냉장육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냉동육이다 보니 맛이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것 등이 고민입니다."

그래도 지난달 25일엔 '우리집밥'이 문을 연 뒤 처음으로 직원 없이 조합원만으로 일요일 점심 밥상을 준비한 '브런치 데이' 행사를 갖기도 했다. 조합원 김금란 씨가 일일 셰프가 되고, 장윤정 씨는 바리스타로 변신했다. 또한 홍세진 씨는 빵과 버섯을 굽고, 청소를 담당했고, 백시내 씨는 부족한 물품 공급을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고선일 조합원이 전했다.

물론 이들에게 과제도 없진 않다. 이 이사장이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다.

"집밥에 대한 요구가 크긴 했지만 막상 집밥을 차려 주니까 조금 부족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외식인데 싶어서이겠지요. '우리집밥'만의 색다른 요리 한두 개쯤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 먼 곳까지 일부러 밥 먹으러 올 순 없겠지만 80여 명의 조합원 외에 비조합원들에게 열려 있는 만큼 그 취지는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각자 동네에도 이런 게 생기면 더 좋겠고요."

※부산 북구 대천천길 116(화명2동 274-6번지). 화명초등학교에서 화명그린아파트 쪽 '쿵쿵어린이집' 맞은편. '우리집밥' 6천 원, '두루치기집밥' 9천 원, 공기밥 2천 원, 반찬 1통 5천 원(용기를 가져올 경우).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오후 3시~5시 30분 휴식·일요일과 공휴일은 쉼) 영업. 추가 출자자는 계속 모집 중(가입비 10만 원 이상). 051-364-5454.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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