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로드 - 우리가 부산 대표 선수] '부산' 담은 한 그릇

입력 : 2014-12-31 17:09:54 수정 : 2015-01-02 15: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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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삼진어묵 어묵 베이커리에 어묵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빚는 모습에서 부산 어묵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삼진어묵

서울에 유학 간 딸의 하숙집을 찾아가는 부모님 손에는 요즘 어김없이 삼진어묵 선물 상자가 들려 있다. 부산역에서 삼진어묵 사기 위해 기다리다 기차를 놓치겠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삼진어묵은 '2014년 부산 10대 히트상품' 가운데 당당히 3위에 올랐다. 궁금해서 들어가 본 삼진어묵 홈페이지(www.samjinfood.com)의 수제 어묵 27종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두 품절이다.

1953년부터 어묵을 만들기 시작한 삼진어묵 영도 공장에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 가공소'라는 표지가 붙었다. 3대에 걸쳐 60여 년간 이어온 이 어묵 회사는 2013년 어묵 크로켓(고로케)을 베이커리 매장에서 선보이며 대박이 났다.

롯데백화점 부산 서면점, 부산역, 기장 롯데 동부산 아울렛에 잇따라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묵 역사관과 어묵 체험장 시설을 갖춰 역사에 걸맞은 내실도 다지고 있다.

삼진어묵은 '삼진(三進)'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3대째 박용준 실장을 맞은 삼진어묵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영도 어묵베이커리매장. 수제어묵 2천800~5천 원, 고로케 1천200원. 영업시간 09:00~20:00. 부산 영도구 태종로 99번길 36. 051-412-5468.

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미소오뎅


2008년 W&J를 통해 탄생을 처음 알린 '미소오뎅'이 개업 7년 만에 부산 최고의 어묵집으로 우뚝 섰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등장하고, 권위 있는 미식 가이드 북 '블루리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단골들은 미소오뎅이 왠지 일본 만화에 나오는 '심야식당' 과 닮았단다. 아무래도 양재원 사장과 단골이 '식구'가 되어서 만드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새우, 청양고추, 치즈, 고구마, 채소, 명태 등 어묵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스지를 허브 소금이나 미더덕 젓갈과 함께 먹는 맛도 일품이다. 국내외 청주와 고급 막걸리, 소주라면 화요부터 더치 소주까지, 맥주라면 에일부터 벨기에산까지 두루 구색을 갖춰 애주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작은 가게에다 언제 가도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 아쉽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양정에 분점을 냈다.

스지 1만 2천 원, 오뎅 700~2천600원. 영업시간 17:30~01:00. 일요일 휴무. 부산남구 대연동 1748-2. 051-902-2710.


더 착한어묵

3대째 내려온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원어묵이 '더 착한어묵'이란 새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바짝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부산대 엔씨백화점 1호점을 시작으로 해운대 더베이101에 2호점,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에 3호점을 잇따라 열었다. 올해 초에는 서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더베이 101 안에서 고소한 어묵 튀기는 냄새에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바다를 보며 어묵을 한 입 먹으니 과연 여기가 부산이다 싶다.

새우 다진 것을 비롯해 청양고추, 치즈, 카레, 오징어, 김치 등 6가지 다른 맛을 골라 먹는 어묵 크로켓이 인기다. '홋카이도 오니기리'는 어묵 속에 밥을 넣어 한 끼 요기로 색다른 매력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튀긴 어묵 대신 찐 어묵을 주력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란다.

더베이 101 매장. 어묵 크로켓 6종 세트 1만 3천 원, 홋카이도 오니기리 4종 세트 1만 5천원. 영업시간 10:00~20:00. 부산 해운대구 동백로 52 2층. 051-746-1195.


백광상회

'白光(백광)'이라는 한자 편액, 몇 년 전 별세한 코미디언 백남봉의 사인이 이 집의 전통을 판토마임처럼 설명한다. 54년 전통의 어묵 전문점이다. 2008년 이전 개업하며 '다찌(선반형 테이블)'까지 뜯어서 왔다지만 분위기가 퓨전 스타일로 변해 서운하다는 옛 단골도 있다. 주인공 메뉴 '오뎅'에는 유부 주머니, 두부, 문어, 소라, 토란, 곤약, 새우, 무, 맛살, 달걀, 떡 등 10여 가지가 푸짐하게 들었다. 소뼈, 새우, 멸치와 각종 채소를 넣어 만든 육수의 맛이 깊다. 두부는 튀겨서 넣고 삶은 달걀을 며칠간 국물에 담가 국물맛이 진하게 배면 내놓는다. 겨자와 된장을 같이 넣어 내놓은 간장 소스가 이색적이다. 번데기, 양배추, 고구마, 완두콩 등이 소복이 담긴 곁들이 안주도 정겹다. 조진례 사장은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감칠맛을 내는 어묵 요리 한 그릇에는 사람들을 어우러지게 하는 또 다른 맛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오뎅 2만 원. 영업시간 16:30~3:00. 부산 중구 남포동 2가 15-2. 051-246-3089.


수복센타

'수복센타'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 문을 열어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찾아간'수복센타'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손님 평균 나이가 가게 나이와 비슷해 보일 정도다. 중간에 한 번 주인이 바뀌어 멋쟁이 손춘자(69) 사장이 맡아서 한 지는 28년째다.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종 자판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예전 단골은 거의 정종만 먹었단다. 스지어묵탕에는 계란, 유부 주머니, 어묵, 곤약, 떡, 스지, 오징어, 새우, 감자 등 이것저것 참 많이도 들었다. 국물이 약간 싱거웠는데 어르신의 입맛에 맞췄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들이 안주로 나온 미역귀도 반갑다. 손 사장은 "최고령인 94세 손님이 열 살 아래 손님과 친구 먹는 곳이 우리 집이다"고 자랑하며 진짜 멋진 한 단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광복동을 무대, 자신은 그 무대의 배우라고 생각한단다. 와우!

스지어묵탕 2만 5천 원. 부산 중구 남포동 2가 15. 영업시간 16:00~02:00. 051-245-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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