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맛 꽃게 요리] 먹을 게 없다고? 이 게 있는데, 그게 말이 돼?

입력 : 2014-10-09 07:55:01 수정 : 2014-10-14 10: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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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입이 즐겁다. 제철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바다의 대표적 가을 별미인 꽃게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 한창 오동통한 살이 꽉 들어차는 꽃게는 맛도 최고이지만, 단백질, 비타민, 칼슘 등을 고루 갖춘 영양 식품이어서 특히, 여름 동안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성장기의 어린이와 회복기의 환자, 허약 체질의 노인에게 모두 좋다고 알려졌다. 꽃게 요리는 제 맛을 내기가 어렵고, 먹은 뒤 처리하기도 불편해 집에서 해 먹기가 쉽지 않다. 국내산 꽃게를 사용해 간장게장, 찜, 탕, 된장조림 등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는 꽃게 요리점 3곳을 찾아 가 봤다.

해운대 꽃사빠

무한리필 간장게장에 달맞이 경관 '덤'


상호부터 특이하다. 해운대의 대표 명소인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국내산 꽃게를 사용한다는데 무한리필이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간장게장뿐만 아니라 찜, 탕, 튀김 등 꽃게의 여러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메뉴 별로 초등학생 가격을 별도로 정해 놓는 마케팅 전략도 기발하다.

'꽃사빠'는 '꽃게와 사랑에 빠지다'의 줄임말. 광안리에도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있지만 지인끼리 상호만 같이 사용하고 영업은 완전 별개라고 한다. 해운대 '꽃사빠'의 경우 3명의 선후배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데, 메뉴 개발은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굳은 박영진(53) 사장이 맡았다.

박 사장의 꽃게 사랑은 남다르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꽃게 없이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꽃게요리를 좋아했다는 것. 아들이 먹기 편하게 꽃게를 발라주던 어머니의 이가 상할 정도로 꽃게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줄임말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은 상호이기도 한데, '빠'는 영어 'Bar'를 연상하는 단어로 실제 가게 앞에 '바' 형태의 테라스를 꾸며 놓았다.

달맞이고개에 간장게장 요리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6월 문을 열었지만 그동안 단골들이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간장게장을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다. 특히 평일 오후 2시까진 9천900원으로 간장게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평상시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합쳐 1만 3천900원을 받는다.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한 '꽃게한상'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꽃게튀김, 꽃게탕이 나오는데, 대하장이 함께 차려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이한 점은 메뉴별로 초등학생 가격을 별도로 정해 놓은 것. 간장게장의 경우 7천 원이다. 손님을 배려한 가격 설정이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사실 달맞이고개에서 전 가족이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할 수 있는 밥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맛도 괜찮다는 평가다. 간장게장은 한약재 냄새나 비린내가 없는 데다 짜지 않아 손이 자주 간다. 주변 경치가 좋아 밥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99(달맞이고개 알렉산더 1층). 연중 무휴,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간장게장 9천900원(평일 오후 2시까지 제공, 초등생 7천 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1만 3천900원(초등생 8천 원), 꽃게한상 1만 7천900원(초등생 1만 원). 공기밥 1천 원 별도. 051-742-0999.

중앙동 기와집

자연산 송이밥과 간장게장의 '완전한 만남'


사무실이 즐비한 중앙동 식당 골목가에서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원래 인근 식당가에서 같은 상호의 갈비집으로 20년 가까이 운영돼 온 기와집은 지난해 8월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기와집은 간장게장에다 자연산 송이밥을 보탠 세트 메뉴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송이는 남자가 좋아하고, 간장게장은 여자가 즐겨 찾는 음식으로, 두 음식을 결합하면 더 맛있는 메뉴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윤광열(51) 사장은 간장게장에 송이밥을 추가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같이 설명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게 송이밥과 간장게장의 만남이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2010년 부산국제음식박람회 조리사경연대회에 생송이 요리를 가지고 참가한, 실력 있는 조리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마라톤 풀코스 대회에 30여 차례나 참가한 마라톤 마니아로 평소 건강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그는 중앙동 일원의 회사원들에게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어 싸게 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산 간장게장을 7천 원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윤 사장이 직접 조리해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장게장은 윤 사장이 개발한 씨간장을 사용한다. 각종 한약재와 야채를 사용해 윤 사장만의 비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짜지 않고 비린내가 없어 먹기 편하다. 살은 부드럽고 탄실한 느낌이다. 옹골진 맛이 난다. 송이와 은행, 대추 등을 넣은 송이밥은 윤 사장이 개발한 육수를 사용해 짓는다. 각종 해초류를 사용해 만든 육수라고 한다. 육수가 적당하게 배어 있어 해초향이 묻어나온다. 송이를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우러나온다. 송이의 쫄깃하고 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송이밥에 간장게장을 넣어 비벼 먹거나 송이를 밑반찬으로 나온 죽염맛김으로 싸서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송이밥과 간장게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윤 사장은 추천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꽃게된장도 먹을 만하다. 된장을 찌개가 아닌 국 같이 끓였다. 먹기 편한 된장국 같은 느낌으로 삼삼한 맛이 난다.

※부산 중구 대청로 137번길 8-3(중앙동 40계단 식당 골목안). 매주 일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10시. 꽃게간장게장밥상 7천 원, 자연산송이밥 1만 원(2인 상 기준).051-466-5550.

온천장 깃발집

대 이은 정성 '꽃게 된장조림' 별미


원래 미주구리물회(물가자미물회)로 이름이 나 있는 집이다. 하지만 꽃게 마니아들은 이 집의 꽃게 내공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준다. 꽃게된장조림과 간장게장이 주메뉴이다.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과 연한 맛의 일반 시판 된장을 4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든 육수에다 꽃게와 양념을 넣어 즉석에서 조려서 만든 게 꽃게된장조림이다. 꽃게를 된장찌개로 해서 먹는 경우는 흔하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된장조림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인데, 4년 전부터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집 된장을 사용해 꽃게를 조림으로 만들어 판매해 보니 의외로 많은 손님들이 좋아했습니다." 깃발집 사공승열(33) 사장은 부모님에 이어 2대째 깃발집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주로 젊은 세대나 여성 손님을 겨냥해 꽃게 맛을 맞춘 게 주효했다는 게 사공 사장의 설명이다.

보통 꽃게된장찌개는 국물이 주가 되고 꽃게는 곁들인 느낌이지만 깃발집의 꽃게된장조림은 꽃게가 주를 이루고 국물이 부수적인 셈이다. 국물의 농도가 진하지만 간이 세지 않다. 무리하게 맛을 내기 위해 별도의 양념을 하는 것을 자제해 꽃게 자체의 맛이 더 돋아나는 느낌이다. 짜지 않아 꽃게 자체의 감칠맛이 풍부하다. 꽃게만으로 부족한 식감은 파를 송송 썰어 넣어 만든 된장국물이 보충해준다. 밥을 넣어 비벼 먹어도 맛이 있다.

간장게장도 눈길이 간다. 대개의 경우 간장게장은 짠맛이 강하고 간이 세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다. 집에서 한 번씩 만들어 먹는 양념게장과 달리 간장게장의 경우 간장과 게 외에는 다른 재료가 없어 맛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깃발집의 간장게장은 간이 세지 않은 데다 잡냄새가 없어 먹기 좋다. 감초와 표고버섯 등 질 좋은 재료를 넣어 처음의 간을 잘 유지하는 게 비법이라고 한다. 짠맛이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나 각종 재료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사공 사장의 설명이다.

부드러운 꽃게 알을 김에 싸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우러나 별미다. 사공 사장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며 "크고 선도도 좋은 꽃게를 공급 받아 늘 같은 맛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장로 107번길 10(허심청 산업도로 방향 50m 지점). 연중 무휴,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꽃게된장조림 2만(2인)~3만(3인) 원, 꽃게간장게장과 꽃게양념게장 각 1만 9천 원. 051-553-4012.

송대성 기자 sds@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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