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친구집에 놀러 온 느낌이에요"

입력 : 2014-11-13 07:59:34 수정 : 2014-11-14 09: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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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짱'의 튀김 요리는 신선한 재료를 바삭하게 튀겨 씹을 수록 고소하다는 느낌을 준다. 일본 전통 튀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음식에는 국경이 없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나라별 음식에 대한 마니아층도 다양하고 폭 넓어졌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음식의 경우도 그렇다. 단순하게 '스시'에만 그치고 있는 게 아니다. 지역별로, 재료별로 일본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식도락 문화가 생겨났다. 번화가 식당가에는 일본식 요리를 내건 간판들이 많다. 대부분은 일본식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토착화시켜 내놓은 퓨전식 메뉴들이 많다. 가격도 만만찮고 한 끼 식사로 먹기도 부담스럽다.

최근 일본 전통 가정식 요리를 저렴하게 만들어 파는 음식점이 몇 군데 생겼다. 재일교포 출신 전문요리사들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말린 생선을 우려내서 만드는 육수도 일본 전통식 그대로고, 튀김 소스도 일본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맛 그대로 조리해 낸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일본 전통 가정식 요리 전문점 두 곳을 찾아가 봤다.


■ 중앙동 '상짱'

붕장어·새우·오징어·닭고기
바삭한 튀김옷 씹을수록 고소해
신선한 재료 맛 제대로 느껴

일본 가정에서 먹는 전통 튀김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튀김요리가 많아 별미로 먹을 만하다. 상짱에서 파는 생붕장어(생바다장어) 튀김이나 마구로 육회, 일본 전통 튀김소스, 고기된장(니꾸미소) 등이 그렇다. 

'상짱' 염상윤 사장.
조리장인 염상윤(42)사장은 일본의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의 재일교포다. 가게 이름인 상짱은 일본인들이 부르는 그의 이름이다. 자갈치 시장의 이름난 먹장어(곰장어)요리점 주인의 아들인 염 사장은 20대 중반부터 일식점에서 일했다. 일본 본토에서 전통 일본식 요리법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지난 2000년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일본식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고 영주권까지 취득한 염 사장은 교토출신 일본 전통요리 대가를 만나 8년 가량 일본 전통 요리법을 사사했다. 그는 일본 특급호텔에서 주방장의 일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튀김요리가 고급 요리로 발달돼 있지만 한국은 '싼 요리'로 취급돼 있는 것 같아 이 같은 인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염 사장은 지난해 9월 혼자서 귀국해 상짱의 문을 열었다. 상짱에서는 일본에서 비싼 요리로 취급받는 튀김요리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생붕장어와 생새우, 닭고기, 대왕오징어등을 맛있게 튀겨 낸다. 속살이 부드럽고, 바삭한 튀김옷을 입혀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느낌이다. 튀김은 튀김소스나 카레소금, 녹차 소금에 찍어 먹는다. 튀김 본연의 맛과 재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무즙이 들어간 튀김소스는 짭조름하면서도 뒷맛이 달짝지근해 튀김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고기된장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된장과 함께 볶은 것. 약간 짠 듯하지만 단맛과 고소한 맛이 함께 우러나온다.

마구로 육회는 따뜻한 밥과 함께 먹는다. 뜨거운 육수를 부어서 밥과 회를 같이 먹는 것도 별미다. 이곳의 우동 육수는 일본 전통대로 가다랑어포와 다시마 등을 넣고 우려낸 것이다.



※부산 중구 대청로 141번길 18-3(중앙동 옛 반도호텔 옆). 일요일 휴무,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6~10시. 메이저리그 정식 7천500원, 왕생새우튀김덮밥과 우동정식 7천 원, 마구로육회, 오차즈게 튀김 세트 9천700원. 생바다장어 튀김정식 7천 원. 051-469-5860.


'우쿄'는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내는 일본 가정식 요리를 저렴하게 내놓는다. 데마키 스시는 여러 가지 재료를 김에 싸 먹는다.
■ 부전동 '우쿄'

전골요리·데마키스시…
부담 없는 가격의 일본 가정식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


일본식 가정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우쿄는 교토의 한 지역 이름. 재일 교포 3세인 서준경(46) 사장이 나고 자란 곳이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일본식 부침개 요리인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운영했지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 사장이 부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어 귀국한 것은 지난 2011년. 경성대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주로 일본식 점심 식사요리를 만들어 팔았다. 당시 일본식 치킨 가스, 두부 함박스테이크 등을 팔아 학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의 서면으로 옮겨서 영업하게 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일본식 가정 요리의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내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입니다." 서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요리를 값싸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메뉴들을 개발했다. 기본 육수로는 말린 가다랑어, 말린 고등어 등 여러 가지 말린 생선들을 이용한 일본 전통 육수를 내놓는다. 

'우쿄' 서준경 사장.
대표적인 메뉴로는 데마키 스시와 요세나베. 데마키 스시는 일본의 일반 가정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연어와 문어, 새우, 참치 등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을 김 위에 얹어 싸먹는 요리다. 요세나베는 일본식 전골요리다. 삼겹살과 배추, 유부 등을 육수에 넣어 익힌 뒤 일본식 간장 수프에 찍어 먹는다. 데마키 스시나 요세나베 모두 부담 없고, 담백해서 먹기 편하다. 2~3인분의 일본식 가정요리를 2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먹을 수 있으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국물 맛이 좋다.

"일본식 가정요리를 처음 맛본 사람들은 입에 맞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일본 음식을 아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일본 전통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울에서도 와서 먹을 정도로 단골이 많이 생겼습니다." 우쿄에서는 일본식 튀김 요리와 칵테일, 철판구이도 판매한다.

조만간 점심 메뉴로 치킨 가스와 덮밥 등 전통 일본식 요리들을 저렴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6천500~7천500원 선이다.



※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 765번길 6(롯데호텔부산에서 가야대로 건너 골목길 안). 월요일 휴무, 영업시간 오후 5시 ~ 다음날 오전 1시. 데마키 스시 2만 원, 요세나베 1만 8천 원. 051-808-5619. 글·사진=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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