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젊은 사장님들, 부산발 외식업 돌풍 일으키다

입력 : 2014-06-12 07:54:56 수정 : 2014-06-16 08: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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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식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애쓴 모던한 인테리어와 젊은 취향의 입맛, 그리고 2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면 가맹비 없이 독립도 가능한 '정성식당'이 취급하는 메뉴는 김치전골, 김치찜, 매실두루치기 딱 세 가지다.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메뉴이지만 고객의 발길을 꾸준히 끌어 모으면서 이 식당 조혁성 대표는 제2의 브랜드 '간장선생'도 선보였다.

자신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40, 50대 창업과 달리 20, 30대 창업은 '생계형'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남다른 포부와 열정이 강점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개성과 전략을 담은 외식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부산 '정성식당' 조혁성 대표와 '칠칠켄터키' 김태경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보았다.


■ '정성식당' 

직원 독립시키며 매장 '쑥쑥'
제2브랜드로 '간장선생' 선봬
구이는 담백, 양념은 매콤
눈볼대 단일 메뉴로 도전

기존 한식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애쓴 모던한 인테리어와 젊은 취향의 입맛, 그리고 2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면 가맹비 없이 독립도 가능한 `정성식당`이 취급하는 메뉴는 김치전골, 김치찜, 매실두루치기 딱 세 가지다.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메뉴이지만 고객의 발길을 꾸준히 끌어 모으면서 이 식당 조혁성 대표는 제2의 브랜드 `간장선생`도 선보였다.
한식당 '간장선생'의 단일 메뉴인 '눈볼대 구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조혁성 대표.
메뉴는 딱 한 가지. '눈뽈다구'(눈볼대·일명 빨간고기) 구이 정식'. 지나가던 행인이 무심코 말한다. "일식당이야, 이자카야야, 뭐야?"

"눈볼대라는 단일 메뉴도, 카페 같은 인테리어도 모험이었습니다. '생선구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가도 고등어, 갈치, 가자미를 생각한 고객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으니까요."

기존 이미지를 깬 한식당 '정성식당' 운영으로 부산 외식업계에선 화제를 몰고 온 조혁성(35) 대표가 두어 달 전 제2의 브랜드로 '간장선생'을 선보였다. 하고많은 생선 중에 왜, 눈볼대였을까?

"눈볼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생선이기도 합니다만 비린내도 덜 나고, 크게 비싸지도 않으면서 1년 365일 수급에 큰 애로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맛도 있고요, 평범한 생선이지만 손질에 정성을 다하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이는 간장과 고추장 양념, 두 가지 중 선택한다. 그리고 당면 김치찌개와 서너 가지 밑반찬이 보태졌다. 얇게 자른 마늘을 튀겨서 곁들인 간장 양념의 눈볼대 구이는 담백했고, 고추장 양념은 매콤했다.

'정성식당'도 김치찜, 김치전골, 매실 두루치기 단 세 가지 메뉴로만으로 꾸려진다. 단순하면서도 평범한 메뉴 구성이지만 모던한 식당 인테리어와 함께 꾸준하게 대기 손님이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첫선을 보인 남포점을 본점으로, 서면점, 동래점 등 직영점과 정성식당 직원으로 있다가 독립해 나간 경성대점, 부산대점 등 총 5곳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정성식당'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 발견된다.

"우리 직원의 경우, 2년 이상 근속하고 자기가 원할 땐 가맹비 없이 독립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간장선생'이 보태졌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겠지요. 현재 슈퍼바이저로 있는 직원 한 명도 자기 가게를 알아보는 중인데 기존 상권과 충돌이 없는 김해나 창원, 해운대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간장선생'에 근무하는 7명도, 매장마다 6~7명씩 근무 중인 '정성식당' 직원들도 전부 정직원으로 고용된 이들이다.

문득, '정성식당' 이야기를 귀띔해 준 모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분은 복도 많아요. 어떻게 뽑는 직원마다 다들 자기 가게처럼 열심히 일을 하는지…."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또 다른 말을 들려준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사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7년 전, 화명동에서 '해금포차'라는 술집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오면서 일할 만하면 나가는 직원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다가 생각하게 된 게 이 시스템입니다. 매출도 직원들한테 공개합니다. 투명경영을 하는 거죠."

사실, 조 대표는 대학(부경대 화상정보공학과) 때부터 휴학을 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특히 영국에서 2년 6개월간 머물면서 호텔 주방 보조 일을 했는데 외식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단다.

"당시 호텔 측에선 저한테 정직원 제의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없는 것 같아 거절했지요.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반복되는 주방 일만 하고 있다면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당장은 힘들지만 목표가 있으면 다르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언젠가 자기 가게를 갖는 꿈 같은 거요."

조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자기 가게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실체를 알 것 같았다. 타고난 훌륭한 직원도 있겠지만 그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열심히 일하게끔 만들어 준 건 결국 리더(대표)의 몫이었던 것이다.

메뉴 개발 이야기로 돌아갔다. '정성식당'의 인기 메뉴인 김치찜과 매실 두루치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긴 했지만 저만의 방법으로 좀 더 세련되게 재구성한 셈입니다. 김치는 묵은지가 아닌 6개월 정도 숙성한 것을 사용하고, 매실 두루치기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합니다만 부위는 목살을 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리 방법은 매뉴얼화하고 있습니다."

한식 조리법의 매뉴얼화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거기엔 조 대표가 꾸고 있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언젠가 뉴욕에도 진출해 제 브랜드의 식당을 열고 싶습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정성식당' 1호점을 내기 위해 타진 중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69-1(부전동) 간장선생(051-803-2333). 도시철도 서면역 7번 출구. '눈뽈다구 구이 정식' 7천 원. 오전 10시~오후 10시 영업. 정성식당 남포점(051-246-0333), 서면점(051-805-3355), 동래점(051-558-0338)도 영업시간 동일. 김치찜 7천 원, 매실 두루치기 6천 원, 김치전골(2인분 기준 주문) 6천 원.



■ '칠칠켄터키' 

푸짐한 양에 고소한 맛
1977년 켄터키 스타일 재현
2년 새 33호점으로 늘어나
대구 이어 중국까지 진출 계획


30여 년 전 외삼촌이 운영하던 동네 시장 통닭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칠칠켄터키`는 배달은 물론 광고 한 번 안 했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뷔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샐러드 그릇을 활용한 용기에 담아서 내놓는 프라이드·양념 반반 치킨 모습.
부산대 본점을 시작으로 2년 새 30호점 넘게 가맹점을 확보한 향토 치킨 브랜드 '칠칠켄터키' 김태경 대표.
 '무봤나 촌닭' '아웃닭'에 이은 또 하나의 향토 치킨 브랜드 '칠칠켄터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소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배달도 안 되고, 광고 한 번 한 적 없는 이 브랜드가 지난 2012년 7월 7일 본점(부산대점) 영업을 시작으로 지난 4월 5일 서울 신촌점까지 2년 새 33호점으로 늘어났다. '칠칠켄터키' 김태경(33)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알아보았다.

2년 전이라면 이미 부산대 인근에만 통닭집이 수없이 많았을 텐데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주위에서 반대가 정말 심했습니다. 기존 통닭집이 워낙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저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포화상태지만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고. 물론 처음부터 프랜차이즈가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대학가 앞의 저렴하고 푸짐한 그런 치킨 집을 꿈꿨었지요."

-그렇다면 남다른 전략을 세웠겠네요.

"네, 맞습니다. 일단 냉동육이 아닌 매일매일 들여오는 냉장 닭을 쓰고, 대기업은 물류 마진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인 '양을 늘리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가격을 낮추자'고 생각하고, 남들은 '수맥이 흐른다'고 터부시하던 곳에 저렴한 임대 비용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977년 켄터키치킨 맛을 재현하고자 조리는 '시장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이때 기름은 식물성을 사용합니다."

시장 방식이라는 의미는 생닭과 물로 반죽한 파우더(튀김옷)를 섞어서 통째로 튀기면서 집게로 떼어내는 식이었다. 뼈 닭 한 마리의 경우, 중짜 규모 중에선 가장 큰 국내산 12호 닭(약 1천200g)을 쓰고, 순살은 브라질산 870~900g짜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반죽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양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닭을 주문해 보니 양도 푸짐하고, 맛도 고소했다.

그런데, 하필 1977년이었을까?

"제가 어릴 때 외삼촌이 시장에서 통닭집을 운영했습니다. 1977년이었습니다. 외삼촌이 가끔 저희 집에 오실 때마다 켄터키 치킨을 종이 봉지에 포장해 오셨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외삼촌에게 그때의 치킨 노하우를 여쭤 보고 제가 지금껏 해 오던 요리 노하우를 합쳐서 치킨 반죽과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요리 실험을 계속하다 보니 '이 맛'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땡초 소스 개발이 어려웠지만 매운 닭발 레시피를 접목하면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칠칠켄터키' 개점에 앞서 2011년 5월부터 남포동에서 테이블 3개짜리 '두 유 노(Do you know) 불고기' 가게도 운영했다. 말만 남포동이었지 번화가 안쪽 뒷골목이어서 은행 대출을 안고 3천 만 원으로 시작한 가게였다.

"처음 6개월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10만 원도 못 파는 날이 허다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줄을 서는데, 사람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었어요."

김 대표가 음식과 인연을 맺은 건 고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3학년 때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면서 한식, 양식, 일식 요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대한양계협회가 주관한 전국요리경연대회 닭요리 부문에서 입상한 것도 그즈음이다. 그리고 양산대(현 동원과학기술대)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뷔페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부전시장에서 마늘 도소매업을 30년 넘게 하시다 뷔페업을 시작하셨는데 그곳에서 조리, 구매, 서빙, 인사, 총무 등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좀 빨리 했는데,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뷔페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 힘들어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뷔페 근무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인지 현재 '칠칠켄터키'가 닭 요리를 담아내는 그릇은 뷔페에서 흔히 보는 샐러드 용기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김 대표는 고교 졸업 이후 10여 년 만에 전국 요리경연대회에도 참가했다.

"한국조리기능인협회에서 주관한 2014 대한민국 국제요리경연대회였는데요, 세계요리 부문에서 금상, 떡&한과 부문에선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초심을 회복하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도전한 요리 대회였습니다."

김 대표는 올 가을께 '칠칠켄터키' 대구 및 경기도 직영점과 가맹점 개설에 이어 중국 진출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 밖에 김치찌개 전문점 '대독장'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금정구 금강로 271-8(장전동) 칠칠켄터키 부산대본점. NC백화점 주차장 입구 맞은편 골목. 프라이드(1만 5천 원), 양념(1만 6천 원), 깐풍(1만 6천900원), 땡초(1만 6천500원), 간장(1만 6천500원) 켄터키. 오후 4시~오전 2시 영업. 051-518-9777.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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