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이바구길, 숨은 맛집이 이야기를 거네

입력 : 2014-09-11 07:56:43 수정 : 2014-09-12 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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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손맛이 들어 있는 6·25막걸리 음식들은 푸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주메뉴인 해물파전과 오징어무침에는 깊은 내공의 맛이 배어 있다.

부산역에서 망양로 산복도로까지 세월과 사람이 남긴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골목길 여행코스, 초량 이바구길이다. 지난해 3월 만들어졌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 시작해 옛 백제병원, 담장갤러리, 동구 인물사 담장, 김민부전망대, 이바구공작소, 장기려 더나눔, 유치환의 우체통을 거쳐 게스트 하우스 까꼬막까지 이어지는 1.5㎞구간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월남 파병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해서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옛 자취를 따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초량의 옛 이야기길을 따라 추억과 맛, 정성을 안고 들어서 있는 초량 이바구길 맛집들을 소개한다.

■ 6·25막걸리

지역 어르신 내공 깃든 손맛
김치전·오징어무침 싸고 푸짐

■ 박가네 구포국수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마약국수'
창가 통해 보이는 경치 일품

■ 전통 찻집 달마협동조합

도심 속 '비밀의 정원' 느낌
정갈한 산채비빔밥·국수 인기


■6·25막걸리

김민부전망대와 이바구공작소 등을 탐방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옛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6·25전쟁 피란 시절의 애환을 이야기한다는 의미에서 '6·25막걸리'란 상호를 만들었다. 막걸리와 김치전, 해물파전, 오징어무침 등을 주로 판매한다. 맥주와 소주를 팔기도 하지만 피란촌이었던 지역 특성과 옛 피란 시절을 회상하는 콘텐츠를 감안해 막걸리를 주로 판매하게 됐다는 것. 인테리어도 6·25전쟁이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꾸몄다.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지역 어른신들이 관리한다. 65세 이상 지역 어르신 6명이 2교대로 나와 음식을 만들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어르신 손맛으로 김치전이나 오징어무침 등을 만들어 내놓기 때문에 푸짐하며 값싸고 맛있다. 어르신의 깊은 내공이 음식에 들어가 있어 특히,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낸 해물 파전과 매콤 새콤한 오징어무침의 반응이 좋다. 평일에는 지역 어르신이나 40~50대의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주말에는 대학생과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송순자(76) 할머니는 "1950~60년대 밭이었던 이 곳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그동안 다른 곳에 이사가 살다가 이바구길 소문을 듣고 찾아와 옛날을 회상하곤 한다"고 전했다.

※동구 영초윗길 21(초량동 168계단 위 맞은편 위치). 연중무휴, 오후 1∼9시 영업. 막걸리 2천500원(잔술 1천 원), 김치전·부추전 각 3천 원, 해물파전 5천 원, 오징어무침 6천 원. 051- 714- 2619.


진한 멸치육수와 참기름, 양념장이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낸다는 박가네구포국수를 주인인 박병조 씨가 들어 보이고 있다.
■박가네 구포국수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독특한 육수와 양념장이 들어간 국수 맛에다 국수를 말아 먹으면서 산복도로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돋보인다.

육수의 경우 다시마와 홍합, 새우 등 해산물과 버섯 등을 넣어 만든 것으로 진한 맛이 우러난다. 공무원 출신인 가게 주인 박병조(60) 씨가 오랜 기간 국수집을 운영하던 장모님의 육수 비법을 전수받아 만들어내고 있다. '박가네 양념장'으로 불리는 다진 양념은 조선간장과 고춧가루, 깨소금, 파, 액젓 등 1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만든 것.

국수 면발은 주문 제작한 고급 면을 사용해 탱글탱글하고 쫀득하다. 박 씨는 "우리 집 국수를 자꾸 먹고 싶다는 생각에 '마약국수'라고 부르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물국수와 비빔국수는 둘 다 멸치육수가 따로 나온다.

비빔국수는 기본 국수에다 참기름을 듬뿍 넣고, 양념장과 기호에 따라 매콤한 청양고추를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일반적인 고추장 비빔국수와는 모양이나 맛이 다르다. 진한 멸치 육수와 고소한 참기름 맛, 박가네 양념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고추의 매운맛에 더해서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난다. 가게 벽에 맛있게 국수 먹는 법을 적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수를 먹으면서 창가를 통해 부산 북항을 볼 수 있다. 주변에 장기려기념관과 이바구공작소, 할매레스토랑 등이 있다.

※동구 초량로 117(초량 금수사 교차로 변).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7시 30분 영업. 국수 대 4천500원, 중 4천 원, 소 3천500원. 051-467-0847.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부산 피란 시절 머무른 초대 부산시장 관사를 매입해 만든 전통찻집 달마협동조합의 산채비빔밥과 밑반찬들. 산채비빔밥은 6가지 나물이 들어가는 건강식이다. 밑반찬으로 부침개와 잡채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전통 찻집 달마협동조합

도심 속 전원주택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6·25전쟁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이 머물던 곳으로 초대 부산시장 관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넓은 정원에다 고풍스런 멋이 나는 건물이 인상적이다.

1968년 개인이 이곳을 사들였고, 지난 2012년 10월부터 전통찻집과 식당, 갤러리로 이용되고 있다. 식당과 문화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바구길을 탐방하면서 '비밀의 정원'이 연상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예술품을 감상하며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달마도와 각종 도예작품이 전시돼 있다. 풍금과 옛 전축, 뒤주, 반닫이 등 옛 생활물품도 많다.

올해부터 산채비빔밥과 국수를 판매하고 있다. 음식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산채비빔밥은 영덕에서 재배한 목이버섯과 표고버섯, 다래순나물, 피마자, 취나물 등 6개 나물을 국산 들기름으로 볶아 만든 건강식이다. 밑반찬 역시 집 음식처럼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육수가 들어간 잔치국수와 열무국수도 인기메뉴다.

10가지 한약재를 달여서 만든 약차와 대추차, 커피 등도 판매한다. 박승례(50) 사장은 "한 번 온 손님은 분위기가 좋다며 또 들른다"며 "특히 동구 출향인사들이 소문을 듣고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동구 초량로 100번길 25호(부산컴퓨터과학고(옛 선화여상) 정문 옆). 일요일 휴무, 오전 10시∼오후 9시 영업. 산채비빔밥 1만 원, 열무국수 5천 원, 잔치국수 4천 원, 약차 5천 원, 대추차 5천 원. 051-917-2005.

글·사진=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이밖에 추천 맛집

국수와 김밥 등을 판매하는 '이바구정거장'('인물사담장' 인근)과 도시락, 시락국 등을 파는 '168도시락국'(168계단 입구)도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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