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카페] 주말 오전 늦은 아침, 따뜻한 커피와 토스트가 생각날 때

입력 : 2014-12-18 07:57:59 수정 : 2014-12-19 10: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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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모노스'에서는 건강하고 맛있는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

주말 오전 11시에 눈을 떴다. 배가 고프지만 내겐 밥을 차려 줄 누군가가 없다. 직접 차려 먹어야 하지만 그건 너무 귀찮다.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후드티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런 주말이 반복되기에 집 근처에 괜찮은 브런치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게으른 사람의 늦은 아침이거나 부지런한 사람의 이른 점심이다. 누구처럼 후줄근한 차림도 있지만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 오는 이들도 많다. 같은 공간 다른 부류가 함께 있지만 가벼운 한 끼를 하려고 모이는 건 같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맛있는 토스트로 즐거운 주말 오후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 남포동 '바모노스'

채소 많이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커피에 빠진 사장님, 손맛이 맛있다


마치 엄마가 해주는 것 같은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집이 남포동에 생겼다. 김지민(32) 대표의 어머니가 솜씨를 발휘했다.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채소를 많이 먹이고 싶다는 마음을 메뉴에 담았다. 그러니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정성이 가득 들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의 치즈도 직접 만들어 고소하고 담백하다. 가끔 손님 중에는 이게 두부가 아닌지 물어보기도 한다. 한번 먹어보고 나면 담백한 그 맛에 반하게 된다.

크림 버섯 호밀빵의 크림소스도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우유, 생크림, 치즈의 비율을 잘 맞춰 만든 특제 소스가 들었다. 채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먹는다. 엄마가 만든 요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찾아간 날 카페 한쪽에서는 커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 대표는 20대부터 커피 관련 일을 시작해 커피 경력만 12년째다. 커피가 좋아서 멈출 수가 없었단다. 개업할 때부터 커피 수업을 겸하기 위해 조금 넓은 공간을 원했다. 가게가 최소한의 운영만 되면 앞으로도 커피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란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니 커피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모녀가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각각의 메뉴는 맛있고 서로 잘 어울린다. 브런치를 시키고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분명 커피 리필은 안 되는데도 또 한 잔의 커피를 건넨다. 손님이 오래 앉아 있으면 되레 마음 편안히 있으라고 한 잔 더 내어주는 것이다. 덤으로 주는 커피도 맛있다. 직접 로스팅 하거나 전문점에서 소량으로 산 원두를 쓴다.

이런 마음이 전해지며 단골이 많다. 커피에만 빠진 사장님 대신에 단골이 나서서 홍보에 힘쓴다. 마칠 시간 즈음 가게에 다시 갔더니 포크부터 컵까지 다 삶고 있다. 맛보다 위생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곳을 먼저 치장하기보다 기본부터 충실한 곳이다. 커피와 음식이 식지 않도록 좋은 그릇을 쓰려고 노력한다. 김 대표의 마음이 전해지는 공간이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 1만 원, 모차렐라 치즈 채소 오믈릿 1만 2천 원, 크림 버섯 호밀빵 1만 2천 원, 브런치 세트는 3시까지만 주문 가능. 영업시간 11:00~21:00. 화요일 휴무. 세트 주문은 3시까지. 부산 중구 신창동 1가 30-1, 2층. 070-4245-7277.

■ 남천동 '이안'

브런치의 신세계를 만나고 싶다면 …
부드러운 라테, 촉촉한 크레페 일품

2008년에 문을 연 바다를 보며 와플을 먹을 수 있었던 광안리 최초(?)의 브런치 카페 이안이 일 년 만에 갑자기 사라졌다. 브런치의 신세계를 접한 단골들은 카페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2011년 12월 주택을 개조한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이안이 남천동에 다시 생겼다. 

'과일 팬케익'과 '카프레제 크레페'는 브런치 카페 이안의 인기 메뉴.
평범한 이름이 아니라서 같은 집일 거라 짐작하며 단골들은 반가워했단다. 카페 이름은 하이안 대표의 이름을 따와서 지었다. 인터넷에 '광안리 이안'이라고 치면 '이안류 '만 떠서 아쉽다지만 광안리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많은 단골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 궁금했다. 하 대표는 "남는 게 없는 게 비결 아니겠느냐" 고 반문한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쉽게 이야기하면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신선도 떨어지는 재료는 과감히 버린다. 내가 먹어서 맛있다 생각하는 것을 만들고 내어 놓았더니 손님들도 좋아한다. 부작용은 맛있는 걸 단지 만들었을 뿐인데 살이 찌는 것이다.

메뉴는 3개월에 한 번씩 바뀐다. 예전 메뉴를 먹으려고 왔다가 실망하는 손님도 있지만 단골이 많아서 3개월 이상 같은 메뉴라면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지겹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나오면 메모해두었다가 개발한다.

문득 하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 물었더니 유치원 선생님이었단다. 적성과 잘 맞지 않아 어학연수를 떠난 캐나다에서 브런치를 만났고, 한국에 돌아와 브런치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단다. 예전에 가르쳤던 유치원생이 단골이 되어 가게에 찾아오고. 그중 파워블로거도 있어서 홍보를 많이 해준다니 세상 참 재미있지 않은가.

다른 건 몰라도 라테의 부드러운 맛을 좌우하는 거품은 장인 정신으로 직접 만든다. 촉촉한 크레페는 시간이 지나도 폭신함이 유지된다. 안에 든 말린 토마토와 바질페스토 소스가 모차렐라와 잘 어울린다. 같이 시킨 팬케이크와 계절 과일도 맛있다.

크레페나 팬케이크의 폭신함이 유지되는 방법을 물었더니 "사랑!"이라는 재기발랄한 답변이 돌아왔다. 모든 메뉴가 양이 넉넉해 마음도 넉넉해진다. 자몽주스의 자몽 청도 직접 제작한다. "겨울에는 껍질이 잘 까져서 좋다"는 소박한 행복이 울려 퍼진다. 유쾌한 사장님이 가게 안을 환하게 밝힌다.

카프레제 크레페 1만 4천원,과일 팬케익 9천500원, 자몽에이드 6천 원. 영업시간 11:00~22:00. 부산 수영구 남천동 35-33. 051-628-5791.

■해운대 더베이 101 '핑거앤 쳇' 다이닝펍

그래! 여자들이 꼼짝 못 하는 이 맛
홍콩 마천루가 부럽잖은 풍광은 덤


부산에 여행 가면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는 어디? 홍콩의 마천루 부럽지 않은 사진의 배경은 어디? SNS에 사진을 올리면 꼭 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곳이 있다. 동백섬 앞에 자리 잡은 더베이 101이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한 동백섬 산책에 나섰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커피 생각이 났다. 동백섬 입구에 지난 5월에 시작한 더베이 101로 향한다.
더베이 101 '핑거앤 쳇'다이닝펍에서는 호텔식 브런치를 멋진 풍경과 함께 즐길수 있다.
처음엔 커피만 마실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브런치 메뉴가 눈에 띈다. 핸드드립 커피 포함해 1만 3천 원이다. 조금 비싸다 싶다가도 경치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다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요트가 보인다. 주문하자 줄무늬 마린룩의 옷을 입은 직원이 돛이 그려진 잔에 커피를 들고 나온다. 요트를 타고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브런치 시간도 넉넉해 여유가 있다.

하얀 접시 위에 후렌치토스트와 오믈릿이 함께 나왔다. 두꺼운 토스트는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럽다. 블루베리 소스는 느끼할 수도 있는 토스트의 맛을 상큼하게 잡아주었다. 같이 나온 오믈릿까지 함께 먹으니 한 끼로 충분했다.

브런치의 꽃이라 불리는 에그베네틱트를 보고도 안 시킬 순 없었다. 담백한 머핀을 달걀노른자에 찍어서 베이컨 토마토와 함께 버터향 나는 홀렌다이즈 소스에 찍었다. 여자들이 꼼짝 못 하는 바로 그 맛이다. 같이 나온 발사믹 소스의 샐러드로 새콤달콤 마무리까지.

호텔식 브런치를 호텔 아닌 곳에서 즐길 수 있어서 좋다.30여 년간 호텔에서 근무한 베테랑 강학봉 브런치 전담요리사의 솜씨였다.

더베이 101은 음식을 먹기 전에 멋진 풍경을 먼저 선물로 주는 곳이다. 반짝이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추억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에그베네틱트, 후렌치토스트&치즈오믈렛, 후렌치토스트&베이컨 오믈릿 각 1만 3천 원, 후렌치 토스트& 스크럼블에그 1만 2천 원. 브런치는 2시까지 가능. 영업 시간 10:00~24:00.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로 52 더베이 101 2층. 051-726-8803~4.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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