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장군 철마면(鐵馬面)에는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기장철마한우불고기축제가 유명하고, 철마라고 하면 한우부터 생각하게 된다. 지난 주말, 철마에 가자고 하니 대뜸 소고기 먹으러 가느냐고 묻는다. "소고기 사 묵으면 뭐 하겠노?" 철마에 소고깃집만 있는 게 아니다. 믿고 따라와 보시라. 고향의 냄새가 느껴지는 철마의 숨은 보석 같은 두 집을 소개한다.
■ 철마연밥
흡수 잘되는 효소 넣어 건강한 '한 상'차림
'이병우 설농탕'과 '백양골' 등으로 외식 업계에서 이름난 박진수 대표가 철마에 연밥집을 열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연밥집? 그것도 왜 철마에서 하지? 궁금해서 '철마연밥'을 찾았다. 철마연밥 맞은편에 별도로 마련한 주차장이 무려 1천 평이다. 봉황의 뜻이 있는 것일까.
자리에 앉자 연밥집답게 맑은 연잎차를 먼저 건넨다. 우린 '명품 약선 연잎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일반 약선 연잎밥보다 5천 원이 비싸다. 전채요리 5개와 반찬이 더 나오는 차이가 있다.
5개의 별이 떴다! '버섯누룽지탕수육'의 튀긴 누룽지는 식감이 맘에 든다. 샐러드는 토마토를 갈아 효소와 섞어서 냈다. 싱싱한 토마토를 듬뿍 넣어 향이 좋다. 오리고기도 채를 썬 양파에 효소를 섞었다. 한천과 단호박 위에도 효소가 올려졌다.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겠다. 효소를 잘 쓰는 집이다. 가게 입구에 담긴 커다란 병에 든 것들이 모두 효소였다. 마침 '효소 소녀(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가 보면 안다)' 서경순(54) 조리장이 효소액을 들고 등장한다.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아도 왠지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 조리장은 천연 염색, 꽃꽂이, 서각, 와인에 능통하고 소상공인 교육까지 수백 시간을 받았단다. 어디서 이런 인재를 구했을까? 박 대표는 4년 전 고향 산청에서 효소 항아리 수백 개를 끼고 사는 서 씨를 만나 삼고초려했단다.
식사는 잘 삶긴 수육에 주인공인 연잎밥, 나물 3종, 된장찌개, 고등어조림까지 한 상이다. 소개하고 싶은 반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죽순, 연근, 부추, 마늘, 콩나물, 산야초 장아찌까지 퍼레이드를 한다. 새콤달콤한 콩나물은 맛이 오묘하다. 거의 모든 찬이 발효 음식 아니면 효소를 넣었다. 발효 음식은 흡수가 잘된다더니 놀라운 속도로 반찬을 먹어 치우고 다시 청했다.
된장은 감칠맛보다는 거친 맛이 나서 더 매력 있다. 연밥에는 해바라기씨를 비롯해 견과류가 그득하다. 연잎은 기장군에서 관리하는 연밭 7천 평에서 나는 것이란다. 로컬푸드 음식점이었다. "음식은 에너지원이라 건강해야 한다"는 서 조리장과 "처음의 겸손함으로 돌아가 오래갈 수 있는 가게를 하겠다"는 박 대표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보인다. 개업 8개월째인데 가게에 명함을 놓아두면 나가는 속도가 놀랄 정도란다. 박 대표는 1차 농업과 2차 가공, 3차 서비스와 체험을 제공하는 6차 산업으로 '철마 효소 마을'을 만들 계획이란다.
약선 연잎밥 1만 원, 명품 약선 연잎밥(전채요리 5종 포함) 1만 5천 원, 메밀막국수 7천 원, 메밀막국수+수육 1만 원. 영업시간 11:30~21:00.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324-6. 051-724-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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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뽕을 비롯한 17가지 약초가 든 '아홉산'의 상계탕과 돌솥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