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고생하는 당신께 보양식 한 그릇 선사합니다"

입력 : 2014-07-31 07:49:35 수정 : 2014-08-01 14:30:2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흑산도 근해산 민어를 푹 고아 만든 민어탕은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을 낸다. 블로거'울이삐'(busanwhere.blog.me) 제공

올여름도 여지없이 무더위로 고생하는 당신, 연일 푹푹 찌는 더위에 어깨는 처지고, 맘도 지친다. 기운이 빠지니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 이 여름, 당신은 어떤 음식으로 허약해진 몸과 맘을 보충할 것인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복더위 보양식은 삼계탕이다. 추어탕과 장어구이도 즐겨 먹는 보양음식이다. 어차피 더위를 이겨 내야 풍성한 가을을 기대할 수 있으니, 한 그릇의 보양음식으로 이 여름을 제대로 견뎌 내자. 각자의 취향과 입맛은 다르지만 더위로 지쳐 버린 입안을 즐겁게 하고 있는 보양식 맛집을 찾아가 봤다.



■ 호야스시 '민어탕'

활어 상태 민어, 깊은 국물 맛 비결
고향맛 떠올리게 하는 장아찌 세트


옛날 우리 조상들은 복날 보양음식으로 보신탕을 삼품, 도미는 이품이라 하고, 민어를 일품으로 불렀다. 양반들이 꼭꼭 숨겨두고 먹었다는 보양 생선이 민어다.

소화흡수가 빠르고,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칼륨과 인,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산지인 전라도 지방에서는 민어를 최고의 복달임 음식으로 여긴다.

호야스시 박명호 사장
하지만 부산에서 민어는 다른 보양식에 가려서인지 복더위 음식으론 생소할 뿐이다. 더욱이 활어 상태의 민어로 탕을 끓여 먹을 기회를 가지기란 극히 드물다. 동래구 거제동 호야스시에 가면 활어로 만든 민어탕을 맛볼 수 있다. 명륜동 진수사가 최근 여기로 확장 이전하면서 상호를 바꿨다.

민어탕은 두툼한 살에다 내장과 채소 등이 어우러지면서 뼈에서 우러나는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기름진데도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오늘 민어탕은 흑산도에서 잡은 17㎏ 무게의 활어로 만들었습니다. 부산에서 이처럼 큰 활민어를 식당에서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박명호(44) 사장은 4년째 민어탕을 만들어 보양식으로 내놓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흑산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민어 보양탕을 소개 받아 알게 되었고, 활어 상태의 민어를 제공 받게 됐다는 것.

민어탕은 양파와 무, 복어 머리, 바지락 등으로 맛국물을 만든 뒤 조선 된장을 풀고, 미리 손질한 민어를 넣어 푹 곤다. 여기에다 햇박을 넣고 대파와 두부, 고추 등을 넣어 끓인 뒤 미나리를 얹어 마무리한다. 뼈를 푹 고아서 우려낸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을 제대로 맛보려면 아무래도 매운탕보다는 맑은 탕(지리)으로 주문하는 게 나을 듯.

호야스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일식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참죽나물 장아찌와 부추가 밑반찬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민어탕이 나오기 전에 우선 한 입 먹어 보자. 입안을 씻어내는 느낌이 올 게다. 식감을 돋우기에도 충분하다. 밑반찬 하나하나가 맛깔스럽고 토속적이어서 고향 맛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일식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호야스시만의 특색 있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횟집 경영 22년의 박 사장이 자신 있게 내놓는 음식이기도 하다.

호야스시에서는 민어탕과 함께 민어초밥과 민어회를 맛볼 수도 있다. 민어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된다. 사실 활어회를 자주 접하는 부산 사람으로선 민어에 친숙해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선어 느낌이 나면서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민어부레를 맛볼 기회도 있다. 민어어죽도 별미다. 민어 뼈와 각종 부위, 백합을 넣어 푹 고아 만든 어죽에다 김치나 참죽나물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면 백합의 짭조름한 맛까지 가미되면서 독특한 맛을 연출해 낸다.

※부산 연제구 교대로 22번길. 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5번 출구에서 국제신문 옆 주차장길 따라서 50m 지점. 연중 무휴, 낮 12시~오후 10시 30분. 흑산도 민어탕 2만 5천 원, 민어 코스 요리 7만 원부터. 051-557-0676.



■ '다미복국' 복계탕

삼계탕에 전복과 참복까지
진하고 개운한 맛 어우러져
삼계탕에다 전복과 복어를 넣어 만든 복계탕은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복계탕. 이름부터 낯설다. 삼계탕을 기본으로 참복과 참전복을 넣어 만든 보양식이다. 이름 그대로 전형적인 보양음식인 삼계탕에다 바다의 산삼인 전복과 담백한 맛의 상징인 참복까지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보양 효과를 기대한다.

복계탕은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선 근년 들어 일부 음식점에서 조금씩 선을 보일 정도로 아직은 친숙하지 않다. 유난히 음식을 담는 뚝배기가 크고, 아주 특별한 삼계탕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영도로 건너갔다.

복국을 주로 파는 다미복국이 올해 여름 보양식으로 복계탕을 내놓았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한정 판매한다.

복계탕에서 중요하게 차지하는 부분은 국물 맛. 삼계탕 국물을 80%로 하고 나머지 20%는 복 국물이 차지한다. 가시오가피와 헛개나무, 황기, 인삼, 대추 등을 넣어 육수를 만들었다. 기존의 삼계탕 국물에다 복 국물이 가미되면서 시원한 맛을 연출한다. 삼계탕의 진한 맛과 복국의 개운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국물 맛을 낸다. 

다미복국 강연중 사장
요리사 경력 30년의 강연중(53) 사장이 기존의 삼계탕 국물이 아닌 복계탕 특유의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지금의 8 대 2 국물 배합을 만들게 됐다는 것.

"여름철엔 복국 소비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궁리 끝에 여름 한 철 내놓은 게 복계탕인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 사장은 "시원한 국물 맛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 입맛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계탕은 모양부터 특이하다. 삼계탕 같으면서도 삼계 위에 이제 갓 잡아 넣은 활전복이 열 때문에 꿈틀거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삼계 사이로 참복 한 점도 보인다. 본격적으로 삼계 맛을 보기 전에 우선 국물 맛부터 보는 게 좋겠다. 깔끔한 맛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어 무더위로 무뎌진 식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어서 먹어야 할 게 전복이다. 취향에 따라 전복을 회처럼 바로 먹어도 되겠고, 샤부샤부처럼 충분히 국물로 익혔다가 소금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평소의 전복 씹는 맛과 다르다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복어 한 점을 먹고, 닭고기는 맨 나중에 먹는 게 좋겠다. 복계탕 양이 기존의 삼계탕보다 많다. 닭과 전복 자체가 다른 음식점에 비해 큰 편이다. 그래서인지 뚝배기마저 크다. 500~550g 정도로 다른 곳과 비교하면 100g가량 더 크다. "넉넉하게 드시고, 다음에 다시 오시라"는 의미로 큰 뚝배기를 쓴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

복계탕 옆에 밑반찬으로 나온 복껍질무침도 눈길이 간다. 미나리와 초장에 버무린 복껍질을 한 입 먹으니 입맛이 돈다. 다른 복국 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창난과 겉절이 김치, 꽁치구이도 정갈하고 깔끔하게 나온다.

※부산 영도구 남항로 9번길 2. 남항동 주민센터 옆. 매월 셋째 주 일요일 휴무, 영업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 복계탕 1만 7천 원. 051-417-7383.



■ '어원정' 붕장어탕

뼈와 함께 고아 추어탕식으로
토속적으로 차린 반찬 맛깔나

어원정 붕장어탕은 추어탕을 먹을 때처럼 방아잎과 산초를 넣어 먹는다.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

여름 해산물 중 대표적 보양음식이 붕장어탕이다. 붕장어(아나고)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서 스태미나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각종 비타민이 많아서 피로 해소에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개의 경우 붕장어는 구이나 회로 먹는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먹을 때에도 진한 국물 맛과 기름진 고기 맛을 함께 볼 수 있는 매운탕을 선호한다. 다른 보양식에 비해 가격도 싸 서민 복달임 음식으로 제격이다. 하지만 국물이 느끼하거나 비릿한 맛을 내기 때문에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붕장어탕이 거북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선 비린내를 제대로 제거하는 게 붕장어탕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붕장어탕은 매운탕식으로 푹 끓여서 토막낸 붕장어 고기를 넣어 함께 먹는다. 시원하고 알싸한 국물 맛으로 뱃속을 따뜻하게 데우고 씨알이 굵은 붕장어 토막을 한 입 먹으면 그 탱탱한 식감에 입안이 즐겁다.

붕장어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부산 수정동 어원정은 매운탕이 아닌 추어탕 식으로 붕장어탕을 만들어낸다. 붕장어를 뼈와 함께 고아서 뼈와 살을 걸러 추어탕 식으로 내놓는다.

수조에서 활어 상태의 붕장어를 잡아 압력솥에 넣어 푹 곤 뒤 체로 걸러 살을 내리고, 여기에다 시래기와 토란줄기, 숙주, 대파, 마늘 등을 넣어 끓여내는 방식이다.

입맛에 따라 추어탕을 먹을 때처럼 방아잎과 산초를 넣어 먹어도 제맛이다. 추어탕처럼 시원하면서도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아 담백한 맛도 난다.

어원정 김옥숙 사장
지난해 9월부터 어원정을 운영하고 있는 김옥숙(55) 사장은 붕장어에서 배어 나오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된장으로 간을 한다고 귀띔했다. 된장으로 간을 하면 비린내를 잡으면서 구수한 맛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압력솥에서 붕장어를 고는 시간도 중요하단다. 너무 오래 고게 되면 붕장어의 살 색깔이 좋지 않고, 국물 맛도 덜하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식당 경영이 처음이라는 김 사장은 오랫동안 시댁에서 전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붕장어탕을 만들기 때문에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한 번 먹어본 손님들은 값이 싸고, 보양식이란 점을 들어 돼지국밥을 먹는 것보다 낫다며 다시 찾아오시곤 한다"고 말했다.

붕장어탕과 함께 내놓는 밑반찬은 토속적인 음식이 많아 눈길이 간다. 젓가락이 골고루 갈 정도로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도라지 나물에다 총각김치, 멸치볶음, 오이무침, 콩나물무침 등 모두 먹을 만하다.

※부산 동구 고관로 110-6. 도시철도 1호선 부산진역 5번 출구에서 수정시장 쪽 2분 거리(수정상가시장 뒤 골목). 연중 무휴,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붕장어탕 6천 원. 붕장어구이 대 3만 5천 원, 소 2만 원. 051-466-9800.

글·사진=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