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붕장어] 나른하다고요? 활력 장어로 봄 입맛 깨우세요

입력 : 2015-02-25 18:34:03 수정 : 2015-02-26 14: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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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자연산 장어구이'에서는 장어를 구운 뒤 비법 소스를 발라 다시 한 번 구워낸다.

봄이 오고 있나 보다. 몸도 나른하고 피곤하다. 이럴 때 몸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어떤 음식이든 본인 몸에 잘 맞는 음식이 보양식이겠지만 붕장어(아나고)는 어떨까? 구이는 담백하고, 탕으로 먹으면 따뜻한 국물과 든든함이 온몸으로 전해져 힘이 나는 붕장어 집을 찾아 나섰다.

박미화(62) 사장은 장어집만 28년째다. 감만동에서 10년, 범일동으로 나온 지가 18년이 되었다.

범일동 원조 자연산 장어구이

신선한 재료만 취급 28년 전통의 맛
소스 묻혀 다시 구워 내니 "아! 이 맛이야"

박 사장의 남편은 오래전에 장어 배를 했다. 이왕 잡아 오는 장어로 작은 가게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단다. "맛있다. 부산에서 최고다"라는 손님 말에 으쓱해져서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이제는 장어만 보아도 맛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하루에 80㎏ 정도 들어오는데 좋은 장어가 들어온 날이면 박 사장도 꼭 몇 마리는 먹는단다. 지금은 예전에 같이 장어 배를 하던 지인에게서 매일 장어를 사 온다. 다른 가게가 장어를 구하기 힘들어도 '원조 자연산 장어구이'에서는 장어가 떨어지지 않는 비결이다. 

박미화 사장은 장어를 보기만 해도 맛있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여기를 간다면 골목 안에 숨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골목 앞에 도착하면 가게 간판보다 숙박업소 간판이 먼저 보일 것이다. 당황하지 마시라. 잘 찾아간 거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간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머니 부대가 나타났다. "니도 얼른 간판 사진 찍어 놔라. 다음에 또 묻지 말고. 여기가 진짜 맛있는 집이다. 알았제?" 이러면서 열심히 홍보하고 간다.

오후 3시 30분이면 식사시간이 지나 가게 안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손님이 많다. 부추·쑥갓 등 채소가 가득 차려지더니 겉절이와 생강·마늘 등 간단한 밑반찬이 깔린다. 장어를 열심히 굽는다고 구웠다. 하지만 애꿎은 연기만 일으키는 우리 테이블로 보다 못한 박 사장이 왔다. 그가 손을 대자 신기하게 연기는 사라졌다. 채소 겉절이가 나왔을 때 초장 같은 소스를 뿌려 주었다. 구워진 장어에도 그 소스를 묻혀 다시 살짝 구워 준다. 장어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버린다. 이 소스가 이 집의 인기 비결이다. 가끔 이 소스를 알아내려고 통째로 들고 가는 손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소스로 운영하는 집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알아낸 사람이 없는 듯하다. 박 사장의 남편은 직장에 다니며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게에 온다. 남편에게도 하루 일당제로 계산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저녁엔 바쁘니 늘 와서 도와주는 거다. 장어구이를 먹고 나서 밥을 시키자 장엇국, 밥과 김치가 나온다. 들깻가루가 듬뿍 들어간 국에 밥 한 그릇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개운하다.

자연산 장어구이 1㎏ 3만 5천 원. 공깃밥 1천 원. 영업시간 12:00~22:00. 부산 동구 자성공원로 3번길 23-3. 051-635-6503


사직동 원조 장어구이

파김치에 싸 먹는 구이 맛 "음~고소해"
장어탕, 고향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

'원조 장어구이'에서는 전라도식 김치와 장어탕을 맛볼수 있다.
저녁 시간을 피해서 갔어야 했다. 손에 쥐어진 번호표는 20번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이때 이중곤(62) 사장이 미남점으로 갈 지원자를 찾는다. 사직점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기다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을 태워다 주는 서비스를 한다. '원조 장어 구이' 미남점은 이 사장, 부인 김기나(57) 사장은 사직점을 운영한다. 여기서는 8년째, 그전 경험을 합하면 10년이 넘는다. 

김기나 사장은 "맛있는 음식 기분좋게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구이를 시키고 기다리니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장어구이를 레몬 특제소스에 찍고 파김치와 갓김치에 싸서 먹었다. 느끼할 수도 있는 장어구이가 감칠맛이 난다. 구이를 먹고 나서 식사를 시키면 장엇국도 같이 나온다. 동행한 일행은 이 집의 장어탕을 추천했다. 추천해 준 이가 고향인 녹동에서 자주 먹던 그 맛이라 힘이 난다고 했다. 김 사장의 고향이 전라도라 음식도 전라도식이 많다. 김치를 담글 때도 보리밥을 지어 그대로 사용한다. 김치에서 밥알이 보이기도 해 처음에는 오해하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먼저 온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와서 설명을 해 준다. 장어탕도 처음에는 장어를 갈아서 만들었다. 그게 반응이 좋지 않아서 지금은 토막 낸 장어를 넣는다. 들깻가루·청양고추를 넣고 초피와 방아를 넣어서 끓여낸다. "경상도와 전라도 중간쯤의 장어탕이라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장어 하나 올려 먹으니 든든하다.

조금 늦은 시간에 온 손님이 "왜 지금은 장어탕을 팔지 않느냐. 비싼 장어구이만 파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을 좀 적게 한 날 저녁이면 가끔 있는 일이다. 양은 아침 뉴스를 보고 결정한다. 날씨가 흐린 날에 손님이 많아 조금 넉넉히 한다. 오랜 장사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사장은 사직동에서 '깡패'로 통한다. 손님이 종업원에게 마구 대하면 주방에서 장어 잡다가 말고 연장을 들고 나와서 홀을 정리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다. "가족이라 생각하고 말이라도 수고한다고 하면 좋을 텐데 왜 그러시나 모르겠다"며 아쉬워한다. 손님도 직원도 모두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따뜻한 식사를 만들어 낸 듯하다.

2인 4만 5천 원, 3인 5만 5천 원, 장어탕 9천 원. 영업시간 11:30~22:00 (15:00~15:30 쉬는 시간).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대로 171. 051-502-3323.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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