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맛집 2곳] 장수하는 음식 비결? 좋은 재료에 정성 한 움큼

입력 : 2015-02-25 18:34:09 수정 : 2015-02-26 14: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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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노포동 '한결같은마음'의 알밥. 밥을 가득 덮은 부추, 돌나물, 새싹, 김, 다진 소고기, 날치 알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 아무리 손맛이 좋아도 재료를 속이면 단골은 생기지 않는다. 하루 이틀은 몰라도 긴 세월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알밥과 다슬기들깨수제비 세트 메뉴 하나 만으로 8년을 지킨 '한결같은마음'과 직접 만든 손두부로 26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산천손두부'는 재료에서부터 정성을 들인 것이 단골을 모은 비결이라고 했다.

■ 부산 노포동 '한결같은마음'

알밥·다슬기들깨수제비 세트 단일 메뉴
생날치 알·고춧가루 등 정직한 재료 사용
귀동냥에 들렀다 단골된 골수팬 다수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허름하다. 간판도 없다. 그럼에도 귀동냥에, 입소문에 찾아와서는 단골이 된 사람이 많다. 식당 이름이 '한결같은마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손맛과 정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손님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이름보다 사실은 '알밥집'으로 더 잘 알려졌다. 별칭처럼 메뉴는 8년째 '알밥+다슬기들깨수제비' 세트가 전부다. 메뉴가 하나뿐이니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알밥은 뜨겁게 달군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밥 위에 부추, 돌나물, 새싹, 김, 다진 소고기, 날치 알을 올렸다. 예전에는 버섯도 넣었는데, 배릿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요즘은 빼고 있다고 '한결같은마음' 이필예(64) 대표가 말했다.

다슬기들깨수제비.
알밥은 생각보다 향긋하고 정갈하다. 이 대표는 그 이유를 "재료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좋은 재료 외에, 다른 것은 일절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것'이란 맛과 향을 내기 위한 조미료를 의미하는 것 같다. 부재료도 그가 직접 장만한다. "부추는 서울이나 울산 것을 씁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김해 것은 좀 질겨서…."

날치도 생날치를 고집한다. 으레 통조림 날치 알이겠거니 생각했다면 곤란하다. 그는 "꾀를 부리는 일은 없다"고 했다. 재료 값을 아끼려 꾀를 부리면 음식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곁들이로 내놓는 부침개조차 밀가루 대신 부침가루를 고수하고, 김치는 매일 직접 담근다.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하루에 다 팔 정도의 양만 담급니다. 고춧가루도 경북 의성 시댁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을 쓰고요."
무·고추 장아찌와 부침개, 미역무침.
부침개와 김치 외에도 미역 무침과 고추·무 장아찌가 상에 올랐다. 그중 미역 무침은 겨울에만 나온다. 그 외 계절에는 취나물 무침을 내놓는다. 밑반찬 중에서 가장 입맛을 돋우는 것은 역시 무·고추 장아찌다. 고추 장아찌 끝에는 칼자국이 나 있다. 이렇게 해야 간이 속까지 들어가 쉽게 상하지 않는단다. 달큰하고 아삭하다.

다슬기들깨수제비는 별미다. 알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알밥을 다 먹은 뒤 따로 먹어도 된다. 들기름이 국물 가장자리에 샛노란 고리를 만들 정도로 색깔이 아주 선명하다.

알밥+다슬기들깨수제비 세트 7천 원. 11:30~18:30. 일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대룡1길 113. 노포동 부산CC 근처. 010-3881-4400.


■ 경남 양산시 '산천손두부'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인근 `산천손두부`의 들기름두부소금구이. 노릇노릇한 두부 한 점에 시골 된·간장을 살짝 찍어 올려 먹는 맛이 특별하다.
처가서 키운 콩으로 만든 청국장·손두부
직접 짠 들기름으로 부쳐 낸 두부전 인기
믿을 수 있는 재료 무기 삼아 26년째 성업 중


이름이 좀 길다. 들기름두부소금구이? '소금구이'라는 대목에서 육고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아니다. 들기름두부소금구이는 두부전을 뜻한다. 천일염으로 살짝 간을 한 뒤 들기름으로 두부를 부쳤다.

두부전은 흔히 식용유를 사용하지만 산천손두부 김진업(57) 대표는 "직접 짠 들기름으로 부친다"고 말했다. 소금은 국산 천일염을 쓴다. 싱겁게 먹는 사람은 두부 자체의 간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좀 더 특별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따로 내놓은 간장이나 된장을 발라 먹는 게 좋다고 김 대표는 권했다.

특히 작은 소쿠리에 함께 담겨 나온 상추와 배추에 두부 한 점을 올리고 된장·간장을 살짝 발라 쌈을 만들면 두부의 들기름과 된장·간장의 조합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테다. 된장·간장은 경북 영덕군 지품면 김 대표의 처가에서 가져왔다. 그는 "시골에서 3∼4년 정도 숙성시킨 된장·간장이라 맛이 그윽하다"고 자랑했다.

들기름두부소금구이와 함께 추천되는 메뉴는 청국장이다. 청국장이 다 그렇지만 조리법과 비주얼은 특별하지 않다. 대신 원산지가 믿을 만하다. 김 대표는 "처가에서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청국장"이라고 말했다.
처가 콩으로 만든 청국장.
하지만 어떤 요리든 맛을 결정짓는 것은 주재료다. 두부의 주재료인 콩도 처가에서 키운 것으로, 이를 정기적으로 가져와 식당 한쪽에 마련된 제조장에서 직접 손두부를 만든다.

그는 "예전에는 불도 나무로 때고 맷돌도 직접 돌렸지만 지금은 가스 불과 기계 맷돌의 도움을 받는다"며 "그래도 나머지 작업은 여전히 직접 다 하고 있다"고 손맛을 강조했다.
두부를 만드는 김진업 사장.
산천손두부는 올해로 개점 26년이 됐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내원사 앞에서 23년 동안 장사를 하다 2년여 전 양산부산대병원 근처로 옮겼다. 가게가 너무 낡아서였다.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옛 주소를 찾아갔다가 허탕을 친 뒤 전화로 물어 다시 오는 단골손님이 많단다.

참, 밑반찬 중에 뽕잎무침 맛도 특별하다. 다른 식당에서는 잘 내놓지 않는 것인데, 이를 먹기 위해 일부러 두부를 주문하는 손님도 생겼단다.

들기름두부소금구이 1만 원, 청국장 7천 원, 순두부 7천 원, 두부전골(소) 1만 5천 원, 비지찌개 7천 원, 생두부김치 8천 원. 10:00∼22:00. 경남 양산시 물금읍 가촌로 189. 양산부산대병원 옆. 055-375-6173.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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