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가격 모두 잡은 고깃집 2곳] 주인장 '척척' 맛있는 부위 내주니 엄지 '척'

입력 : 2015-01-28 19:02:19 수정 : 2015-01-29 13: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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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발길을 잡는 '동명식육식당'은 가격과 맛, 둘 다 잡았다.

싼 게 꼭 비지떡만은 아니다. 유통과정에서 이윤을 줄이고 오랜 장사의 노하우까지 갖춰 좋은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나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골라 보시라. 가격 좋고 마무리 된장찌개까지 맛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 동명식육식당

매일 돼지 한 마리씩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
큰 멸치·좋은 재료 쓴 된장찌개 '할머니 손맛'


동명대학에서 부산문화회관 쪽으로 가다 보면 '동명식육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가게 이름처럼 식육점과 식당을 겸하는 평범한 집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 이 집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인데 돼지고깃집에 왜 이렇게 손님이 많아?' '저녁 시간도 한참 지났는데 빈자리가 없네? 나만 이 집을 몰랐던 건가?'

손후자(64) 사장은 26년째 동명식육식당을 운영 중이다.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식사하던 손님은 입을 모아 가격 착하고 맛있는 집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막상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손 사장은 거절한다.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장사하고 손님들에게 맛있는 거 먹이고 싶다. 내 가족 먹이는 밥이라 생각하고 하는 일이라 거창하게 할 말은 없다"며 몇 번을 손사래를 친다. 

손 사장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에서는 깊은 손맛이 느껴진다.
80㎏ 넘는 돼지가 매일 한 마리씩 들어온다. 그러니 고기를 저렴하게 팔 수 있다. 1인분에 180g이고 가격은 7천 원으로 다른 집보다 양도 많이 준다.

단골들은 자리에 앉으면서 "맛있는 걸로 알아서 주세요" 라고 말한다. 어느 부위가 아니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알아서 고기가 척척 나온다.

단골처럼 말해 보니 삼겹살 같은 목살이 나왔다. 2명이 고기 3인분에 된장 2인분을 시켰다. 처음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 먹고 남은 것이 없다. 고소한 돼지고기를 갓 지은 쌀밥과 먹으며 다이어트는 잠시 잊기로 했다.

하루에 한 마리씩 들어오는 고기가 남으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손 사장은 당일 못 판 고기는 냉동해 놓았다가 한 달에 한 번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가격도 착하고 사장님 마음씨도 착하다.

저녁에는 고기 뒤에 된장을 먹는 코스, 점심 때는 주로 된장이나 김치찌개 메뉴를 많이 시킨다. 고기를 먹지 않고 식사만 가능한 점도 이 집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는 다듬고 남은 고기가 듬뿍 들어 있다. 된장찌개는 육수를 따로 내지 않고 큰 멸치를 넣고 직접 담은 시골 된장을 풀어서 각종 채소와 함께 끓여 할머니 손맛이 난다.

된장이 맛있다고 하자 손 사장은 "안동에서 메주를 가져와서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담근다. 쌀·고춧가루 등 기본 재료는 다 국산이다. 시골에 있는 93살 된 친정어머니와 농사짓는 동생들이 챙겨 보낸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그러고 보니 가게 한쪽에는 안동이라고 적힌 쌀가마니와 메주가 수북이 쌓여 있다. 밥을 먹는데 커다란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택배를 열자 각종 산나물 말린 것이 종류별로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다. 장사하면서 고생하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친정엄마가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을까? 한자리에서 오래 장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돼지생삼겹살 180g 7천 원, 양념 갈비 180g 6천 원, 된장찌개 5천 원(고기 먹은 뒤 2천 원). 영업시간 11:30~21:00.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153. 051-621-5324.

■ OK 목장

갈비 한 짝 다듬어 여러 부위 한 접시에 내놔
테이블 6개뿐 대기 필수… 매콤한 된장 '일품'

고기를 먹고 싶다면 테이블을 먼저 차지하라! 
'OK 목장'은 긴 기다림이 용서가 되는 집이다. 한 접시에 소갈비의 여러 부위가 담겨 나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좁은 가게 안에 테이블은 6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리가 없으면 먼저 온 손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시간이 1시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는 먼저 앉은 사람 마음이다.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식당 문을 열자마자 들어와 테이블을 3개나 잡는다. 속속 도착한 친구들이 자리 잡은 분을 칭찬한다. 남은 테이블도 곧 만석이다. 선발대가 필요한 집이었다.

오후 5시가 되자 김도형(51) 사장의 손길도 바빠진다. 그날 들어온 소갈비 한 짝을 다듬느라 분주하다. 이게 단 하루에 판매되는 분량이다. 미리 다듬어 두면 피가 고여 갈색으로 변하니 장사 시작과 함께 다듬기도 시작한다.

갈비 한 짝에는 안창살·꽃살·갈빗살이 섞여 있지만 따로 분리하지는 않고, 한 접시에 여러 부위를 섞어서 판매한다. 좋은 부위를 비싼 가격으로 팔기보다는 이렇게 해서 하루에 다 파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마무리용 매콤한 된장찌개까지 맛있다.
워낙 적은 이윤으로 운영하는 가게라 단골이 온다고 고기를 더 주지는 않는다. 단지 좋아하는 부위를 조금 더 섞어주는 서비스를 한다. 총량은 똑같다.

김 사장은 오랜 단골의 식성을 꿰고 있다. "저분은 이렇게 좋은 부분을 줘도 싫어한다. 약간 질긴 부위를 담아 주어야 좋아한다"며 부위 조절을 한다. 손님에게 모든 부위가 골고루 들어가게 하는 것은 영업방침이다.

김 사장은 일본에서 유학을 8년이나 하고 돌아와 일본어 강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에서 일본어보다 장인정신을 배워 온 것 같단다.

적성에 맞지 않은 일본어 강사를 그만두고 축산유통업을 3년 정도 했다. 2004년 12월에 이 가게를 시작해서 현재 11년째다. 매일 고기를 다듬느라 손목·어깨·허리 등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그런데도 이 일이 재미있고 사명감이 있단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눈치 빠른 단골 한 분이 "안 그래도 먹기 힘든 집인데 뭐하러 취재 왔느냐. 절대 기사 내지 말라"며 협박(?)을 한다.

고기를 입에 넣자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같이 간 일행은 고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더니 밥과 함께 나온 된장찌개만 마구 먹고 있다. 추가도 안 되는데 맛있다고 혼자 다 먹어 버린다. 보리가 섞인 밥에 매콤한 된장을 넣고 비벼 고기 한 점과 먹으니 그 오랜 기다림도 용서가 된다.

된장이 더 먹고 싶다면 무려 고기 10인분을 먹으면 된다. 그 때문에 처음 온 손님과 시비도 비일비재하다.

고기를 다듬고 남는 부위를 된장찌개에 넣어서 끓이는데 한 뚝배기에 150g가량이 들어간다. 찌개 하나에 2천 원을 받기에는 고기가 좀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꼭 고기 10인분 이상을 주문해야 된장찌개가 추가로 하나 나간다.

그래도 다른 집보다 배부르고 저렴한 가격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내산 한우 갈비(거세) 1++·1+ 100g 1만 4천 원, 된장찌개 2천 원, 공깃밥 1천 원, 소주·맥주 3천500원. 영업시간 17:00~22:30. 부산 부산진구 당감4동 362-4. 051-894-5643.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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