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에 숨은 보석 같은 밥집] 철마 가서 소만 먹나요? 이젠 편견을 버리세요

입력 : 2015-02-04 19:01:58 수정 : 2015-02-05 1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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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를 넣거나 발효 음식으로 차려진 '철마연밥'의 약선연잎밥 한상과 연잎밥.

예전에 기장군 철마면(鐵馬面)에는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기장철마한우불고기축제가 유명하고, 철마라고 하면 한우부터 생각하게 된다. 지난 주말, 철마에 가자고 하니 대뜸 소고기 먹으러 가느냐고 묻는다. "소고기 사 묵으면 뭐 하겠노?" 철마에 소고깃집만 있는 게 아니다. 믿고 따라와 보시라. 고향의 냄새가 느껴지는 철마의 숨은 보석 같은 두 집을 소개한다.


■ 철마연밥

흡수 잘되는 효소 넣어 건강한 '한 상'차림


'이병우 설농탕'과 '백양골' 등으로 외식 업계에서 이름난 박진수 대표가 철마에 연밥집을 열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연밥집? 그것도 왜 철마에서 하지? 궁금해서 '철마연밥'을 찾았다. 철마연밥 맞은편에 별도로 마련한 주차장이 무려 1천 평이다. 봉황의 뜻이 있는 것일까.

자리에 앉자 연밥집답게 맑은 연잎차를 먼저 건넨다. 우린 '명품 약선 연잎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일반 약선 연잎밥보다 5천 원이 비싸다. 전채요리 5개와 반찬이 더 나오는 차이가 있다.

5개의 별이 떴다! '버섯누룽지탕수육'의 튀긴 누룽지는 식감이 맘에 든다. 샐러드는 토마토를 갈아 효소와 섞어서 냈다. 싱싱한 토마토를 듬뿍 넣어 향이 좋다. 오리고기도 채를 썬 양파에 효소를 섞었다. 한천과 단호박 위에도 효소가 올려졌다.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겠다. 효소를 잘 쓰는 집이다. 가게 입구에 담긴 커다란 병에 든 것들이 모두 효소였다. 마침 '효소 소녀(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가 보면 안다)' 서경순(54) 조리장이 효소액을 들고 등장한다.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아도 왠지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 조리장은 천연 염색, 꽃꽂이, 서각, 와인에 능통하고 소상공인 교육까지 수백 시간을 받았단다. 어디서 이런 인재를 구했을까? 박 대표는 4년 전 고향 산청에서 효소 항아리 수백 개를 끼고 사는 서 씨를 만나 삼고초려했단다.

식사는 잘 삶긴 수육에 주인공인 연잎밥, 나물 3종, 된장찌개, 고등어조림까지 한 상이다. 소개하고 싶은 반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죽순, 연근, 부추, 마늘, 콩나물, 산야초 장아찌까지 퍼레이드를 한다. 새콤달콤한 콩나물은 맛이 오묘하다. 거의 모든 찬이 발효 음식 아니면 효소를 넣었다. 발효 음식은 흡수가 잘된다더니 놀라운 속도로 반찬을 먹어 치우고 다시 청했다.

된장은 감칠맛보다는 거친 맛이 나서 더 매력 있다. 연밥에는 해바라기씨를 비롯해 견과류가 그득하다. 연잎은 기장군에서 관리하는 연밭 7천 평에서 나는 것이란다. 로컬푸드 음식점이었다. "음식은 에너지원이라 건강해야 한다"는 서 조리장과 "처음의 겸손함으로 돌아가 오래갈 수 있는 가게를 하겠다"는 박 대표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보인다. 개업 8개월째인데 가게에 명함을 놓아두면 나가는 속도가 놀랄 정도란다. 박 대표는 1차 농업과 2차 가공, 3차 서비스와 체험을 제공하는 6차 산업으로 '철마 효소 마을'을 만들 계획이란다.

약선 연잎밥 1만 원, 명품 약선 연잎밥(전채요리 5종 포함) 1만 5천 원, 메밀막국수 7천 원, 메밀막국수+수육 1만 원. 영업시간 11:30~21:00.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324-6. 051-724-8080.


■ 꾸지뽕 상계탕 전문점 '아홉산'

 17가지 약초 든 탕에 고향 생각나는 반찬까지

꾸지뽕을 비롯한 17가지 약초가 든 '아홉산'의 상계탕과 돌솥밥.
철마에 삼계탕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찾아간 곳이 '아홉산'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메뉴가 '상계탕'으로 되어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리드미컬하게 읽어 주시라. '삼(蔘)이 들어가면 삼계탕, 뽕이 들어가면 상계탕(桑鷄湯)~'.

여기서 뽕은 꾸지뽕이다. 뽕나뭇과의 꾸지뽕은 여성의 여러 질병에 좋고 항암 효과도 있다고 알려진다. 처음 맛본 상계탕에서는 약초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은은해서 거슬리지 않는 향이다.

상계탕에는 상황버섯, 겨우살이 등 약초가 17종이나 들어간다. 상계탕에 들어간 닭은 살짝 작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학구열 넘치는 언니 김영숙 대표와 주방을 담당하는 동생 김영미 씨 자매에 따르면 이 크기가 가장 연하고 맛있단다.

상계탕 속에 든 밥도 색깔이나 맛이 좀 달라 보인다. 현미, 율무 등 오곡밥이 들었다. 고향 집에 온 느낌이 나는 평범한 듯한 반찬이 좋다. 새로 담근 김치가 아삭해서 아주 맛있다. 들깨에 버무린 시금치는 고소하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상계탕 한 그릇이면 이미 행복하다. 하지만 이 집을 소개한 지인이 돌솥밥이 맛있다고 바람을 잡았다. 그래서 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돌솥밥을 다시 시키고 말았다.

세상에나! 밥상의 주인인 밥이 철마에서 제자리를 찾았다. 밥이 정말 맛있다.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나, 씹히는 느낌이 다르다.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고맙겠다. 이렇게 맛나니 돌솥밥의 밥이 많다고 하면서도 남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자향이 나는 샐러드를 비롯해 방아무침 같은 반찬도 괜찮다. 밥맛의 비결이 어디 있을까? 김 대표는 "철마 쌀을 쓰고 이게 떨어지면 햅쌀로 한다"며 쌀의 차이만 강조한다.

정작 비결은 한곳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김 대표의 성격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신비한 약초 세상'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왈순아지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약초 공부만 해도 쉽지 않은데, 지금은 물 공부에도 빠져 있단다. '구들 연구소'에서 교육을 받은 뒤 직접 만들었다는 대형 부뚜막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뒷산에 약초를 많이 심어, 장뇌삼이 벌써 6년근이 되었단다. 초복에는 장뇌삼 한 뿌리씩 넣어 준다니 그때 다시 와야겠다. 김 대표의 남편이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뜬 걸 계기로 약초 공부에 빠졌다니, 못다 한 사랑이 음식에 담겼나 보다.

돌솥밥 8천 원, 꾸지뽕 상계탕 1만 2천 원, 전복 상계탕 1만 5천 원, 오리 3만 5천~4만 원. 영업시간 11:00~ 20:00. 수요일 휴무. 부산 철마면 장전리 299-3. 051-722-459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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