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호 내건 선후배의 맛 대결

입력 : 2014-10-30 07:57:49 수정 : 2014-11-03 1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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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김철수 스시선수'의 김철수 사장이 전갱이를 올린 초밥을 완성하고 있다.

초밥(스시) 가게가 횟집보다 많아질까요? 얼마 전 이런 우스개 같은 질문을 받았다. 골목마다 초밥집이 생기고, 손님들까지 제법 몰리니까 나오는 말이다.

과거에는 호텔이나 뷔페, 아니면 고급 일식집에 가서야 초밥을 즐겼지만 요즘은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교복 입은 학생들끼리 앉아 1만 원짜리 '점심특선 초밥'을 시켜 먹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가족 외식이나 테이크아웃의 선택지로도 익숙하다.

특급호텔 일식당 출신 요리사들이 의기투합해서 같은 상호에 각자의 이름을 앞세운 골목초밥집을 열었다. 파라다이스호텔 '사카에' 출신 선후배가 차린 '김철수 스시선수'와 '이원학 스시선수'. 초밥을 쥐는데 있어서 선수라는 뜻도 있겠지만 '마음을 담아 직접 만는다'는 선수(善手)를 내세운다.

■ 해운대 '김철수 스시선수'

아파트촌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
생선 손질에 시간·수고 안 아껴

■ 서면 '이원학 스시선수'

주점 골목에 스몰 스시 첫 깃발
좋은 안주에 한잔 생각이 저절로


지난 8월에 먼저 문을 연 '김철수 스시선수'. 해운대구 중동역 아너스빌아파트 뒤편에 자리를 잡으면서 좁은 통로를 초밥거리로 만들었다. 초밥 체인점인 '미스터스시'를 좌우에 두고 있으니 밀집도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서면 '이원학 스시선수'의 이원학 사장이 학꽁치를 올린 초밥을 완성하고 있다.
한달 뒤 서면 영광도서 건너편 종가집 앞에 문을 연 '이원학 스시선수'. 음식점과 주점이 빼곡한 골목에 스몰 스시 깃발을 처음 꼽았다. 나이든 입맛의 격전지에서 꽤나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호텔 수준의 기술에 정성을 담는다고 자부하는 점에서 '선수'들은 많이 닮았다. 김철수(38)·이원학(43) 사장은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는게 첫 일과다. 신선한 재료를 사와서 직접 손질한다. '손수 만든다'는 게 대원칙이다.

이 사장은 "새우 하나라도 냉동을 가져다 쓰면 편하겠지만 직접 손질한 것만 쓴다"고 했다. 김 사장은 "전갱이 같은 생선을 손질하는데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고 했다.샐러드, 계란찜을 낸 다음 삼나무와 향나무 도마 위에 초밥을 얹은 차림새나, 뒤따라 나오는 우동 국물을 가다랑어와 다시마에 건표고를 넣어 끓여내는게 묘하게 닯았다.

하지만 사람의 일인지라 뚜렷한 색깔의 차이가 있다. 해운대 '선수'는 아파트촌에 위치해서인지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 강하고, 서면 '선수'는 유흥가의 한 복판에 있어서인지 술 한 잔 생각이 자꾸 떠올라 엉덩이가 무거워졌다.

※'김철수 스시선수'=해운대구 중동 해운대로 744-11. 중동역 1번 출구. 051-747-8381. 점심 특선 A 1만 원(8개, 우동), B 1만 2천 원(10개, 우동), 특선초밥(12개) 1만 5천 원, 선수초밥(10개) 1만 1천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오후 3시~5시 휴식). 화요일 휴무.

※'이원학 스시선수'=부산진구 부전로96번길 34-3. 051-819-8677. 점심 특선 A 2만 원(10개, 우동, 튀김), B 1만 5천 원(8개, 우동, 튀김), 스시 오마카세 5만 원. 회코스 3만 5천 원~7만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오후 3시~5시 휴식). 일요일 휴무.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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