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해, '양두구육' 3제] 양의 해, 양이라는 이름으로 요리를 먹다

입력 : 2015-01-14 18:17:40 수정 : 2015-01-16 16: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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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앞 '중남해'의 양 꼬치와 양 만두.

올해는 청양(靑羊)의 해다. 그래서 양을 먹자고 주장하자니 좀 모양이 안 나는 것 같기는 하다. 내년 원숭이해에는? 또 호랑이나 용의 해가 되면 어쩌자는 작정인가? 후생가외(後生可畏)! 훌륭한 후배에게 뒷일을 부탁한다. 뒤늦게 고기 맛을 알았기에 꼭 양고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오죽하면 중국 고사에도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고 할까. 양고기에 고개를 흔드는 분도 걱정 마시라. 새해맞이 '양두구육 편', 양을 먹는 세 가지 방법이다.


■ 중남해 양 만두·양 꼬치

어린 양고기 사용해 부드럽고 씹는 맛 좋아


부산에서 양고기 하면 먼저 부경대 앞의 '중남해'가 떠오른다. 특히 중국 유학생이 많이 찾는 중남해의 대표 메뉴는 '양 꼬치'. 갈빗살로 만드는 여기 양 꼬치는 질기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

10개월 미만의 어린 양 고기 램(lamb)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양고기 고유의 냄새가 살짝 나지만 전혀 역하지 않다. 양을 아주 잘 알고 많이 다뤄 본 솜씨가 느껴진다. 누구신가? 양 꼬치를 소금·고춧가루·깨가 섞인 향신료 즈란(孜然)에 찍으니 궁합이 아주 그만이다.

즈란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중남해 즈란에서는 양이 뛰놀던 초원의 향이 나는 듯하다. '양 갈비'는 고기를 뜯는 재미가 더해진다. 마늘 기름장을 찍으니 좋다. 이 장으로 소고기나 삼겹살도 먹어 보고 싶다. 양고기에 중국 맥주까지 곁들이자 어느새 고삐 풀린 정신이 만주 대륙을 달리며 양 떼를 몬다. 말 달리자!

그러다 다시 출출해졌다면 중남해에서만 나오는 양 만두가 있다. 양고기는 찌거나 삶으면 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만두 소로 돼지고기 70%, 양고기 30%를 섞는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고, 이렇게 거부감까지 없애니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서 어떻게 이런 중국 가정식 요리를 낼까? 알고 보니 중남해는 '한·중 합작 패밀리 비즈니스'다. 중남해 김도연 대표가 중국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다 산둥 성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장에서 지금의 부인이 된 모델 첸첸 씨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단다.

가게에서 양 만두를 빚는 분이 바로 김 대표의 장인이다. 처가는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만둣가게를 운영했단다. 그러면 그렇지! 첸첸 씨는 "추운 지방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 어렸을 때 아빠가 양고기탕을 해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각종 요리도 맛있고 중국 맛탕 '바스'도 일품이다. 양고기 샤부샤부 메뉴가 사라진 게 아쉽다.

양 꼬치 1천 원, 고급 양 갈비 1만 2천 원, 양 만두 4천500원, 칭다오 맥주(640㎖) 5천 원, 독공보가주(250㎖) 1만 원. 영업시간 17:00~01:00.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대연3동 513의 7. 부경대 정문 건너편 '굽네치킨' 옆. 051-626-5792. 


염소 고기에 각종 두부가 들어간 사상 '투히엔'의 염소탕.
■ 투히엔 염소탕

각종 향신료로 냄새 잡아 시원한 베트남식 전골 요리

"어린 양 떼를…." 성경에 가장 자주 나오는 동물이 양이 아닐까. 양과 염소는 외모상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마태복음은 양과 염소를 좌우로 갈라 심판한다. 왜일까?

여자에게 좋다는 염소도 양과 함께 다뤄보고 싶었다. 양고기 싫다는 사람에게 권하는 베트남식 염소 요리이다. 베트남이 그리운 날이면 사상의 '투히엔'으로 향한다. 맛이 순한 투히엔의 베트남 쌀국수에서는 언제나 베트남의 향수가 느껴진다. 어느 날 메뉴판에 있던 베트남식 염소 요리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베트남 음식이 고수 같은 향신료를 잘 이용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노린내가 나기 쉬운 염소고기, 향신료를 잘 쓰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제대로 걸렸다. 염소 레몬그라스 무침이 먼저 나왔다. 염소를 어떻게 요리하면 이렇게 졸깃해지는지 모르겠다. 살짝 곱창 같은 느낌도 난다. 노린내는커녕 레몬 향이 더해져 염소 고기 맛이 아주 산뜻하다.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니 여성들이 아주 좋아하겠다. 염소 요리로 유명한 산성마을에서도 이걸 응용하면 더 인기를 끌 것 같다.

이날의 메인인 염소탕은 염소 고기에 각종 두부가 들어간 염소 전골 요리였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시원한 육수에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낸다. 각종 향신료가 염소 냄새를 단단히 붙들어 매었다. 염소탕에 베트남 보드카까지 더하니 나중엔 여기가 어딘지 모를 정도였다. 염소탕에 사리를 넣어서 마무리하니 "역시 한국이 좋고, 여기가 한국이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투히엔의 막티흰 대표는 지난 2010년에 처음 만났다. 그때 그가 "음식점으로 돈을 벌어 한국의 소외 계층을 돕고 싶다. 그동안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도와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당차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독거 어르신 돕기, 필리핀 이재민 돕기 등 착한 행사를 자주 여는 '막 사장'이 장하게 보인다.

각종 쌀국수 7천 원, 볶음밥 7천 원, 월남쌈튀김·쌈말이 5천 원, 샤부샤부 2만~3만 원. 염소 레몬그라스무침 2만 5천 원, 염소탕 4만 5천 원. 영업시간 11:00~20:00. 부산 사상구 덕포동 421의 2. 부산도시철도 덕포역 1번 출구로 나와 부산은행 옆 골목. 051-301-8623. 


서면 '급행장'에서 새로 연 양곱창집의 특양 구이.
■ 급행장 특양

살 두꺼운 뉴질랜드산 '깃머리'만 사용해 쫄깃한 식감

소는 다리가 네 개, 위도 네 개나 된다. 소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위가 바로 양()이다. 아시다시피 소나 양은 한 번 먹은 것을 입에 되돌려 다시 씹고 먹는 반추동물. 반추할 때는 주변에 적도 없고 한가한 기분일 때라나.

반추하고 싶던 어느 날 서면으로 향했다. 올해로 64년째, 100년이 오기를 기다리는 부산 최고(最古)의 한우 전문점 '급행장'이 지난 연말에 양곱창집을 열었단다. 투플러스(1++)급 암소 고기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급행장 손재권 대표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양곱창일까. 손 대표는 "양곱창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곳도 있지만 나는 '옳은 양곱창'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메뉴에 '양'은 없고 '특양'만 보인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양 구이에는 소의 위 중에서도 살이 두꺼운 '깃머리'부분이 사용된다. 양깃머리의 등급은 300~500, 500~700g으로 나누어지고, 특양은 중량이 700g 이상을 말한다. 급행장은 800~900g짜리 뉴질랜드산만 쓴다. 사료만 먹는 우리나라 소와 달리 거친 풀을 먹어 위 근육이 잘 발달해, 그 식감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양이 처음부터 뽀얗고 야들야들한 게 아니었다. 해동해 일일이 표면을 사람의 손으로 까는 힘든 손질이 있었다. 맛난 음식을 만들어주는 분께 감사하며 양을 씹는다. 손 대표는 고깃집 주인 아니랄까 봐 황소고집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백양은 없고, 양념 양곱창만 취급한다. 그는 태어나서 자라고, 관리가 되는 서면 외에는 절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파인애플이나 키위 따위의 연육제도 양곱창에 일절 안 쓴다. 그 고집을 믿고 온 일본 손님이 후쿠오카 어느 야키니쿠집보다 급행장을 더 인정했을 때 보람을 느꼈단다. 잡내가 없는 특양을 소스에 찍어 먹으니 뭉클하고 쫄깃하다. 소창은 기름기가 적고 씹는 맛은 더 좋다. 골목으로 살짝 들어왔는데도 상당히 한적한 느낌이 든다. 역시 양은 가격 착하고, 믿을 수 있는 데서 먹어야 한다.

특양(뉴질랜드산 130g) 2만 원, 대창·곱창(국산 130g) 1만 5천 원, 스페셜 한우 모둠(100g) 3만 원. 영업시간 11:00~23:00. 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5번길 29. 급행장 별관 주차장에서 20m. 051-807-0087.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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