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길거리 음식은 뜨거워진다

입력 : 2014-10-23 08:08:31 수정 : 2014-10-27 11: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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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의 떡갈비완자꼬치 '촌놈의 손맛'이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의 노점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길 위에서 찬바람을 맞는 계절이 오면 문득 길거리 음식이 그리워 진다. 번철 위에서, 튀김 통 안에서 지글지글, 부글부글.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뜨끈한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그 따뜻한 느낌이 좋다.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은 노상 주전부리의 메카다. 이곳에서 탄생한 씨앗호떡은 부산 원조 타이틀을 달고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거꾸로 외지의 내로라하는 먹거리들도 도전장을 내민다. 최근 '핫(hot)'한 먹거리들은 국내외를 망라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히트를 친 떡갈비완자꼬치와 케이블TV 프로그램 '꽃보다청춘' 라오스편에서 일약 유명해진 '로티'. 각각 '촌놈의 손맛'과 '아로이로티'라는 정식 상호까지 갖췄다. 정식 프랜차이즈가 상식을 깨고 노점으로 변신했고, 식품회사 연구원 20년 경력이 만들어낸 노점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 '촌놈의 손맛'

전주 명물 '떡갈비완자꼬치'
타지역 1호점이 비프 광장 노점
바삭한 첫 느낌 뒤 육즙 '콸콸'
철저한 위생 관리에 자부심


"여기 정말 '촌놈의 손맛' 맞아요?" "네, 맞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방문객이라면 꼭 들르는 맛집이 '촌놈의 손맛'이다. 전주의 명물 떡갈비를 응용한 완자꼬치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이름 그대로, 돼지고기 떡갈비를 완자 모양으로 둥글게 성형해서 튀긴 것을 꼬치에 꿰어 낸다.

탁구공보다 조금 작은 30g 짜리 완자가 5개 매달려 있으니 150g. 여느 고깃집 1인분을 웃도는 양이다. 주전부리를 넘어 한 끼의 식사라 해도 손색이 없다.

노점에서 시작해 번듯한 점포로 이어지는 성공스토리는 흔하지만 '촌놈의 손맛'은 정반대의 길을 택해서 화제다. 지명도가 있는 요식업 브랜드가 타 지역에 1호 매장을 내면서 노점을 선택한 것이다. 브랜드 가치의 관리 측면에서 보면 꽤나 파격적인데, 그만큼 비프 광장이 전국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주말에 친구들끼리 놀러나온 여중생들이 노점을 둘러쌌다. 펄펄 끓는 기름에 갓 튀겨낸 꼬치를 김유원(14) 양이 베어물었다. "혀의 맛봉우리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것 같아요!"

대체 어떤 맛이길래? 독일 바바리아에서 휴가차 한국을 방문한 소방관 닉스 탈 씨도 "굿, 굿!"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안 먹어볼 수가 없다. 바싹하게 씹히는 첫 느낌 뒤로 터져나오는 육즙이 맛의 릴레이를 펼친다. 갑자기 맥주 한 잔 생각이 났다. 노점이라 맥주가 없다. 전주의 본점에서는 맥주가 있었는데…. 포장해 가는 손님이 많은데, 아마도 어딘가에서 맥주에 곁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귀띔이다.

이지환(40) 사장은 "전주에서 접한 떡갈비꼬치의 맛에 반해 주저하는 본점을 설득해 겨우 가맹 1호점을 노점으로 열었다"고 말했다. 삼고초려 끝에 승낙을 받았지만 '본점 수준의 위생관리'라는 조건이 붙었다. 100% 국산 돈육을 전량 전주 본점에서 공급받은 다음 노점 근처 작업장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사장은 "깐깐하게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본점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고 자부했다.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메가박스 부산극장 4~8호관 앞. 떡갈비완자꼬치 3천 원. 낮 12시~오후 9시. 목요일 휴무. 010-4446-4818.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아로이로티'에서 '로티'를 판매하고 있다. '로티'는 최근 케이블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서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김승일 기자
■ '아로이로티'

'아시아의 맛있는 빵'에 감동
식품회사 연구원서 노점상 변신
우리 입맛에 맞게 재해석
'꽃보다 청춘' 소개되며 인기


노점 주변이 인산인해다. 사 먹는 사람보다 구경꾼이 더 많다. 번철 위에서 굽는 과정이 퍼포먼스에 가까워서다. 게다가 최근 방영된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서 소개된 '로티'라 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나가다가 "어,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로티'다!"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기 일쑤다.

'대한민국에서 여기 뿐!'. 자신만만한 문구가 노점에 붙어 있다. 상호는 '아로이로티'. '로티'는 인도말로 '빵'을 뜻하고 '아로이'는 '맛있다'라는 의미다. '로티'는 아시아 많은 나라로 퍼져 향토 음식으로 정착했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투명할 정도로 얇게 펴 번철에 올린다. 그 위에 날계란을 풀고 바나나, 치즈를 올린 닭볶음, 불고기, 초콜릿 따위를 얹어 사각모양으로 말아서 척 손님앞에 내민다. 이 모든 과정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메뉴가 다양하다. '매운맛치킨로티'는 칼칼하다. 고추장으로 매콤한 맛을 냈다. '불고기로티'는 불고기 피자 같은 맛이 났다. '초콜릿로티'는 마냥 달다. 생바나나를 넣은 '바나나로티'는 동남아의 원형에 가장 가깝다. 

"태국에 출장갔다가 재래시장에서 파는 '로티'의 맛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이기민(47) 사장은 연어가공, 소스 등을 개발하던 식품회사 연구원이었다. 20년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메뉴 개발에 쏟아부었다. 바나나 외의 메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창작했다.

반죽을 얇게 만들지만 터지지 않게끔, 밀가루 맛 대신 내용물의 맛을 잘 살리는게 비법이다.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로티'를 접한 한국관광객들이 많지만 이 먹거리를 들여와 판매하는 곳이 없으니 만드는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로티를 맛 보려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로티가 구워지고 있는 비프 광장으로 가야 한다.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메가박스 부산극장 4~8호관 앞. '매운맛치킨로티', '불고기로티', '초콜릿로티', '바나나로티', '페퍼로니소시지로티' 각각 3천 500원. 오후 4시~10시 30분. 수요일 휴무. 010-3850-5765.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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