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BIFF 위원장 사퇴 종용 웬 말인가

입력 : 2015-01-25 20:06:45 수정 : 2015-01-27 1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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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BIFF가 뜻밖에도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경진 행정부시장 등은 지난 주말 이 위원장을 만나 "물러나 달라. 그게 서병수 시장의 뜻이다"라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인적 쇄신'으로 표현되는 사퇴 종용의 표면적 이유는 '사전 결재 없는 비용 지출' 등 19가지 감사 지적 사항이라고 한다. 이런 지적이 나온 지난해 연말 시 감사는 시작부터 회계와 업무 전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해 '표적 감사'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감사가 아니다. 이번 사퇴 종용은 지난해 BIFF 행사 때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 벨' 상영 논란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게 영화계의 유력한 해석이다.

시의 조치는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외압으로 해석될 소지가 매우 높다. 시장의 뜻이라며 영화제 수장에게 물러나라고 종용하는 것은 BIFF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요, "세계 영화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에 'BIFF가 좌파 영화제'라는 얼토당토않은 정치적 공세를 받을 때 당시 허남식 전 시장이 영화제 예산을 늘리며 적극 지원에 나서 바람막이 역할을 했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되는 모습이다.

BIFF는 시의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문화도시와 창조도시의 자부심을 안겨 준 부산 시민들의 문화적 자산이며,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결정적 발판 역할을 해 온 국가적 자산이다. 물론 BIFF가 조직을 방만하고 오만하게 운영했다면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정치적 논란 뒤에 20년간 BIFF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이 위원장에게 하루아침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에 맞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지켜 온 BIFF의 정신'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다. 항용 '권력의 갑질'로 비칠까 몹시 우려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을 시정 구호로 내세운 만큼 문화에 대한 폭넓은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소통하고 절충해야지 '칼'을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지난 2004년 부천시장이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강제로 쫓아낸 뒤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천영화제를 거부한 일이 있었다. 지금 영화계에서는 부산시가 이 위원장을 사퇴시키면 BIFF 보이콧과 부산 촬영 거부까지 언급하고 있다. 내달 초 개막하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살 우려도 높다. 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종용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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