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장전동 '하하노카레'

입력 : 2014-09-18 07:48:02 수정 : 2014-09-23 1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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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먹이려고 만든 '엄마표 카레'

냉장고를 열어 보면 엄마가 정성 들여 끓인 카레가 들어 있다. 차갑게 굳은 카레를 뜨거운 밥 위에 얹은 뒤 녹여 가면서 먹는 맛이란…! 갓 끓인 카레는 깔끔하지만, 숙성이 되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일본만화 '심야식당'에서도 하룻밤 잰 카레 이야기가 나온다. 정성과 맛은 숙성에 비례한다. 엄마 손맛의 추억이 시간이 흐를수록 간절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부산대 앞에 '하하노카레'라는 카레 전문점이 있다. 일본말로 '엄마의 카레'라는 뜻이다. 염순선(47) 사장이 일본 생활 7년의 경험을 살려 딸과 함께 카레집을 차렸다. '딸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 모정이 초심이었다.

가게는 손바닥만 하지만 카레의 종류는 많으니 이걸 어쩐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반반'을 주문하란다. 접시 가운데에 밥을 놓고 좌우에 비프카레와 후르츠카레를 공평하게 얹어서 내왔다. 후르츠카레에는 파인애플, 사과, 바나나를 썰어 넣었으니 과일에서 우러난 단맛이 낯설지만 인상적이다. 흔한 미소(일본 된장국)가 아니라 콘소메 수프가 딸려 나왔다. "카레와 된장 모두 강한 맛을 내니까 서로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맑은 국물을 차려냅니다." 다른 가게와 똑같은 상차림은 내지 않겠다는게 그의 다짐이라고.

"더 드릴까요?" 혹시 모자라지 않는지 먼저 묻는다. 대학가다 보니 실제 두 그릇씩 먹는 학생 손님이 꽤 된다. 넉넉한 마음이 고맙지만 이미 양은 찼다. 별미가 없을까? 메뉴를 살펴 보니 카레만두(사진)라는 게 있다.겉은 멀쩡한 만두인데, 소를 카레로 채웠단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요리한다. 되직한 카레를 찹쌀 피로 싼 뒤 프라이팬 위에서 굽는 동시에 찐다. 야키교자(일본식 군만두) 비슷하지만 맛은 천양지차. 찹살 피의 졸깃함과 카레 특유의 향미가 어우러졌으니 새로운 맛의 조합이다.

아기자기한 가게 분위기는 주인의 취향이 강하게 배였다. 일본 음악이 흐르고, 벽면은 일본 애니메이션 소품들로 가득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 엄마표 카레는 점심 때만 먹을 수 있다. 딸이 취업하는 바람에 홀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그렇다고.

※부산 금정구 장전로 29(부산대 앞 신한은행 도로 건너편). 카레만두 3천 원. 비프카레 5천500원, 돈가스 카레 6천 500원, 카레우동 5천500원, 후르츠 카레 6천 원. 해물 카레 6천500원. 오전 11시~오후 3시. 일요일 휴무. 051-583-8821.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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