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닭요리를 좋아한다. 사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즐겨 먹고 간식과 안주로 프라이드치킨을 자주 찾는다. 전국 방방곡곡에 우후죽순처럼 치킨점이 생겨나고 급기야 한 인기 드라마에서 "눈 오는 날엔 치맥(치킨과 맥주)"이란 대사가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치맥이 한류 상품이 되기도 했다.
종전 백숙 형태가 대세였던 우리나라 닭요리는 6·25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프라이드치킨이 들어오면서 치킨 시대를 열게 된다.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통닭집이 급속도로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는 여러 가지 형태의 프라이드치킨이 생겨났다. 하지만 닭요리는 지금의 프라이드치킨이나 삼계탕, 백숙만 있는 게 아니다. 프라이드치킨 전성시대 속에서 색다른 메뉴와 조리를 선보이고 있는 닭요리점들이 있어 찾아가 봤다.
삼계탕도 백숙도 아닌 것이
■ 대연동 '명동 닭 한 마리'
온갖 한약재 넣고 끓인 전골
부산·경남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형태의 닭요리다. 국물이 있지만 삼계탕이나 백숙과는 완전히 맛이 다르고, 모양이나 색깔도 다르다. 전골 닭요리라 보면 된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닭요리다. 깨끗하게 손질한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낸 뒤 찬물에 식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주문 받으면 즉석에서 육수와 각종 재료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여내서 먹는 요리다.
우선 큰 양푼에 담겨져 나와 푸짐하게 보인다. 육질이 부드럽고 닭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 먹기 편하다. 무엇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가 있어 별도의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이 집 특유의 손맛이 느껴진다는 평가이다.
"5년 전 딸이 서울 명동에서 먹어봤다는 닭요리가 맛이 있던데, 한번 부산서 만들어 파는 게 어떠냐고 말한 게 계기가 되었죠." 대연동 일원에서 30여 년간 갈비집을 운영한 임옥자(63) 사장은 딸의 이야기를 듣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한다. 처음 맛보고 단번에 '필'을 받은 임 사장은 이후 수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스스로 조리법을 연구하고, 육수와 소스도 개발했다.
진간장에다 설탕과 식초, 각종 야채를 넣어 만든 특제 소스에다 닭고기를 찍어 먹으면 제맛이다. 양념이 독특하고 기름지지 않아 담백한 맛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닭과 엄나무, 황기 등을 넣고 푹 끓여낸 육수는 '닭 한 마리'특유의 국물 맛을 낸다. 건데기를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별도로 칼국수를 넣어 먹거나 묵은 김치와 야채 등을 넣어 볶음밥을 해서 먹기도 한다.
※부산 남구 천제등로 4(하이마트 대연점 뒤편). 연중무휴,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닭 한 마리 1만 8천 원, 삼계탕 9천 원. 051-636-2834.
'부자통닭연구소'의 옛날 통닭은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약간 매운 듯한 뒷맛이 있다. 색깔이 깔끔해 먹음직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