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봉순이' 조카도 한국 왔다

입력 : 2015-03-01 22:54:22 수정 : 2015-03-02 10: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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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오카 시에서 건너온 황새 제동이가 제주도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도연 스님 제공

일본에서 인공 방사된 황새 '봉순이'가 지난해 대한해협을 건너 경남 김해 화포천에 정착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에는 봉순이의 조카 황새 한 마리가 제주도로 건너간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황새가 화포천으로 날아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일본의 '고모-조카' 황새들이 김해에서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효고 현 도요오카 시 담당인 마쓰다 사토시 기자와 김해에서 활동 중인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제주도 해변에서 지역 주민들이 황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황새는 'J0092'라는 일련번호가 새겨진 가락지를 다리에 부착하고 있었다. 황새는 도요오카 시에서 태어난 어린 수컷으로 지난해 12월 12~14일 나가사키 현 사세보 시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그곳에서 800㎞를 날아 제주도로 간 것으로 보인다. 도연스님은 'J0092'에 '제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서 인공방사된 '제동이'
800㎞ 날아 제주도서 발견
먹이 찾아 화포천 올 수도
김해서 고모·조카 조우 기대


마쓰다 기자는 제동이의 'J0092'라는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김해 화포천에서 발견된 봉순이의 조카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봉순이의 일련번호는 'J0051'이다. 마쓰다 기자가 설명한 봉순이와 제동이의 관계는 이렇다.

멸종위기에 몰린 황새 복원 활동을 1995년부터 펼쳐온 도요오카 시는 수컷 황새 한 마리와 암컷 황새 한 마리를 만들어냈다. 둘은 짝짓기를 통해 'J0051'(봉순이)과 'J0011' 등 여러 마리의 수컷 황새들을 낳았다. 이 중 봉순이는 지난해 3월 혼자 바다를 건너 김해에 안착했고 '봉순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봉순이는 당시 일본 규슈 지역과 대마도를 거친 뒤 김해로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방사된 황새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국에서 발견된 것은 봉순이가 처음이었다. 봉순이는 지금은 김해, 하동과 충남 서산 등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봉순이가 떠난 뒤 넷째 오빠 'J0011'은 암컷 황새 'J0399'와 짝짓기를 통해 제동이를 낳았다. 마쓰다 기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야생 황새가 거의 사라졌던 1971년 후쿠이 현에서 부리가 잘린 암컷 황새가 발견됐다. 이 황새는 중국 출신의 수컷 황새와 짝짓기를 했는데, 제동이의 엄마이자 봉순이의 올케인 'J0399'는 이들의 손녀라고 한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의 곽승국 관장은 "화포천 인근 농경지에서는 친환경농법을 하고 있어 여름에 황새들이 먹이 활동하기가 좋다. 제동이가 여름이 되면 먹이를 찾아 화포천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새는 전 세계에 3천 마리도 채 남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이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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