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찬 휴가] 오감 자극 오징어회,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입력 : 2014-07-24 07:55:00 수정 : 2014-07-28 09: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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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오징어는 눈을 즐겁게 하면서 입맛을 돋운다. 김과 깻잎,날치알로 오색을 나타낸 오색 오징어회는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종회 기자 jjh@

장맛비를 머금은 무더위로 몸과 맘이 점차 지쳐가는 시점이다. 무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요즘, 입안을 즐겁게 할 음식으로 어떤 게 있을까? 휴가철 별미, 이왕이면 몸에 좋고 여름밤 한 잔의 추억도 곁들일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식감을 살리고 피로 풀기에도 좋은 오징어회를 추천해 본다. 오징어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과 단백질, 칼슘,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제격이다. 간장 해독과 심장병 예방, 근육 피로 회복에 효과가 탁월한 타우린성분도 다량 함유돼 있다. 마침 연근해와 원양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본격 반입되면서 제철을 맞고 있는 오징어회로 이 여름 무더위를 잠시라도 이겨 보자.


■ 서면 '대통 횟집'

김·날치알 넣어 오색 차별화
얇게 썰어 쫄깃한 맛 유지
골라 먹는 재미 젊은 층에 인기


서면 옛 공구상가를 따라 들어선 맛집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년 들어 온갖 음식을 갖춘 음식점들이 하루 건너 하나씩 문을 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생선회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찾는다면 '대통 횟집'이란 간판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간판 자체가 다른 음식점에 비해 큰 편인 데다 한자로 된 간판 사이에서 '오색 산 오징어'란 문구가 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

단번에 "오징어면 오징어회라고 해야지, 대체 오색 오징어가 뭐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이를 주문하면 그 의문은 금방 풀린다.

껍질을 벗긴 오징어 안에 김과 깻잎, 날치알을 넣어 각각의 색깔을 살린 5가지 오징어회를 만들어 한 접시에 담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오징어회만 생각한다면 생소하기까지 하다. 

오색오징어회를 선보이는 대통횟집 사장 김원묵(47)씨.
기존의 오징어회에 여러 가지 식재료를 가미해 먹음직스럽게 장식한 이색 오징어회라 보면 되겠다. 오감에 민감한 젊은 층, 특히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판촉 전략의 일환으로 선보이게 됐다는 게 김원묵(47) 사장의 설명이다.

사실 오징어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은 오징어회 마니아에겐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 일부 고객은 오징어회에다 색소를 넣은 줄로 착각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여러 가지 종류의 오징어회를 즉석에서 골라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에 더 무게를 둔다면 오색 오징어회가 반갑다.

'대통 횟집'은 2004년 문을 열었다. 올해로 10년째. 김 사장은 처음엔 삼색 오징어회로 시작했다. "오징어회 전문집을 시작하면서 서면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어떤 전략으로 차별화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김 사장은 김창호(40) 요리실장과 고민한 끝에 김과 깻잎을 이용한 삼색 오징어회를 생각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면을 찾는 젊은 층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날치알과 오징어 지느러미를 이용한 오색 오징어회와 노란 파프리카와 보라색 적채를 곁들인 무지개 오징어회까지 나왔다.

오징어 다리 껍질을 벗겨 흰색을 나타냈고, 김과 깻잎을 넣어 검은색과 녹색을 연출했다. 꼬들꼬들한 오징어 다리를 씹다가 해초 맛을 느끼려면 김을 섞은 오징어를 한 점 입에 넣으면 되겠다. 김을 넣은 오징어회를 먼저 먹는 게 낫다. 짭조름한 김 맛이 식욕을 당긴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오징어 물기를 머금은 김이 물러지면서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먼저 먹는 게 나을 듯하다.

씹히면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맛을 느끼려면 붉은색의 날치알 오징어회를 먹으면 되겠다. 날치알의 비린내가 싫다면 깻잎을 넣은 오징어회를 먹으면 되지만 깻잎 향 때문에 오징어회 본연의 맛은 좀 떨어지겠다. 껍질을 벗겨 속살의 흰색을 드러내는 다리는 특유의 씹히는 맛으로 오징어회 식감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이 횟집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오징어 포를 최대한 신속하게 얇게 뜨고 썬다는 것. 다른 재료와 잘 어울리도록 하고 오징어 특유의 쫄깃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모 방송에 '생활의 달인'으로 출연하기도 한 김 실장의 현란한 칼질이 예술이다. 오징어 다리의 경우 잘못 썰게 되면 오히려 딱딱해져 식감을 떨어뜨린다. 물론 산지에서 직송한 활 오징어를 바로 도마에 올리는 것도 김 사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특히 오징어회 본연의 식감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포를 뜨고 써는 작업은 모두 김 실장이 하고 있다. 오징어회를 수작업으로 할 때와 기계를 사용할 때의 차이는 싱싱하고 쫄깃한 맛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먹통찜(오징어회 오른쪽)은 소금 기름장과 함께 먹으면 제맛을 낸다.
오징어 먹통찜도 먹을 만하다. 오징어 먹통찜은 말 그대로 내장을 그대로 쪄서 내놓는 음식. 먹물과 함께 먹는 내장 특유의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징어 먹물을 먹기 위해 여성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초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마늘을 곁들인 소금 기름장과 함께 먹으면 비린내를 줄이면서 구수한 맛을 오래 느낄 수 있다. '대통횟집'에서 오색 오징어회를 제대로 즐기려면 다락방을 이용해 편안하게 앉아 먹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680번 가길 56(서면 옛 공구상가 내 배대포길 골목). 영업시간은 오후 5시~오전 5시. 오색 오징어회, 오징어 먹통찜, 산 오징어회 각각 2만 5천~3만 5천 원. 051-808-1146.


■ 사상 '먹물 빨간 산오징어집'

일반 생선 곁들여 세트식 차림
싱싱한 횟감에 달인의 칼질
반찬처럼 나온 비빔국수 '특미'


서면, 남포동 같은 대규모 상권이 아닌데도 주거단지와 인접한 신 상권을 끼고 자리 잡아 오징어회로 맛 승부를 보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먹물 빨간 산 오징어집'. 이름만 봐도 뭔가 이색적이고 '한 음식'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상 신모라에 위치한 '먹물 빨간 산 오징어집'은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재미가 있다. 골라먹는 재미, 보는 재미인 '서면 대통횟집'과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지향점이 다르다.

싱싱한 오징어회를 선보이려는 의지는 두 음식점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고 실제 음식을 내놓는 과정을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서면 대통횟집'이 오감을 자극한다면 '먹물 빨간 산 오징어집'은 오징어와 일반 생선을 곁들여 세트 메뉴식으로 내놓는다. '먹물 빨간 산 오징어집'은 오징어회의 '짬짜면(짬뽕과 짜장면)'식이랄까. 주 메뉴인 오징어회와 문어숙회, 오징어회와 생선회, 오징어회와 해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오징어회에다 문어나 다른 생선회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오징어회와 문어숙회,생선회를 들어보이고 있는 사상 '먹물 빨간 산오징어집' 사장 윤화영(36)씨.
주방장이기도 한 윤화영(36) 사장이 이 집을 연 것은 지난 2012년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지금의 오징어 전문점을 7년 전부터 운영해 오던 것을 인수해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다.

식당은 다소 좁아 10여 평에 불과하다. 그래서 늦은 오후 시간대가 되면 붐비는 편이다. 대개의 경우 1차로 기본 저녁 식사를 한 후 2차 장소로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먹물 빨간 산오징어회는 깻잎과 날치알을 얹은 오징어회와 함께 문어숙회도 맛볼 수 있다. 다른 생선회와 같이 먹는 재미가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오징어회를 보면 서면의 오색 오징어회를 연상케 한다. 깻잎과 날치알이 오징어회에 들어가 있어 색깔 면에서 마치 오색 오징어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우선 김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김이 눌어붙게 되면 오징어 질감이 떨어집니다. 김에 물기를 뺏기면서 오징어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아예 김을 빼버렸습니다." 윤 사장은 대신 깻잎을 오징어와 함께 썰어서 내놓았다.

또 서면 오색 오징어회의 경우 날치알을 오징어와 섞어 모양을 냈지만 이 식당에선 날치알을 오징어 위에다 얹어 놓았을 뿐이다. 이는 날치알을 씹었을 때 톡톡 터지는 느낌을 싫어하거나 비린내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을 감안해서다. 날치알을 먹기 곤란하면 오징어회만 골라 먹으면 된다. "오징어회의 장식보다는 실용적인 면을 좀 더 고려했다"는 게 윤 사장의 얘기다.

이 집 역시 오징어를 최대한 얇게 써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8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윤 사장의 칼질도 달인의 경지다. 한 마리 분량의 오징어회를 만들기 위해 적어도 1천 번 이상의 칼질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얇게 썰어서 접시에 올라온 오징어회가 깻잎, 날치알과 어울려 미각을 돋운다. 또, 싱싱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필요한 만큼의 오징어를 구입해 수조에 넣어 두었다가 당일 바로 소비해 버린다고 한다.

주 메뉴인 오징어회와 문어숙회는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오징어 본연의 쫄깃한 맛과 함께 데쳐서 나온 문어숙회의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해서다. 활어 상태의 문어를 즉석에서 잡아 데친 뒤 최대한 얇게 썰어 내놓기 때문에 부드럽고 쫄깃한 맛까지 난다. 집에서는 도저히 제 맛을 느낄 수 없다며 노하우를 물어오는 고객도 있을 정도로 '주방장 특선요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회맛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문어숙회를 주문하지 않는다. 오징어회를 맛보면서 동시에 생선회를 맛보고자 한다면 오징어회와 우럭이나 광어 생선회가 한 접시에 담긴 메뉴를 시키면 된다. 주로 나이가 든 남자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술 한 잔을 곁들이면서 한 번에 여러 종류의 횟감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먹통 순대'라는 메뉴도 눈에 들어온다. 먹통찜과 같은 종류라 보면 된다. 오징어를 산 채로 쪄서 먹물과 내장을 함께 먹는다. 고소한 맛이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포인트. 

먹물 빨간 산 오징어회는 비빔국수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이 식당의 또 다른 특징은 비빔국수가 밑반찬 격으로 나온다는 것. 깻잎에 오징어회와 비빔국수를 얹어놓고 마늘과 고추를 함께 싸서 먹으면 색다른 식감을 느낀다. 오징어의 쫄깃한 맛과 함께 비빔국수의 매콤한 맛, 깻잎의 향이 어우러지면서 한동안 입안이 즐겁다.

*부산 사상구 백양대로 879 모라동원타운상가 10-105(사상 신모라교차로에서 신라대 방면 100m지점). 영업시간은 오후 5시~오전 5시. 오징어회 2만 5천~4만 5천 원. 오징어와 문어숙회, 오징어와 생선회 세트 3만~5만 원. 오징어와 문어숙회·생선회 5만 원. 051-315-8878.

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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